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무 기자2020.03.16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금융시장을 강타하자 금융당국이 공매도 금지 등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은 데 대해 시장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시기는 늦었지만 추락하는 증시에 ‘브레이크’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지만, 투자심리가 전례 없이 얼어 붙은 만큼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신용거래 담보비율 면제…반대매매 주춤할 듯
1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3일 주식 신용거래 담보 비율 유지 의무를 면제하는 대책을 내놨다. 주식 신용거래 담보 비율은 투자자가 증권사에게 돈을 빌려 주식을 살 때,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요구하는 담보 기준이다. 통상 140%가 적용된다.
문제는 투자자가 돈을 빌려 산 주식이 140% 밑으로 떨어지면 증권사는 바로 해당 주식을 투자자 동의 없이 처분(반대매매)한다는 점이다. 증시 하락세가 거듭할 때를 대비해 증권사가 빌려준 돈을 조금이라도 잃지 않으려는 장치다. 그러나 하락장에선 하락세를 가속화하는 요인이란 지적을 받는다. 실제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하락장이 지속되자, 이달 들어 12일까지 주식 반대매매 규모가 하루 평균 137억원으로 2009년 5월(143억원) 이후 10년 10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인포그래픽] 월별 하루 평균 반대매매 규모 추이. 그래픽=김문중 기자
이에 금융위는 140% 적용을 면제해줘 증권사들에게 반대매매를 잠시라도 멈춰줄 것을 주문한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증시 하락세가 이어지면 반대매매가 더 늘어나고, 반대매매로 하락폭이 더 커지는 악순환 고리를 잠시라도 멈추게 해야 한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 조치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시의적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락에서 신용거래 융자는 증가하고 있어 주가를 폭락시키는 주범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며 “금융위의 선제적 조치가 이러한 위험성을 상당 부분 완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매도 전면 금지, 시총 상위주에 영향 전망
다만 공매도 6개월 간 완전 폐지는 도입 시기가 다소 늦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공매도는 투자자들이 주식을 빌려 하락장에서 싼 가격에 팔아 수익을 얻는 거래 방식이다. 공매도도 결국 주가가 떨어질수록 수익을 내기 때문에 하락장을 부추기는 매매 방식 중 하나로 꼽힌다.
[인포그래픽] 공매도 거래대금 추이. 그래픽=김문중 기자
금융당국은 공매가 주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지난 10일 일부 과열 종목 지정을 확대하는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잠시 주춤했던 공매도 거래는 다시 거래대금 1조원대로 복귀했고, 결국 사흘 뒤 금융당국은 아예 6개월간 공매도 거래 금지를 결정했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앞서 발표한 공매도 과열 종목 제도를 강화한 조치의 경우 시장 영향이 미미했다”면서 “공매도가 전면 금지되면 시가총액 비중이 높은 종목이 대상이 돼 증시 낙폭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두 대책에도 불구하고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국내 증시 역시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 또한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금융시장 변동성이 국내에 계속 영향을 미치면 거래 규제가 아닌 유동성 공급 전략이 필요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인위적인 유동성 공급은 정말 시장이 저점일 때 반등을 만들어내기 위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세밀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