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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증권ㅡ JB자산운용.호주 부동산 펀드( JB호주NDIS펀드:장애인임대주택개발)500억대 손실 위험… 투자 위험 문서위조 사실 덮고 2360억 송금

Bonjour Kwon 2019. 11. 5. 12:00

2019.11.04

호주 부동산 펀드 사기에 휘말렸던 KB증권과 JB자산운용이 현지 투자회사 문서 위조 사실을 인지했으면서도 아무런 조치 없이 이를 은폐하고 졸속으로 거래를 추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무리한 거래 추진 과정에서 KB증권 입맛대로 운용사를 휘두르는 등 사실상 '주문자제조상품(OEM) 펀드'로 볼 수 있는 정황도 추가로 드러났다.

 

사실상 호주 부동산 거래를 총괄했던 국제영업본부 K전무는 외국계 IB(투자은행) 출신으로 2017년 KB증권에 합류했다. KB증권이 사건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거짓 해명으로 일관해왔다는 점에서 최근 잇단 사모금융상품 사고로 불거진 모럴해저드 논란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도넘은 모럴해저드

 

위조 사실 덮고 2360억 송금

 

JB자산운용이 운용한 'JB호주NDIS펀드'는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KB증권을 통해 판매된 사모펀드다. NDIS는 'National Disability Insurance Scheme'의 약자.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호주 정부의 복지제도를 일컫는 용어다.

 

이 펀드에는 KB증권 개인투자자 자금 905억원과 보험사, 증권사,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 자금 2360억원 등 총 3265억원이 투자됐다. 만기 2년 짜리 펀드로 기대수익률은 원화 기준 5.3%로 추정됐다. 1%대 저금리에 5% 수익이 보장된다는 입소문에 KB증권 지점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기본 구조는 호주 현지 투자사인 LBA캐피털이 호주 정부의 장애 주택임대사업과 관련해 진행하는 사업에 대출 형식으로 JB자산운용이 투자하는 방식이다. LBA캐피털이 호주에서 중증장애인 대상의 무상 임대아파트(SDA•Specialist Disabled Accommodation)를 매입하면 이를 리모델링한 뒤 임대해 월세수익을 노리는 구조로 만들어졌다.

 

매경이코노미가 단독 입수한 KB증권-JB자산운용 간 이메일, 모바일 메신저 대화 내용 등에서는 두 금융사의 심각한 모럴해저드가 여실히 드러났다.

 

 

 

첫 번째 대목은 KB증권과 JB자산운용이 LBA캐피털의 심각한 문서 위조 사실을 파악했으면서도 이를 은폐하기에 급급했다는 점이다. KB증권과 JB자산운용이 LBA캐피털의 문서 위조 사실을 인지했던 시점은 지난 5월 22일이다. 이때는 이미 160명의 개인투자자 자금 905억원이 호주로 넘어간 상태였지만 두 금융사는 자산 동결이나 현지 실사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한 대체투자 전문가는 "문서 위조가 단순한 실수 차원이 아니라 인감을 위조한 것이었다. 이를 인지했으면 투자자산을 동결하고 회수하는 것이 상식적인 절차"라고 강조했다.

 

 

 

이번 거래는 여러 부동산을 매입하기로 돼 있을 뿐 아니라 금액 규모도 3000억원 이상 거액인 만큼 현지 평판이 뛰어난 부동산 신탁사 '퍼페추얼(Perpetual)'을 통해 1순위 질권설정을 밟는 것이 필수 절차였다. 그런데 두 금융사 간 모바일 메신저 대화록을 보면 "(신탁계약서) 위조에 대한 적절한 해명이 먼저일 것 같애(아)요" "(퍼페추얼에서는) 자기들 서명감이 아니라고 답이 오고" "왜 LBA가 생뚱맞게 interim trustee를 얘기도 안 하고 설정했냐는 것인데" "페페튜얼(퍼페추얼)이 보낸 신탁 가능하다는 확인서인데요, 이거는 레알이죠?" 등의 대목이 연이어 등장한다.

 

종합해 정리하면 이렇다. LBA캐피털은 KB증권과 JB자산운용 측에 지난 3월 11일과 19일, 퍼페추얼사로부터 받았다며 '신탁 가능하다는 확인서'와 '신탁계약서'를 연이어 보냈다. 두 금융사는 이 서류만 철석같이 믿고 4월 초 리테일에서 모은 자금 905억원을 1차로 LBA캐피털에 송금했다. 그러나 퍼페추얼과 1순위 질권설정 등 실제 신탁계약 실행이 지연되는 상황이 5월 21일까지 2개월여 이어졌다. JB자산운용 측이 신탁계약 이행을 독촉하자 LBA캐피털은 뜬금없이 'interim trustee'라는 호주 현지 개인 신탁사와 체결했다는 계약서를 첨부해 보낸다.

