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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이후 디지털의 힘!…팔 걷은 실리콘밸리.●"원격교육·진료 지금이 기회.학생·교사의 원격교육 솔루션 기술 제공 ."환자치료 인공지능 기술에 대규모 투자.백신개발에도

Bonjour Kwon 2020. 4. 14. 08:21
[실리콘밸리 리포트] "코로나에 맞서 디지털의 힘 보여주자"…팔 걷은 실리콘밸리
신현규 기자
입력 2020.04.14 04:03

에릭슈밋 前 구글CEO
"원격교육·진료 지금이 기회"

인텔·엔비디아 등은
환자치료 인공지능 기술에
대규모 추가투자 속도

빌게이츠·마크 저커버그
백신개발에 거액 기부도

"인공지능에 대해 비판들도 많았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인공지능이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계기가 됐다."

오렌 에치오니 워싱턴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지난달 미국 백악관 초청으로 열린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한 연구모임에서 이렇게 발언을 시작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번 사태가 기술에 대한 세상의 인식을 좌우할 중요한 계기라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만일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는 데 실리콘밸리에서 주장하는 인공지능 등과 같은 기술들이 도움이 된다면 그동안의 비판들을 불식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만일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세상에서는 실리콘밸리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에릭 슈밋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컬렉티브(Collective)라는 애널리틱스 회사가 주최해 100여 명이 참가한 영상회의 콘퍼런스에서 "우리는 이제 이 사태에 대해 도덕적 책임을 지게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퍼지고 있는 각종 가짜뉴스에 대응해야 하는 책임, 모든 사람들이 원격교육과 원격의료 등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구축해주는 책임 등을 말하는 것이다.

만일 이런 대응이 잘 이뤄진다면 그 이후에는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기업들에 더 큰 기회가 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존 체임버스 전 시스코 회장은 마켓워치와 인터뷰하면서 몇몇 스타트업이나 포천 500대 기업 중 하나가 디지털 전환을 빠르게 이뤄내기만 한다면 이 위기 상황이 끝났을 때 진정한 승리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마케팅 시장을 주름잡았던 마틴 소럴 전 WPP 회장도 다수 기업들이 현재의 위기 상황을 발판 삼아서 구조 전환을 해나갈 것이며, 그중 디지털 전환을 가장 빨리 이뤄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요컨대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인공지능, 원격기술 등을 갖고 있는 실리콘밸리의 IT 기업들이 공격적 경영을 통해 시장에서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한 셈이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이 때문에 실리콘밸리에 있는 IT 기업들의 움직임은 매우 바쁘다. 특히 코로나19 퇴치라는 현재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는 데 자사 기술력이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달려가고 있다. 일례로 인텔은 지난 8일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이니셔티브에 추가로 5000만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한 인공지능 기술이나 연구개발 속도 향상, 그리고 학생·교사의 원격교육 솔루션 기술 제공 등에 사용된다. 밥 스완 인텔 CEO는 "전염병에 맞서 싸우고 미래 위기에 대응할 새로운 기술 개발과 과학적인 발견을 가능하게 할 기술에 대한 접근성을 가속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전문성, 자원, 기술을 공유함으로써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래픽칩을 통해 인공지능을 지원하고 있는 기업 엔비디아는 지난달 20일 코로나19 치료를 연구하고 있는 연구진에게 자사 그래픽 하드웨어로 인간 유전자 지도(지놈) 분석을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90일간 무료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엔비디아 측은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은 상당한 시간과 컴퓨팅 파워가 요구된다"며 "엔비디아는 코로나19가 진화하고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지원을 계속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실리콘밸리 억만장자들의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기부 행렬도 줄을 잇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최근 코미디언 트레버 노아의 '데일리쇼'에 출연해 "현재 개발하고 있는 백신의 생산을 위한 공장 7개를 한꺼번에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와 그의 아내 프리실라 챈은 2500만달러를 기부해 코로나19 퇴치 연구에 쓰고 있다. 트위터 창업자인 잭 도시는 자신의 재산 28%에 해당하는 10억달러를 기부했다.

[실리콘밸리 = 신현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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