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동향>**********

롤스로이스 다시 변신…이번엔 전기비행기다.궁극의 럭셔리카 ㅡ>세계 3대 항공기 엔진ㅡ>전기프로펠러기 `악셀`

Bonjour Kwon 2019. 11. 21. 06:54

 

 

 

입력 2019.11.21 04:06

 

[Cover Story] 서배스천 레시 민수항공엔진 총괄 부문장

 

팬텀·고스트…궁극의 럭셔리카 "기존 동력원을 전기로 바꾸는 `전기화(Electrification)`는 산업기술시장 전반에 걸친 세계적인 흐름입니다. 우리의 목표는 항공 부문 전기동력·추진장치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이달 초 방문한 영국 중부 더비 소재 롤스로이스 항공엔진 제작 사업장. 회사 소개에 나선 서배스천 레시(Sebastian Resch) 민수항공엔진 오퍼레이션 총괄 부문장(부사장)은 "롤스로이스의 주요 미래 전략 중 하나가 `전기화`"라며 이같이 말했다. 대륙 간 여행이 가능한 대형 전기비행기에 쓰일 엔진(전기모터)을 만드는 게 롤스로이스 목표다.

 

국내에서 롤스로이스는 럭셔리 승용차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해외에서는 미국 GE, 프랫 앤드 휘트니(P&W)와 더불어 세계 3대 항공기 엔진 제조사로 더 유명하다. 1915년 항공기 엔진 생산을 개시한 이래 100년 넘게 항공기 엔진을 만들어 왔다.

 

 

 

지난해 매출액은 196억달러(약 22조7000억원)에 달한다. 롤스로이스는 에어버스 최신 기종인 `A330네오`를 비롯해 `A380` `A350` `보잉 787` `보잉 777 클래식` 등 민간 항공기 제작에 사용되는 엔진들을 만든다. 현재 1만3000여 대 비행기가 롤스로이스가 제작한 엔진을 달고 운항 중이다.

 

967395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세계 3대 항공기 엔진 제조회사 롤스로이스가 전기화를 추진 중인 이유는 자동차 업계가 전기차 사업을 육성 중인 이유와 비슷하다. 기존 제트엔진보다 전기모터 유지 보수가 더 쉽고 저렴하며, 소음이 적을 뿐만 아니라 화석연료보다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해 친환경적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유럽연합(EU)은 2050년까지 항공 부문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75%, 산화질소 배출을 90%, 소음을 65% 줄일 계획이다. 사실상 전통적인 항공기로는 달성이 불가능한 수치로 전기 혹은 전기·터보팬 하이브리드 비행기를 개발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레시 부사장은 "글로벌 탄소배출량 중 항공 운항과 관련된 부분은 채 3%가 안 된다"며 "그럼에도 항공업계 또한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롤스로이스도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전기엔진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롤스로이스 전체 연구개발(R&D) 비용의 3분의 2 이상이 친환경 기술 개발에 투자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표적인 투자 사례가 에어버스·지멘스와 공동 개발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전기비행기 `E-Fan X`다. `E-Fan X`는 2014년 비행에 성공한 2인승 순수 전기비행기 `E-Fan`을 실제 대량 수송이 가능한 상용 항공기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Fan X` 특징은 제트엔진 4개 중 하나를 2㎿급 전기모터 2개로 교체한 하이브리드 전기비행기라는 점이다. 탑승 인원은 70~110명이며 2020년 시험비행 예정이다. 성공 시 제트엔진 1개를 추가로 전기모터로 대체할 계획이다. 롤스로이스는 `E-Fan X`에 쓰일 터보샤프트엔진과 2㎿급 발전기를 비롯해 각종 전력 계통 부품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롤스로이스 전기프로펠러기 `악셀` [사진 제공 = 롤스로이스] 롤스로이스는 `E-Fan X`와는 별개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순수 전기비행기도 개발 중이다. 전기프로펠러기로 이름은 `악셀(ACCEL)`이다. 2017년 독일 지멘스가 개발한 전기비행기가 세운 시속 338㎞보다 빠른 시속 480㎞로 비행하는 게 목표다. 이 비행기에는 750V 배터리 팩 6000개가 장착된다.

 

 

500마력 이상을 생산하는 고출력 전기모터 3개가 배터리에서 전력을 공급받아 프로펠러를 작동한다. 한번 충전하면 서울에서 대구까지 거리인 약 320㎞를 날 수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영국 정부와 전기모터 제조사 야사, 항공 스타트업 일렉트로플라이트가 함께 참여하고 있다. 롤스로이스는 각종 테스트를 거쳐 `악셀` 성능을 검증한 뒤 내년 영국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이 같은 투자와 성과에도 전기비행기 시대의 본격 개막은 아직 먼 얘기라는 게 레시 부사장 지적이다. 무게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비행기의 경우 에너지 밀도가 화석 연료 대비 많이 떨어지는 배터리로 장거리를 날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다.

 

 

 

레시 부사장은 "2015년 `E-Fan`이 전기모터만으로 영국해협을 횡단함으로써 전기비행기의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대량 수송이 필요한 상용 항공업계에는 순수 전기비행기는 아직 무리"라며 "제트엔진 일부를 전기모터로 대체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 현실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시 부사장은 "특히 대륙을 오가는 대형(wide body) 비행기의 경우 향후 10~15년은 현재 쓰이고 있는 제트엔진 외에 다른 대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며 "`E-Fan X`가 성공해 하이브리드 전기비행기가 상용화된다 하더라도 근거리용 소형 비행기라는 한계는 여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최고로 효율적인 엔진을 만들어 연료 소모를 줄이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롤스로이스가 만드는 `트렌트7000` 엔진의 경우 에어버스 최신 기종인 `A330네오` 제작에 쓰이는데, 연료 소모량을 14%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레시 부사장은 롤스로이스의 친환경 투자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협력업체들의 기술투자도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예로 들었다.

 

 

그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700여개에 달하는 협력 업체 가운데 기술 투자를 아끼지 않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라며 "차세대 엔진 개발을 함께 할 파트너"라고 말했다.

 

그동안 성과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달 5일(현지시간) 롤스로이스와 10억달러 규모 엔진부품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2021년부터 최소 25년에 걸쳐 `트렌트900` 엔진용 모듈 등 10종의 핵심부품을 납품하게 된다. 그동안 주로 엔진 케이스 등을 공급해 왔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계약을 통해 엔진 핵심인 터빈 부품 사업에 새롭게 진입하게 됐다.

 

[더비(영국) = 노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