 

 

 

약속했던 퍼페추얼과 신탁계약 이행은 고사하고 LBA캐피털이 국내 투자자와 논의도 없이 평판 검증도 안 된 개인 신탁사와 질권설정 계약을 덜컥 맺었던 것이다. 그제야 수상한 낌새를 눈치챈 JB자산운용은 5월 22일 LBA캐피털이 지금까지 보냈던 문서를 첨부해 직접 퍼페추얼에 신탁계약서 체결 여부를 문의했다. 이에 퍼페추엉 측에서는 "첨부된 서류의 서명감(법인인감)은 위조된 것으로 LBA캐피털과 신탁 관련 논의를 한 사실이 없으며 앞으로도 맡을 의사가 없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요약하면 LBA캐피털이 KB증권과 JB자산운용 측에 보낸 '퍼페추얼로부터 받은 신탁 가능하다는 확인서'와 '퍼페추얼과 맺었다는 신탁계약서' 등 2가지 문서가 모두 위조된 것이었다. LBA캐피털은 퍼페추엉 등 관련 고객들의 '서명감'을 위조해 이 같은 범죄행위를 저질렀던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두 금융사는 가짜 문서에 속아 개인투자자 돈 905억원을 지난 4월 호주로 보냈던 것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이후 KB증권과 JB자산운용의 대응방식이다.

 

 

 

두 금융사는 지난 5월 22일 문서 위조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K전무 주도로 또 다른 부동산 신탁사 '넥시아(Nexia Int'l Grant)'와 서둘러 신탁계약을 맺고 5월 24일 기관투자자 자금 2360억원을 LBA캐피털 측에 추가로 송금했다.

 

사태는 여기서 봉합, 정리되는 수준으로 가지 않았다. LBA캐피털은 심지어 이들 금융사가 쏴준 돈으로 매입 대상 아파트가 아닌 엉뚱한 다른 토지를 매입했다.

 

그렇게 묻힐 뻔하던 이 사태는 지난 8월, 이 펀드에 투자한 기관투자자 ABL생명 모니터링 과정에서 다시 문제 제기되면서 수습 국면에 접어든다. 지난 9월 말 기준 총 투자금액의 85%가 국내로 회수됐다. 그러나 나머지 15%의 투자금은 회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중 11%인 약 359억원은 손해배상청구 소송 등을 밟아야 해 사실상 손실 처리가 불가피하다.

 

 

 

부동산 매입 등에 쓰였던 4%는 현지 법원 명령으로 동결된 상태. 이 또한 매각 등 행정절차를 밟아야 해 회수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LBA캐피털의 문서 위조는 정상적인 금융거래였다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범죄행위"라며 "이를 알면서도 은폐하기에 급급했다는 것은 당시 KB증권 내부에 모럴해저드가 얼마나 만연해 있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OEM펀드 정황

 

KB 일방 지시·JB 순응

 

KB증권은 왜 이렇게까지 무리하며 거래를 밀어붙였을까. 해당 펀드에 참여한 기관투자자 A씨는 "펀드 판매 수수료 상한선이 2%다. 이번 거래로 KB증권이 얻게 될 수수료가 약 2%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 사이에서는 수수료 때문에 무리하게 추진한 것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고 귀띔했다. 3300억원 가까운 자금이 모인 것을 감안하면 KB증권은 단일 거래로 66억원가량 되는 수수료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KB증권은 또 이번 거래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에 대비해 시리즈펀드를 설정할 계획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번 거래와 관련 'OEM펀드'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OEM펀드는 운용사가 아닌 판매사가 상품의 설계·제조 등을 요구해 만들어진 펀드를 일컫는 말. 현행 자본시장법상 명백한 위법사항이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업계에서 암암리에 이뤄졌던 것이 현실이다. KB증권이 소규모 운용사인 JB자산운용을 고른 것도 "펀드 운용 등의 과정에서 소위 '찍어 눌러' 높은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하지 않았겠나"라는 말이 돈다.

 

OEM펀드가 불법인 대표적인 근거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 87조(불건전영업행위의 금지) 4항이다.

 

 

 

불건전영업행위와 관련, 해당 조항 중 5호는 '투자자와의 이면계약 등에 따라 그 투자자로부터 일상적으로 명령·지시·요청 등을 받아 집합투자재산을 운용하는 행위', 6호는 '집합투자업자가 운용하는 집합투자기구의 집합투자증권을 판매하는 투자매매업자 또는 투자중개업자와의 이면계약 등에 따라 그 투자매매업자 또는 투자중개업자로부터 명령·지시·요청 등을 받아 집합투자재산을 운용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쉽게 말하면 운용사가 펀드의 설계·운용 등에서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의미다. 뒤집어 보면, 운용업 라이선스가 없는 판매사나 투자자가 설계·운용 등에 조금이라도 관여했다면 OEM펀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KB증권과 JB자산운용 사이에 오간 이메일과 대화록 등을 보면 OEM펀드로 볼 수밖에 없는 정황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이번 거래에서는 판매사였던 KB증권이 딜 소싱, 구조설정, 투자적격성 검토 등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기로 돼 있었다. 거래 자체도 K전무가 외국계 IB 근무 시절 알고 지낸 홍콩의 브로커를 통해 소개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에 리스크가 전혀 검증되지 않은 거래였다는 의미다.

