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정용진·유경 남매…신종자본증권에 신용도 스텝 꼬일라
입력 2020.02.03 오후 2:26
신종자본증권 '부채'로 바뀌면 회계상 리스크 우려
[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의 분리경영에 경고등이 켜졌다.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으로 신세계그룹의 재무지표 악화 우려가 나왔다. 신종자본증권이 '부채'로 인식될 경우 악순환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세계의 남매경영에 나선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은 2016년 이마트와 ㈜신세계의 지분을 정리하며 책임경영을 강화했다. 주요 사업들이 성장둔화를 겪는 가운데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지는 상황이지만 8천억원을 넘어서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신용등급 하락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3일 관련업계와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현재 신세계그룹의 신종자본증권 규모는 8천200억원에 달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신세계 3천500억원 ▲이마트 3천800억원 ▲신세계조선호텔 500억원 ▲신세계건설 500억원 등이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 금융상품이다. 만기가 없고 길며 매년 일정하게 이자나 배당을 지급한다. 이러한 이유로 시장에선 하이브리드 증권으로도 일컬어진다.
문제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당장은 자본확충에 효과적일 수 있지만 추후 '부채'로 바뀌면 회계상 리스크가 커지는 점이 우려되고 있다. 신종자본증권도 일반 회사채처럼 부채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영구채는 부채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회계기준원 역시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에 "신종자본증권을 모두 자본으로 분류하는 것보다는, 성격에 따라 자본과 부채로 분리해 계상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을 냈다. IASB는 회계기준 개정을 위해 회원국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
원종현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유통채널의 성장에 따른 구매채널 다변화, 소비트렌드 변화 등으로 그룹의 주력인 대형마트 및 백화점의 외형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며 "대형마트 사업의 영업부진에 따른 고정비 부담 증가, 집객력 강화를 위한 판촉활동과 가격경쟁 등으로 그룹 전반의 수익성이 저하 추세에 있다"고 했다. 면세점, 온라인몰 등 신규사업 초기 확장단계에서의 비용부담도 수익성의 제약 요인이라고 원 실장은 지적했다.
향후 유통업의 경쟁강도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폭 확대, 복합쇼핑몰 영업규제, 대규모 점포 입지 제한 등 정부규제 강화 또한 부정적인 요인으로 보인다.
원 실장은 "향후 물류센터 확보, 복합쇼핑몰 개관 등을 감안할 때 투자규모(2019년 2조원, 2020년 1조9천억원)가 영업현금흐름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2천500억원 내외의 금융비용 등을 감안 할 때 외부 자금조달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이어 "대형마트부문의 부진한 영업실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신종자본증권과 투자자와의 재무약정 등에 내재한 차입성격 등을 감안한 실질 차입부담은 증가 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연춘기자 stayk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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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말하지 않는 주식시장의 비밀
입력 2020.02.03
[재무제표 읽어주는 남자-3]
당신이 투자자라면 재무제표에서 어떤 항목을 가장 먼저 볼까요?
아무래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투자자 입장에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중 어느 항목이 더 중요할까요?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초보 투자자라면 아무래도 영업이익이 더 중요할 것입니다.
영업 외 수익이나 비용은 일회성 항목이 많은데, 영업이익은 지속 가능성이 높아 미래를 예측하는 데 더 수월하기 때문이죠.
환율이 변동하면 외화환산손익이 생기는데, 올해 이익이 났다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이익이 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올해 환율이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이리라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이죠.
코스닥시장에서도 당기순손실이 아닌 '영업손실 지속'이 상장폐지 요건으로 규정되었을 정도이니까요. 그런데 영업이익을 계산하는 방식이 회사마다 다르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래서 2011년부터 상장기업에 의무 적용하는 국제회계기준(IFRS)은 영업이익 계산 방식을 회사가 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회계기준이 하나로 통일된다면 외국 주식에 투자할 때도 한국 기업을 분석하는 것과 똑같은 접근이 가능해지기 때문이죠.
국내에 IFRS를 도입하며 생겨난 몇 가지 변화가 있는데, 연결재무제표를 기본재무제표로 한다는 점과 주석공시가 많아지고 공정가치 적용이 확대된다는 점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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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을 살펴볼 때는 영업비용을 함께 봐야 하는데, '기부금'은 영업비용일까요? 영업 외 비용일까요? 우선 이 질문의 답을 알기 전에 '기부'와 '접대'의 차이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보겠습니다. 둘 다 외부의 제3자에게 가치 있는 무엇인가를 제공하는 행위라는 점은 같지만, '접대'가 영업과 관련하여 대가를 바라고 이루어진다면, '기부'는 업무와 무관한 순수한 행위입니다. 따라서 '기부금'은 일반적으로 영업 외 비용으로 처리합니다.
그런데 영업 목적의 기부는 어떨까요? 매출액 중 일정액을 기부했더니 '착한기업'으로 알려져 판매가 증가했다거나 광고비용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이유로 해마다 매출액 중 일정 비율을 기부하고 있다면 기부금은 영업과 관련한 비용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따라서 영업이익을 계산할 때 기부금도 차감해서 보여주는 것이 투자자에게는 더 유용합니다.
하지만 회사가 지출하는 기부금이 순수한 기부 목적인지, 영업 목적인지 명확하게 알 수 없답니다. 그래서 IFRS가 영업이익 계산 방식을 회사가 정하도록 한 것입니다. 해당 항목이 어떤 성격인지 가장 잘 아는 회사가 판단하도록 하고, 정보 이용자(투자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라는 취지인 것이죠.
4년 연속 영업손실은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5년 연속이면 상장폐지가 되는 상황에서 A상장사가 3년 연속 영업손실을 지속하고 있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사는 2008년부터 해마다 영업손실을 지속했기 때문에 2011년에는 반드시 영업이익을 내야 관리종목에 지정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때 회계기준이 바뀌었습니다. 영업이익 계산 방식을 A회사가 직접 정할 수 있게 된 것이죠. 회사는 내심 얼마나 기뻤을까요? A사는 실제로 2011년에 그토록 바라던 영업이익을 냈습니다. 그래서 관리종목 지정도 피할 수 있었고, 다음해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상장폐지가 되지 않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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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취지와 다르게 회사에 유리한 방식으로 활용하자, 금감원에서는 '한국채택회계기준'을 추가해 원래 방식대로 영업이익을 계산하도록 했는데요.
원래 계산 방식으로 하자 2012년에 공시한 A회사의 전기 영업이익은 모두 적자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5년 동안 영업손실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A회사는 상장폐지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실제 사례로, A회사는 지금도 거래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A회사에 투자한 사람이고, 재무제표와 회계시스템을 알지 못했다면 손해를 보고 말았을 것입니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회사의 의도를 읽는 힘! 그것이 바로 재무제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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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경인 회계사]
※사경인 회계사는 증권사 직원을 대상으로 재무분석과 가치평가 관련 강의를 4000시간 이상 진행한 여의도 증권가 강사다. 주요 저서로는 '재무제표 모르면 주식투자 절대로 하지 마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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