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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사회주의본격화◆ '무소불위'국민연금주주권 행사 ◆국민연금을 통한 정권의 기업통제장악 근거마련.국민연금의경영개입…노동계요구만수용

Bonjour Kwon 2019. 12. 28. 05:41

2019.12.27

기금위, 주주권행사 확정

이사해임·집중투표제 등 요구

기존 3년 걸릴 주주제안 절차

즉시 가능하게 예외조항 추가

 

◆ '무소불위'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을 의결하면서 내년 주주총회부터 정관 변경, 이사 해임, 사외이사 선임 등의 주주제안이 가능해졌다. 특히 기존 가이드라인에는 적극적 주주활동 절차를 비공개 대화부터 경영 참여 주주제안까지 적어도 3년의 기간이 걸리도록 명시했지만 이번에 의결된 수정안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나 기금운용위원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바로 주주제안으로 갈 수 있도록 했다. 기업들이 지나친 경영 간섭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지만 노동계 요구만 반영해 되레 더 강화됐다.

 

27일 국민연금은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의결했다.

 

 

 

지난달 29일 한 차례 기금위에서 논의됐지만 재계에서는 과도한 경영 개입이라는 이유로, 노동계에서는 시간만 끄는 소극적 주주권 행사라는 비판을 받아 부결된 안이다. 이번에 의결된 안은 주주제안까지 거치는 단계를 필요시 단축할 수 있도록 해 노동계의 목소리를 반영했다.

 

국민연금이 지난달 공청회에서 발표한 원안은 중점관리 사안에 속하는 배당정책, 임원 보수한도, 법률상 위반, 국민연금이 지속적으로 반대의결권을 행사한 사안에 대해서는 수탁자 책임 활동 추진 절차가 4단계로 규정돼 있다. 비공개 대화 기업 선정, 비공개 중점관리 기업 선정, 공개 중점관리 기업 선정, 주주제안의 순서대로 가는데 각 절차는 1년 단위로 추진한 후 필요시 다음 단계로 이동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번 기금위에서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또는 기금운용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의결하는 경우에만'이란 단서를 달아 수탁자 책임 활동 기간을 단축하거나 바로 다음 단계로 이행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국민연금이 중점관리 사안으로 선정한 기업의 문제는 비공개 대화를 거쳐 바로 주주제안으로 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주주제안 방법으로는 정관 변경이나 사외이사 및 감사 선임, 이사 해임 제안까지 가능해 재계는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 강도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 경우 이사의 횡령, 배임, 경영진의 사익 편취, 부당 지원이 있을 때는 검찰 조사 같은 국가기관의 1차 조사만으로도 국민연금이 임시주총 소집 청구 후 상정할 수 있다.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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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12.27 17

강력 반발하는 상장사·재계

 

"명확한 잣대 없이 자의적 해석"

상장사協 "기업만 옥죄는 규제"

 

"생존도 힘든데 불확실성 가중"

◆ '무소불위'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

 

적극적 주주 활동 가이드라인이 의결되자 상장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사 해임 요구 절차가 간소화되는 등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특히 명확하고 객관적인 기준 없이 이사 해임 등 경영 개입이 국민연금 재량에 의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불확실한 경영 환경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또 다른 불확실성이 더해졌다는 지적이다.

 

27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적극적 주주 활동 가이드라인' 결정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명했다.

 

 

 

 

국민연금이 가이드라인을 활용해 기업 경영 개입 활동을 강화하는 것은 과도한 기업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상장협 주장이다.

 

상장협 관계자는 "대내외적인 악재가 겹쳐 경제 성장 잠재력이 저하되고, 글로벌 경쟁과 산업구조 변화가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기업 경영권 보호가 절실한 시점에 정부가 국민연금까지 동원해 기업을 옥죄는 시책을 무리하게 추진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상장협은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가 선량한 관리자 차원을 넘어 경영 간섭 행위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정 기업의 자율성을 외면한 채 모호한 잣대와 재량적 판단에 의해 지속적으로 경영에 개입한다면 순수한 주주권 행사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상장협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재량적·일방적 판단에 의한 주주 제안은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재계 단체들도 주주 활동 가이드라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경총은 특히 "독립성이 취약한 현행 기금위 구조를 감안할 때 앞으로 정부는 물론 노동계와 시민단체도 국민연금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민간기업의 정관 변경, 이사 선·해임 등 경영에 개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의 경영 개입은 시장에 부정적 신호를 줄 가능성이 크고, 기업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개연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배상근 전경련 전무는 "국민연금이 기업 경영에 대한 간섭을 늘리면 경영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가이드라인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상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가이드라인은 기업 경영에 심각한 위협을 주는 이사 해임이나 집중투표제 도입 등에 대해 별도 통제 장치를 마련하지 않았다"며 "가이드라인에 대한 남용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적극적 주주 활동 가이드라인에 대해 '국회 패싱'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상법 대신 가이드라인으로 국민연금의 민간기업 경영 개입이 가능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가이드라인에 따른 이사회 내 위원회는 상법상 위원회 설치를 요구하는 법률 개정 간접 효과가 있다는 게 상장협 주장이다.

