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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ㅡ`기술의 민주화` :기술 엘리트주의를 벗어난 기술자들이 주도하는 시대

Bonjour Kwon 2019. 11. 14. 08:27

[Human in Biz] 4차산업혁명은 IT혁명일뿐이라는 착각

 

2019.11.14

"4차 산업혁명은 정보기술(IT) 혁명이 아니에요." 너도나도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지만, 이 혁명이 뜻하는 진짜 변화가 무엇인지는 모호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다. 누군가는 4차 산업혁명을 IT 혁명이라고 오해한다. 이들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란 커다란 과업을 풀기 위해 IT 기업을 찾아가곤 한다.

 

그러나 IT라는 영역은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과연 IT 기업들이 지금의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을까. 정확하게 말하자면 IT 기업 중 일부가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다고 보는 게 맞는다.

 

4차 산업혁명의 다른 이름은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 혁신이다. 사물인터넷 시대란 모든 사물이 연결될 수 있는 시대를 의미한다. 이 시대가 이전 시대와 완전하게 달라지는 부분은 이 사물인터넷 시대가 가져올 `기술의 민주화`란 부분이다.

 

즉 과거에 `기술`이나 `IT` 영역이 전문가들의 영역이었다면 지금은 누구나 기술을 쓰고 사용하고 개발하는 시대란 뜻인데, 이 부분을 이해하고 있는 IT 기업도 있지만, 신기하게도 아직 이 부분에 거부감이 있는 IT 기업이 많다.

 

필자는 트렌드 정보를 제공하는 미디어를 운영한다. 트렌드를 분석하는 사람이지만, 이 정보를 고객에게 제공한다는 것은 결국 사이트를 운영한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다. 필자는 워드프레스를 사용해 사이트를 만들었다. 처음 사이트를 제작할 때 많은 에이전시와 미팅을 했는데 그들은 워드프레스를 반대했다. 여러 이유가 있었다. 무겁다, 느리다, 위험에 쉽게 노출된다, 기타 등등.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제공하는 방식은 `내가 직접` 운영할 수 있는 방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시스템이 복잡하고 다루기 어려워서 필자는 표면에 머물러 피상적으로만 기술을 사용해야 했다. 예를 들자면 어떤 기술적인 에러가 생길 때 필자의 책임이 되지 않으려면 하나하나 그들이 시키는 대로만 사이트를 운영해야 했고, 어쩌다 기능 하나를 추가하기도 쉽지 않았다. 한마디로 민주화되지 않은 방식이었다.

 

 

 

그렇게 시행착오를 몇 번 겪은 뒤 필자는 `내가 직접` 운영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이트를 다시 제작했다. 무겁고, 느리고, 위험에 쉽게 노출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이 기술은 비전문가가 직접 운영할 수 있는 방식을 제공한다. 사업을 영위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을 나의 컨트롤 아래 둬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불만과 목소리가 모두 사이트를 통해 들어오는 상황에서 이걸 수집해 전문가에게 전하고, 그가 그걸 다시 이해해서 처리하는 방식으로는 소비자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이런 인식 차로 인해 실패한다. 미국 화장품 기업 에이번은 2009년 고객 주문을 최적화하는 시스템 리뉴얼 프로젝트를 대대적으로 시작했지만 3년 뒤 무려 1억달러를 지불하고도 장기간 완성해온 시스템을 폐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어이없게도 신규 시스템을 오픈하는 날 직원들이 로그인을 하기조차 어려워했기 때문이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들어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가 기술자보다 비기술자를 점점 더 많이 고용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기업은 어떤 상황에서 어떤 페인포인트를 해결해야 하는지 시나리오를 작성할 수 있는 인재를 점점 더 필요로 한다. 시나리오를 구현할 기술은 `시장` 어디에서나 얻을 수 있는 민주화된 것이 돼가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어떤 부분이 누군가에겐 거부감이 드는 것, 바로 그것이 모든 혁신이 불러오는 변화의 정점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달리 말하면 기술 엘리트주의를 벗어난 기술자들이 주도하는 시대가 왔다는 의미다.

 

우리는 얼마만큼 4차 산업혁명을 이해하고 있을까. 나의 미래, 기업의 미래, 국가의 미래가 이 이해의 척도에 달려 있다.

 

 

`모든 것을 연결한다`는 의미가 선명하지 않다면, 어느 순간 선을 긋고 `여기까지`라고 말하고 싶어진다면 이 변화의 시기에 결코 주도권을 잡을 수 없을 것이다.

 

[김소희 `김소희트렌드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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