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28
천장에 열감지 카메라 설치
성별·연령대별 관심도 분석
고객이 머문 시간·입어본 옷
빅데이터 만들어 자동 추천
피팅룸선 AI가 옷 골라주고
디지털문진 후 화장품 제안
롯데·올리브영·이랜드·한세
온·오프라인 통합쇼핑 가속
◆ 오프라인 매장의 진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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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이천 롯데아울렛의 TBJ 의류 매장. 천장에 있는 흰색 기기가 실시간위치추적시스템을 가능하게 하는 센서로, 고객과 옷의 흐름을 실시간 분석한다. [강인선 기자]
#1 경기도 이천 롯데아울렛 TBJ 의류 매장. 실시간위치추적시스템(RTLS·Real Time Location System)이 고객과 옷의 동선을 파악한다. 이는 고객이 구매한 옷, 입어 보기만 한 옷, 만져 보기만 한 옷 등으로 분류돼 데이터로 축적된다. 마치 온라인몰에서 구매, 장바구니 보관, 검색에만 그침 등으로 쇼핑 상황을 분석하는 것과 유사하다.
#2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하이마트 메가스토어 1층에 위치한 메이커스랩. 천장에 설치된 열감지 카메라가 고객 성별과 연령대를 파악한다. 정보가 쌓이면 '특정 연령대가 관심을 갖는 제품'을 데이터화할 수 있다. 관심도가 높은 제품은 정식 입점을 검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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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통업계가 온·오프라인 채널이 총 가동되는 옴니채널(온·오프라인 통합) 쇼핑 시대로 접어들면서 '온라인에서 구현할 수 있는 모든 기술을 오프라인에서도 보여주자'는 레이스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오프라인이 살아야 온라인이 살고, 온라인이 살아야 오프라인도 산다'는 기업의 경험적 판단 때문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패션, 뷰티, 가전 등 라이프스타일 영역에서 두드러지는 추세다.
쇼핑 과정에서 '고객 체험' 요소가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즉 고객은 직접 입고, 바르고, 만져 보는 경험을 여전히 쇼핑의 매력적인 요소로 본다는 의미다.
언제 어디서든 24시간 쇼핑이 가능한 시대가 열리면서 상황은 긴박하다. 오프라인의 경험과 재미는 물론 쇼핑 흐름이 끊기지 않는 것, 최적의 물류를 구현하는 것이 헤게모니를 장악할 수 있는 주요 수단이 됐다. 이렇다 보니 기업은 O2O(Online to Offline), O4O(Online for Offline), 옴니채널 등 다양한 전략으로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박지혁 닐슨 글로벌 마켓 이커머스사업본부 리더(전무)는 "국내 3000만명이 온라인 쇼핑을 하는 시대로, 전통 오프라인 채널도 온라인 고객을 핵심 고객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젠 오프라인도 온라인 마인드로 무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국내 의류 기업 한세엠케이가 운영 중인 이천 롯데아울렛 내 TBJ 매장은 외관상 일반 매장과 다를 바 없지만 첨단 기술이 작동하고 있다. 피팅룸에 설치된 태블릿PC 화면 왼쪽엔 고객이 들고 온 옷이, 오른쪽엔 고객이 고른 옷과 잘 어울릴 옷이 뜬다. 코디네이션까지 자동으로 진행된다. 또 고객이 입으려는 옷을 들고 들어가면 피팅룸 외부에 설치된 전광판에 옷 개수가 뜬다. 일반 의류 매장에서 피팅룸에 갖고 들어가는 옷 개수에 해당하는 숫자판을 주는 것과 비교하면 여러모로 수월하다.