 

지난 5월 23일 오전 11시 4분쯤 JB자산운용 측에서 K전무에게 보낸 메일을 보면 "안녕하세요 전무님, 유선상으로 논의한 것과 같이 저희는 송금 지시에 대해서는 준비해두겠습니다"라며 "금일 중에 perpetual로부터 확인이 된다면 당사에서는 KB은행 수탁을 통해 송금 운용지시를 내보내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언급했다. 이에 K전무는 "넵···세상 문제의 대부분은 상호 오해에서 비롯되는 법이니 실망하지 말고 차근차근 확인하면서 하시죠···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또 K전무가 지난 5월 24일 오전 8시30분 JB자산운용과 KB신탁에 보낸 메일을 보면 “세계 9위 Nexia Int'l Grant 그리고 6위 Thronton까지 연락했다 합니다. 그러면 이걸로 대체될지 확인합시다"라거나 “000(홍콩 브로커)도 동사안에 심각성을 잘 인지하고 있으며, LBA도 자금 인출이 시급한 상황이니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현재 상황을 면밀하게 인지하고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을 해결합시다"라고 지시를 내리는 대목이 나온다.

 

 

 

당시 KB증권과 JB자산운용은 LBA캐피털의 문서 위조 경위를 파악하느라 시종일관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는데, KB증권이 지시를 하면 JB자산운용은 이에 고분고분 응하는 식의 패턴이 반복됐음을 알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호주 부동산 건은 JB운용 쪽에서도 'KB 말대로 했다가 독박만 썼다'는 불만이 팽배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K전무는 2017년 KB금융그룹에 합류한 외국계 IB 인재다. KB증권은 K전무를 데려오기 위해 기존 글로벌사업본부에 더해 국제영업본부 임원 자리를 새롭게 만들 정도로 공을 들였다. 1968년생인 K전무는 모건스탠리증권 서울지점 채권(Fixed Income) 부문 한국 영업 총괄 전무와 골드만삭스은행 서울지점 대표 등을 역임했다. 대체투자 관련 경험은 전무하다.

 

 

 

근본적인 문제점은 매입 부동산 실사나 등기부등본 정상 여부 확인 등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가 몇 차례 있었으나 이런 시도 자체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한 대체투자운용사 임원은 "호주에서도 한국 돈 2만원 정도면 등본을 확인할 수 있는데, KB의 호주 부동산 거래는 법률의견서조차도 차주인 LBA캐피털 측에 맡기고 전달받은 자료만 믿고 수천억원을 보냈던 것 같다. 전문가라면 절대 이렇게 하지 않는다. JB자산운용이 억울할 수 있겠으나 JB자산운용 역시 운용사로서 선관주의 의무(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충실히 했다고 보기는 힘들다"라고 지적했다.

 

▶KB증권 "100% 회수 노력" 답변

 

이와 관련 KB증권은 "KB증권과 JB자산운용 양 사는 현지에 현장 대응반을 급파한 동시에 현지 최고 법무법인을 선임해 법적 대응을 하고 있다. 보유현금 회수와 소송을 통한 강제집행으로 투자금의 최대 89%를 회수할 것으로 보이며, 잔여 투자자금 손해 발생액에 대해서는 차주인 LBA캐피털 손해배상청구 등을 통해 100% 회수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KB증권 해명 '조기에 발견'했다더니··· ABL생명이 최초 발견

 

한편 KB증권이 이번 사고에 대해 지금까지 한 해명이 상당수 사실과 거리가 멀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지난 9월 4일 KB증권이 배포한 '호주NDIS펀드 관련 소명 자료'를 보면 "추가적인 현지 실사 진행 중 제안 내용과 다른 운용 사실을 인지하고"라거나 "KB증권과 JB자산운용은 당 펀드의 부당운용을 조기에 발견해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으며"라고 언급한 대목이 나온다.

 

KB증권과 JB자산운용의 호주 부동산 거래가 사기라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이 펀드에 투자했던 ABL생명의 모니터링 덕분이었다. 지난 8월 14일 ABL생명은 분기마다 진행하는 대체투자 모니터링을 위해 호주를 방문해 있던 중 또 다른 건 투자를 위해 크로스 체크를 하는 과정에서 LBA캐피털의 문서 위조, 엉뚱한 부동산 매입 등의 비위 사항을 발견했다. ABL생명 측의 문제 제기에도 KB증권과 JB자산운용은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사 임원은 "KB가 이번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기 직전까지도 시리즈펀드 설정을 하겠다며 영업을 해왔던 것으로 안다. 적어도 자정 노력부터 먼저 하고 난 뒤 영업에 나서는 것이 순리 아니겠나"라고 일침을 가했다.

 

[배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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