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재인·시진핑 정상회담에도 숙제가 더 많은 한중 관계
2019.12.24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어 쓰촨성 청두로 이동해 리커창 중국 총리와도 회담을 가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은 한중 양국뿐 아니라 북한에도 결코 이롭지 않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에 시 주석은 "한국과 중국 두 나라의 공동된 이익을 수호하고 넓혀야 한다"고 했다.
미국과 북한 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한반도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이런 때에 한중 정상이 만나 협력을 다짐하는 것은 그 자체로 지역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한중정상회담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하다. 예민한 회담 내용들은 낱낱이 공개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이번 한중정상회담은 양국 사이 여러 숙제들을 그대로 남겨놓았다고 봐야 할 듯하다.
우선 북한이 핵문제 해결 시한으로 설정한 연말이 다가오면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도 시 주석은 북한에 대해 강도 높은 경고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이달 1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북한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는 결의안 초안을 제출했다. 또 유엔 제재에 따라 북한 노동자를 22일까지 모두 돌려보내야 하는데도 중국에서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이 2016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을 내린 이후 중국이 진행 중인 경제·문화 보복 조치는 아직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이 2017년10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 "모든 교류 협력을 정상 궤도로 조속히 회복한다"고 공동 발표했지만 한중 관계는 여전히 사드 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달 초 미국의 일방주의를 비판하면서 "대국이 소국을 괴롭히는 것에 반대한다"고 일갈했다.
정작 중국은 사드 배치를 빌미 삼아 한국을 집요하게 공격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러시아와 손잡고 핵무기를 지닌 북한을 후원하고 있다. 중국의 이런 이중적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한중 협력도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기는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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