이 모든 게 가능한 건 무선주파수인식(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과 RTLS 덕분이다. 옷에 내장된 RFID 칩에서 나온 주파수가 고객과 옷의 동선, 피팅룸으로 들고 간 옷 개수, 실제 구매 여부 등을 모두 기록하기 때문이다. 한세엠케이와 해당 기술을 구현한 박현식 모직스애이팩 이사는 "어떤 옷이 어디에 몇 벌 남았는지 등을 알 수 있어 재고 관리 효율성도 높아진다"며 "구매율까지 파악돼 상품 제작 단계에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의 이랜드 스파오 RFID 매장에서 고객이 필요한 제품을 검색하는 이랜드 직원. [사진 제공 = 이랜드]
최근 오픈한 이랜드 스파오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점은 RFID 기술의 모든 것을 담은 매장이다. 이곳에선 고객이 구매한 상품 정보가 매장 직원 RFID 단말기로 전송된다.
물건이 팔리고 알람이 울리는 순간 매장 직원은 '결품(물건이 없는 상태)'이 되지 않도록 바로 '필업(물건을 채우는 업무)'에 들어간다. 필업 시간을 최소화하는 비결도 RFID다. 스파오는 제품이 놓인 매장 위치와 제품을 보관하는 창고 위치를 '주소화'했다. 직원은 RFID 단말기에 뜬 주소를 보고 물건을 가져올 곳과 놓을 곳을 즉각적으로 알게 된다. 이현철 이랜드 SCM 부서장은 "물류 핵심은 최저 비용으로 최고 효율을 내는 것"이라며 "이 가운데서도 오프라인 매장 물류 핵심은 결품을 줄이고 필업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계산 속도도 획기적으로 빨라졌다. 계산원이 옷을 RFID 패드에 접촉하자마자 결제가 끝난다. 바코드를 하나하나 찍는 방식에 비하면 고객 대기 시간이 최소 2배 이상 단축된다.
다음달 도입되는 무인결제함은 옷 종류와 개수에 상관없이 함 속에 집어넣기만 하면 한 번에 계산이 끝난다.
CJ올리브영 직원이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를 방문한 고객에게 태블릿 PC로 피부 문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 제공 = CJ올리브영]
탄탄한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 매출을 올리는 온·오프라인 시너지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국내 최대 헬스앤드뷰티(H&B) 스토어인 CJ올리브영이 2018년 12월 도입한 '오늘드림'이 대표적이다. 오늘드림은 온라인몰에서 주문한 제품을 3시간 내 배송받을 수 있는 서비스로, 최근엔 30분 내 배송도 가능해졌다. 이는 올리브영 매장이 지역마다 확보된 덕분으로 O2O가 적용된 사례다. 오늘드림은 도입 1년 만에 일평균 주문 건수가 첫 달 대비 10배로 늘면서 온라인 매출 증가에 기여했다. 서울에서 시작된 이 서비스는 오는 3월 전국에서 시행될 예정이다.
오프라인 매장의 디지털화도 적극적이다. 올리브영은 태블릿PC를 이용해 고객에게 피부 진단 서비스를 제공한다. 디지털 기반 문진 서비스로, 진단 후 개인 맞춤형 화장품 추천이 이어진다.
롯데백화점도 2018년부터 옴니채널 매장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문을 연 옴니채널 뷰티 매장 '온앤더뷰티'는 온라인 리뷰와 매장 판매 랭킹 등을 업데이트해 상품에 대한 고객 반응을 오프라인에서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해 말 오픈한 '온앤더스타일'에서는 스타일링 추천 기술을 적용해 원하는 옷으로 스타일을 구성하고 코디를 예측할 수 있다.
■ <용어 설명>
●옴니채널 : '모든'을 뜻하는 접두사 '옴니(omni)'와 유통 경로를 뜻하는 '채널(channel)'이 합쳐진 신조어. 온·오프라인 매장의 유기적 결합으로 언제 어디서든 쇼핑이 가능한 체계.
●O4O(Online for Offline) : 온라인에서 축적한 기업의 데이터를 상품 조달, 큐레이션 등에 적용해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현하는 것.
●O2O(Online to Offline) : 온라인에서 상품 등을 주문하면 오프라인으로 제공되는 것.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대두됨.
[이윤재 기자 /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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