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김윤림 기자 | 2019-11-28
기업상속공제 개선방안 보고서
기업들 조세부담에 승계 포기
경영활동 위축에 고용도 악화
“최대주주 할증제도 폐지해야”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인 65%의 상속세율로 인해 기업상속(가업상속)이 어렵고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하는 기업의 토대를 허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실제로 기업을 승계하려 해도 상속세 등 조세부담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고, 결국은 인수·합병(M&A)의 먹잇감이 되거나 매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실정이다.
김용민 연세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진금융조세연구원 대표·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가 28일 발표한 ‘경제활성화를 위한 기업상속공제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상속세 명목세율은 50%로 일본 55%에 이어 2위이나, 최대주주 할증을 포함하면 65%로 사실상 OECD 국가 중 최고 세율에 속한다.
최대주주 할증은 최대주주가 발행주식총수의 50%를 초과해 보유하는 경우 30%(중소기업은 15%)를 상속세율에 가산하는 것으로, 이 경우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이 사실상 세계 최고수준인 65%(50%+50%×30%, 중소기업은 57.5%)가 된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주요국은 사안별로 할증·할인을 하거나 아예 최대주주에 대한 명시적인 할증제도가 없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상속세액은 2조3000억 원, 증여세액은 4조4000억 원으로, 두 세액이 전체 국세 265조4000억 원 중 차지하는 비중은 2.6%(상속세 0.9%, 증여세는 1.7%)다. 반면 같은 해 소득세액(75조1000억 원), 법인세액(67조1000억 원), 부가가치세(59조2000억 원)을 합하면 201조4000억 원으로 전체 국세(265조4000억 원)의 75.9%를 차지한다. 전체 국세의 2.6%에 불과한 세수에 집착하다가 더 큰 경제에 속하는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 구조를 망가뜨릴 수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와 관련, 지난 7월 정부는 가업상속공제와 관련해 △현행 10년의 (승계 이후) 사후관리기간을 7년으로 단축 △업종변경 범위를 소분류 내에서 중분류 내까지로 확대 △고용유지 의무 완화 등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실효성이 없다는 반응이다.
가업상속공제는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상속세 부담을 완화해주는 것으로, 가업의 영위 기간이 10년 이상이고, 중소기업이거나 직전 3년 평균 매출액 3000억 원 미만의 중견기업이 대상이다. 공제금액은 피상속인(물려주는 사람)의 계속 경영 기간이 10~20년 200억 원, 20~30년 300억 원, 30년 이상은 500억 원이다.
김 교수는 “지나치게 높은 상속세율, OECD 최고 수준의 상속세율을 더욱 높게 만드는 최대주주 할증제도, 엄격한 사전·사후 요건으로 인한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유명무실화 등 문제점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며 “상속세율을 대폭 내리고, 구체적인 타당성이 결여된 최대주주 할증제도는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의 시스템은 가족경영의 씨를 말리도록 설계돼 있다”며 “가족경영이 전문경영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경영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밝혔다.
김윤림·임대환·이해완 기자 bestm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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