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경제,금융시장.사회 변화분석

◆ 2020 한국산업 peak shock('더 많이, 더 빨리, 더 싸게' 생산·소비하던 시대가 마침내 정점)가 온다.수요절벽에 재고가 쌓인다

Bonjour Kwon 2019. 12. 27. 08:47

 

한국 산업, 피크쇼크가 온다

한예경 기자

입력 2019.12.25

 

글로벌 경제에 전방위 피크

공급 과잉·수요 축소 시대로

 

4차산업혁명 기회 못잡는 韓

10년후 경쟁력 90년대 후퇴

 

◆ 2020신년기획 / 피크쇼크가 온다 ① ◆

 

 

10년 후 한국 산업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2030년 한국 제조업이 1990년대 후반 수준으로 뒷걸음질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더 많이, 더 빨리, 더 싸게' 생산·소비하던 시대가 마침내 정점에 달하는 '피크쇼크(peak shock)'에 대비하지 못하고 허송세월한 탓이다.

 

25일 매일경제·한국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최남석 전북대 교수팀에 의뢰해 향후 10년간 한국 제조업의 국제경쟁력 변화를 전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이번 연구는 제조업 강국인 미국 중국 일본 독일 한국 5개국을 대상으로 각국 제조업 경쟁력 지수(CIP)가 4차 산업혁명 기술과 피크쇼크 영향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5년 단위로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CIP는 유엔 산업개발기구(UNIDO)에서 격년에 걸쳐 발표하는 지표로, 제조업 1인당 부가가치, 수출, 제조업 부가가치의 국가 내 위상 등 제조업 경쟁력을 총체적으로 보여준다.

 

 

 

 

연구 결과 한국 CIP는 2016~2020년 평균 0.36에서 2021~2025년 0.34로 떨어진 뒤 2026~2030년에는 0.31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됐다.

 

1996~2000년 한국 CIP가 0.28을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10년 후 한국 제조업은 1990년대 말 수준으로 뒷걸음친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 제조업은 상대적 경쟁력이 계속 높아져 2011~2015년 0.37에서 2021~2025년 0.39까지 도달하고 2026~2030년 0.38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일본도 제조업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지만 낙폭이 한국보다 덜한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은 2021~2025년 0.40, 2026~2030년 0.36으로 예상됐다. 이렇게 되면 2030년 한국 제조업 경쟁력은 일본 중국 두 나라 모두에 뒤지는 셈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크게 두 가지 특징이 드러났다.

 

첫째, 대외적으로 경제·사회·인구 측면에서 전방위 '피크쇼크'가 나타났다.

 

 

미국 투자은행 BoA메릴린치는 내년도 경제전망보고서에서 "2020년대는 정점시대(The 2020's is the decade of peak)"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경제가 총수요 위축으로 공급과잉에 돌입한다는 것이다.

 

피크쇼크를 직감한 주요국 산업계는 이미 몇 해 전부터 4차 산업혁명 기술에서 탈출구를 찾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주도 기업으로 바뀐 것이 대표적이다. 둘째, 한국이 이런 추세에 유독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산업정책 측면에서는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산업혁신팀장은 "글로벌 피크쇼크, 한국의 노동생산성 약화, 4차 산업혁명 기술 도입 부진 등으로 한국 제조업 경쟁력은 10년간 정체 또는 하락할 전망"이라며 "위기의식을 갖고 혁신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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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절벽에 재고가 쌓인다…30대 기업 올들어 9조 증가

강계만 기자

입력 2019.12.26

◆ 2020신년기획 / 피크쇼크가 온다 ② ◆

 

산업 성장세가 꺾이고 수요가 메마르는 '피크쇼크(peak shock)'는 먼 미래, 다른 나라의 얘기가 아니다. 바로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국내 산업 현장에 현금이 마르기 시작했고, 30대 기업의 재고는 9조원 이상 급증하는 이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기업들이 단기차입금을 끌어다 쓰면서 부채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6일 매일경제가 30대 주요 기업의 연결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2018년 말 총 76조3000억원이던 현금과 현금성자산은 올해 3분기 말에 1조9000억원(2.5%) 줄어든 74조4000억원에 그쳤다.

 

 

 

삼성전자(감소분 3조7300억원), SK하이닉스(1조1400억원), 두산(8500억원), KT(5700억원), 한화(5400억원), 대한항공·LG화학·KT(4500억원) 등 순으로 현금성자산의 감소폭이 컸다.

 

같은 기간 30대 주요 기업의 재고자산은 99조1000억원에서 108조3000억원으로 무려 9조2000억원(9.3%) 불어났다. 주요 기업 30곳 중 23곳의 재고가 올해 들어 늘어난 가운데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재고 증가분은 1조원대를 기록했다. 단기차입금은 올 들어 두산이 1조5300억원, CJ가 1조원가량 늘어났다.

 

이런 현상들이 과거 경기 침체기와 다른 점은 주요 기업이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R&D)에 전례 없이 과감하게 투자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 판도가 완전히 새로 짜이고 있음을 기업 스스로 인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올해 3분기까지 30대 주요 기업의 R&D 투자는 26조3900억원으로 2018년(33조3900억원)의 78.7% 수준을 채운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말까지 전년 기록을 깰 것이 확실시된다.

 

기업별로는 SK하이닉스가 매출액 대비 R&D 비중이 11.6%로 가장 높았다.

 

 

 

전년 R&D 비중(7.7%)을 껑충 뛰어넘었다. 올해 매출액이 30% 이상 감소했음에도 미래를 내다보고 R&D 투자를 지속한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국내 기업 중에 가장 많은 15조2800억원을 R&D에 쏟아 넣었는데, 이는 올해 매출액 중 9%에 해당된다.

 

LG전자는 매출액 대비 R&D 비중이 전년과 동일한 6.5%로 꾸준히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LS그룹 계열사인 LS산전도 매출액에서 5% 이상을 R&D에 투입했다. 만도는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 부품 개발에 집중하면서 올해 매출액 대비 R&D 비용을 6.09%까지 끌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