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펀드(해외)

부동산펀드 상장거래제 유명무실.거래소 상장 64개 펀드中절반이 거래량 '0건'…부동산 가치평가 어려워…환매 가능한 걸로 만족해야"

Bonjour Kwon 2019. 11. 6. 07:46

기사입력2019.11.06

- 거래소 상장 64개 펀드中 과반 거래량 `0건`

- 펀드수익률과 무관한 매매로 거래 장벽

- "부동산 가치평가 어려워…환매 가능한 걸로 만족해야"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중도 환매가 불가능한 부동산 공모형 펀드 가입자를 위해 마련한 상장거래 제도가 투자자 출구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다. 거래가 뜸해서 매매 가격이 펀드 기준가와 격차가 벌어지고, 이로써 다시 거래가 끊기는 악순환이 반복하는 탓이다. 폐쇄형 펀드는 계약 기간 전에는 환매하지 못하는 상품이다. 언제든 환매할 수 있는 개방형 펀드와 대조된다.

 

◇부동산 펀드 과반 거래량 無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현재 유가증권시장에 13개 운용사가 운용하는 64개 종목(폐쇄형 펀드)이 수익증권 형태로 상장돼 있다. 시가총액으로는 3조8187억원 규모다. 이들 종목은 전부 공모형 부동산 펀드 가운데 폐쇄형으로 설정된 상품이다.

 

개중에 36개 상품은 상장 이후 이날까지 거래량이 전무하다. 올해 설정된 상품이 21건으로 대부분이지만, 상장한 지 3년이 지난 상품(하나대체투자티마크그랜드종류형부동산투자신탁1호 Class F)도 있다. 거래가 없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중도 환매 가입자가 없다는 의미이고, 되레 펀드의 운용이 잘되는 것이라는 방증일 수 있다.

 

그러나 매매가와 펀드가격 사이 괴리가 벌어지는 것은 허점이다. 실제로 펀드 수익은 올라가는데 매매가는 내려가거나, 펀드 수익이 내려가더라도 매매가는 더 하락할 수 있다. 예컨대 KB자산운용의 `KB와이즈스타부동산` A클래스는 설정한 지 3개월 만에 985주가 주당 950원에 거래됐다. 당시 이 펀드의 수익률은 1.43%인데, 상장거래래 매매된 매매가는 기준가보다 3.9% 하락한 수준이었다.

 

아울러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맵스프런티어브라질월지급식부동산 1`은 2012년 설정 이후 이날까지 -63.1%의 수익률을 기록 중인데, 설정 이후 매매가격은 72.4% 하락했다. 이 펀드는 여태 2912만주가 매매돼 거래가 활발한 편에 속한다. 투자자 상당수는 실제보다 손해를 더 입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펀드성과 무관한 매매가 널뛰기

 

부동산 펀드의 환매 길을 열어둔 것은 시장이 커지는 점을 고려해 투자자를 보호하려는 조처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현재 공모형 부동산 펀드의 설정 원본은 3조2324억원이다. 1년 전(2조2926억원)과 비교해 40.9% 증가했고, 최근 3년 새 2.5배 성장했다. 전체 공모펀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년 전 0.96%에서 이날 현재 1.29%로 커졌다. 증시 불황으로 대체투자가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부동산 펀드 규모도 불어난 결과다.

 

그러나 부동산 펀드는 일단 가입하면 대부분 계약 기간 이전에 환매가 어렵다. 액수와 기간을 정해두고 확보한 자산을 굴려서 수익을 내는 폐쇄형 구조를 띠기 때문이다. 운용사의 운용 편의상 만든 상품 구조인 탓에 투자가는 투자금이 묶이는 것이다.

 

하릴없이 만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상장거래제도다. 현행법은 폐쇄형 펀드는 반드시 상장해서 거래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정관에 투자자의 환금성 보장 등을 위한 별도 방법을 정하지 않으면 폐쇄형 펀드의 수익증권을 최초로 발행한 날부터 90일 이내에 증권시장에 상장해야 한다’는 자본시장법 230조가 근거다. 운용사가 환매에 응할 이유가 없으니, 시장에서라도 거래해서 유동화할 길을 터준 것이다.

 

문제는 시장에서 발생하는 호가와 실거래가 차이다. 매매하려고 해도 제값을 받기 어려우니 제도 이용을 꺼리고, 이런 현상이 반복해 매매 가뭄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상장지수펀드(ETF)는 종가와 순자산가치(NAV)를 평가해 괴리율을 좁혀갈 수 있지만, 부동산 펀드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자산 가치를 시시각각 평가하기 어렵고, 평가하더라도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펀드의 기준가와 상장거래 매매가를 좁히려면 자산을 실시간으로 평가해야 하는데, 부동산 자산 특성상 불가능한 얘기”라며 “매매가격이 기준가를 웃돌든 밑돌든 차치하고 중도 환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재욱 (imfew@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