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분석>**********

코로나등으로 내수부진 국내 제약사 `해외로' .유한양행 하반기 유럽에 법인종근당 면역치료제 개발 속도한미 희귀병 치료제 美 공략

Bonjour Kwon 2020. 3. 30. 07:58

내수부진에 시달리는 국내 제약사 `해외로 눈돌린다`
입력 2020.03.29

코로나19 사태로 환자 급감
3~4월 병원처방 대폭 감소
전문의약품 판매하락 현실화


"비타민과 마스크 외엔 제대로 팔리는 제품이 없다."

코로나19 사태로 병원에 들르는 일반 환자 수가 급감하다 보니 전문의약품을 주력 상품군으로 내세운 국내 제약사들이 심각한 내수 부진 타격을 받고 있다. 비타민이나 홍삼 등 각 제약사가 부가적으로 판매하는 건강기능식품과 보건용 마스크 등을 제외하면 판매 고전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제약사들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려 현지 법인 출범이나 해외 임상시험 강화 등으로 해외 공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약사들의 올해 1분기(1~3월) 실적은 대체로 4월 중순은 돼야 나오기 때문에 국내 제약업계 매출 부진을 현재 객관적으로 파악하긴 어렵다.



다만 전문의약품이 각 병원에서 처방되는 규모인 원외처방액은 올해 1월 1조2500억원에서 2월 1조2100억원으로 400억원가량 감소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일반 만성질환자들이 대략 2월부터 장기 처방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 때문에 1월 대비 2월 원외처방액 감소폭은 그나마 작은 편이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병원에 발길이 뜸한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3월이나 4월의 전월 대비 원외처방액 감소폭은 상당히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 진단시약을 생산하는 업체 등은 최근 상황 덕분에 실적에 탄력을 얻고 있지만 그 외 대다수 제약사는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 가릴 것 없이 판매량이 부진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중견 제약사 관계자는 "일반의약품 가운데 인후통 관련 제품은 그나마 잘 팔리고 있지만 다른 전문의약품 판매는 눈에 띄게 줄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제약사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외국 역시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하지만 해외 임상시험 등을 늘리며 기존부터 진행해온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 개발에 힘을 쏟기로 한 것이다.



우선 국내 매출 1위 제약사 유한양행은 올해 하반기 중 유럽에 현지 법인을 세우기로 최근 확정했다. 2016년 베트남 호찌민에 첫 해외 사무소를 세운 유한양행은 2018년 미국 샌디에이고에 현지 법인, 보스턴에 사무소를 개설하며 북미 시장 거점을 확보했다. 특히 지난해 중국과 호주에 잇달아 법인을 세운 유한양행은 올해는 유럽으로 방향타를 틀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유럽 중에서도 대규모 바이오 클러스터가 있는 영국 런던이나 프랑스 파리, 스위스 바젤, 독일 뮌헨 중 한 곳에 법인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며 "유럽은 미국에 이은 세계 2대 제약시장인 데다 수준 높은 바이오제약 기술을 가진 국가들이 밀집돼 있어 자사 신약 후보물질 개발을 강화하기 위해 반드시 공략해야 할 지역"이라고 말했다. 특히 유한양행은 2026년 창립 100주년을 앞두고 있어 미국에 이은 유럽 시장 진출도 강화할 방침이다.




지난해 기준 매출 1조원 클럽에 처음 가입한 종근당은 자사 신약 후보물질 가운데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CKD-506' 개발을 서둘러 진행해 이를 해외 시장 공략의 주요 무기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CKD-506은 특정 유전자 발현을 억제해 염증을 감소시키고 면역 조절 T세포 기능을 강화해 면역 항상성을 유지시키는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다.

이미 전임상과 임상 1상시험을 통해 약효와 안전성을 입증한 이 물질은 현재 유럽 5개국에서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2a상시험에 투입되고 있다. 종근당은 CKD-506을 기존 관절염 치료제를 대체할 수 있는 혁신 신약으로 개발하고 향후 다른 여러 자가면역질환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종근당과 함께 처음 1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린 대웅제약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인 '나보타'의 북미 시장 순항을 기대하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새로운 항결핵제인 '크로세린'과 '싸이크로세린'(원료)의 해외 판매를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세계보건기구(WHO)를 대상으로 항결핵제 사업을 진행하는 것도 구상하고 있다.



당뇨병 치료제 'DA-1241'의 미국 임상시험도 최근 완료된 만큼 후속 임상시험을 이어가고, 아시아·태평양 국가를 상대로 '박카스' 캔 제품 판매도 늘리기로 했다. 박카스 캔 제품은 기존 캄보디아 외에 인도네시아 등으로 시장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한미약품은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의 미국 시장 공략에 주목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현재 다양한 적응증을 대상으로 총 8개의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로 개발 중인 '랩스트리플 아고니스트'는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원발 담즙성 담관염과 원발 경화성 담관염 치료를 위한 희귀의약품으로 공식 지정됐다. 이로써 한미약품이 지금까지 FDA와 유럽의약품청(EMA)을 통해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은 건 총 10건으로 늘었다.

이번 후보물질은 간내 염증과 섬유증을 억제하고 담관의 자가면역적 파괴를 억제해 각종 자가면역 간질환 치료제로서 치료 영역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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