 

 

 

 

경영계는 국민연금에 민간기업에 대한 경영 간섭 대신 수익성 제고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정승환 기자 / 최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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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연금 사회주의? 해외에선 당연한 일"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스튜어드십코드센터장 인터뷰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 원칙)가 연금 사회주의라는 비판이 있지만 해외에서는 매우 일반적인 관행입니다. 심지어 선진국의 연기금들은 투자한 기업의 경영진에 비공개 대화를 요구하고 서신을 보내는 등 더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하기도 하죠."

 

최근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에서 만난 송민경 KCGS 스튜어드십코드센터 센터장은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에 대한 비판에 이 같이 반박했다. 자본시장이 발달한 선진국에서는 당연하게 이뤄지는 일들이 한국에서는 '연금 사회주의'라는 이름으로 비판받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기로 한 이후 연금 사회주의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기관투자자가 투자한 기업에 의결권을 적극 행사하기 위해 정한 자율 지침이다. 집안 일을 돌보는 집사(스튜어드)처럼 기관투자자가 고객의 돈을 선량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 노후 자금 630조원을 바탕으로 기업에 투자하는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겠다고 나서자 국가가 기업의 경영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지난달 27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 등의 반대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표 연임에 실패하면서 이 같은 비판은 더 커졌다.

 

송 센터장은 이에 대해 "미국 영국 네덜란드 등 선진국에서는 오히려 연기금들이 스튜어드십 코드 정착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주주권 행사에 나선다"며 "이들 연기금은 적극적인 주주활동에서 더 나아가 투자대상 기업을 선정할 때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고려한 책임투자 원칙을 정해 자산을 운용한다"고 말했다.

 

관치 논란에 대해서도 국민연금 내부의 독립적 의사결정 기구인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신설되면서 어느 정도 완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 사례를 들어 수탁위가 단지 국민연금 산하 조직이라는 이유만으로 관치 우려를 제기하는 것은 과도한 걱정이라고 지적한다.

 

 

 

송 센터장은 "네덜란드연금과 캐나다연금의 운용기관은 모두 각국 정부가 이사회를 구성할 정도로 정부 영향이 막강하지만 관치 논란은 거의 없다"며 "이는 독립적이고 투명한 의사결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정착된 해외에서는 주요 연기금들이 의결권 행사 결과를 정리해 매년 공개한다. 어떤 기업을 만나 어떤 우려를 전달했고 어떤 의안에 찬반 의사표시를 했는지 등이다.

 

올해 주주총회에서는 연금 사회주의 논란과 더불어 주주 행동주의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시작은 요란했지만 막상 국민연금의 제안이나 반대 안건이 반영된 경우는 드물었기 때문이다. 다른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활동도 마찬가지였다. 주주들이 제안한 안건의 통과율도 여전히 10%대로 저조했다. 주주들의 반대로 대기업 총수를 물러나게 하는 등 성과도 있었지만 대부분 기업에서는 이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송 센터장은 국민연금이 반대한 안건이 통과되거나 주주제안의 부결율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주주활동이 실패했다고 하는 것은 국제적 흐름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선진 자본시장에서는 단순한 가결 여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주주의 지지를 얻었느냐가 주주행동주의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라는 설명이다.

 

국민연금은 올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에 처음으로 주주제안을 했다. 배임·횡령 등으로 실형을 받은 임원은 자격을 박탈하도록 정관을 변경하는 내용이었다. 표결에서 찬성률 48.66%로 안건 통과에는 실패했지만 국민연금 지분(7.16%)보다 많은 주주가 해당 안건에 찬성한 점은 경영진이 되새겨야 할 부분이라는 지적이다.

 

KCGS에 따르면 해외에서는 주주총회 이후 각 안건별 찬성 반대 비율이 공개된다. 회사측의 안건이 통과 됐더라도 반대율이 20~30%로 높으면 성공한 안건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의결권 자문기관들은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해 반대율이 높았던 안건이 다음 주주총회에서 또 나오면 반대 권고를 하는 경우가 많다. 주주들의 우려를 제대로 해소하기 위한 보안 방안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송 센터장은 "우리나라도 주주총회 공시에서 찬반 비율을 공개하고 자문기관들이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주주 행동주의를 활성화하기 위해 주주제안 안건의 종류를 다양화하고, 사실상 경영권 방어 수단이 된 국민연금 5% 공시 룰도 완화하는 등 여러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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