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바이러스 또 발발땐
충격줄일 신속 대응 관건
재활용 항바이러스 마스크
확진자 2주간 동선 확인앱
이동 음압병동 등 이미 개발
상용화 위한 R&D 서둘러야
◆ 바운스백 코리아 ⑦ / 과학기술 뉴딜 속도전 ◆
2025년 2월 신종 바이러스가 나타났다. 정부는 곧바로 감염병 대응 1단계를 발효했다. 사람들은 '재활용 가능 바이러스 차단 마스크'부터 챙겼다. KF94급 MB필터가 포함된 보건 마스크는 정전기를 이용해 코나 입으로 들어올지 모를 바이러스를 걸러낸다. 재활용 가능 바이러스 차단 마스크는 100~50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에 불과한 작은 섬유 구조물이 그물처럼 얽혀 있어 물리적으로 바이러스의 침투를 막는다. 정전기는 물에 닿으면 사라지지만 재활용 바이러스 차단 마스크는 수차례 에탄올으로 분무 소독해도 섬유 구조물 형태가 유지돼 반복 사용이 가능하다.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정부의 대처는 코로나19 때보다 훨씬 빨라졌다. 바이러스 진단키트가 확진자를 확인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2~3시간. 과거에는 6시간이 걸렸지만 절반 정도로 줄였다.
확진자는 곧바로 정부에 스마트폰 블랙박스 애플리케이션(앱)에 기록된 지난 2주간 데이터를 전달했다. 질병관리본부가 이 데이터를 공개하면 같은 앱을 설치한 사람들은 지난 2주간 자신의 동선이 확진자와 겹치는지 확인이 가능하다. 확진자를 이송할 때는 앰뷸런스에 음압병동 모듈을 설치한다. 의료진은 공기 흐름이 원활하고 필터가 장착된 스마트 방호복을 입고 환자를 맞을 준비를 한다.
공상과학(SF)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다. 5년 뒤를 상정했지만 일부 기술은 이미 데모 제품이 나왔을 정도다. 매일경제와 KAIST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발표한 과학기술 뉴딜 정책에 이름을 올린 과제의 가장 큰 강점은 상용화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이 같은 기술이 현장에 적용된다면 감염병 발발 초기 확진자 증가를 억제하고 차분하게 대응할 수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런 기술을 따로 판매하거나, 한데 묶어 패키지로 수출하면 막대한 경제적 가치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기술 구현이 어렵지 않다고 하더라도 제품으로 출시되려면 대량 생산과 경제성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사업 초기부터 산업체와 협업이 필수다.
상용화를 목전에 둔 대표적인 기술로 김일두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가 개발한 재활용 가능 항바이러스 필터를 꼽을 수 있다. 자체 생산시설까지 갖춰 하루 1500장 생산이 가능하다. 다만 처음 개발된 제품인 만큼 마스크를 만드는 과정에서 남아 있을지 모를 잔류용매와 나노구조가 뜯어져 나가는 '섬유 탈리' 현상과 관련된 안전성을 확인하는 일이 필요하다.
진단키트가 확진자를 검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대폭 줄이는 기술도 실험실 수준에서 확인됐다. 정기훈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는 금나노입자를 이용해 의심자의 세포에서 DNA 양을 늘리는 '중합효소연쇄반응(PCR)' 시간을 60분에서 3분30초로 줄이는 것이 가능함을 확인했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6시간 정도 걸리는 진단키트 분석 시간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
스마트폰 블랙박스 앱을 개발한 한동수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는 곧 데모 서비스를 오픈할 예정이다. 블랙박스 앱은 스마트폰에 있는 GPS와 와이파이, 블루투스, 관성센서 등을 이용해 이동 장소를 보관했다가 2주가 지나면 자동으로 폐기한다. 한 교수 연구진은 와이파이를 이용한 실내 내비게이션 기술 상용화를 성공한 경력도 갖고 있다.
한 교수는 "10년 이상 해왔던 연구가 감염병 확산 상황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으리란 것을 알게 됐다"며 "향후 감염병이 지속적으로 인류를 위협할 수 있는 만큼 이미 확보한 정보기술(IT)을 이용하면 지금과 같은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대구·경북처럼 확진자가 대규모로 나타났을 경우 병상이 부족할 수 있다. 실제로 확진자 판정을 받았지만 집에서 머무르다가 결국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KAIST는 이동형 음압병실, 레고형 음압병실 모듈을 제안했다.
황성웅 KAIST 바이오헬스케어혁신정책센터 연구원은 "자동차, 비행기, 선박에 음압시설을 넣어 환자를 이송하거나 필요한 곳에 대규모 음압병실을 마치 레고처럼 조립할 수 있다"며 "이미 모듈형 음압병실 기술은 상용화된 만큼 보다 다양한 곳에 활용될 수 있는 연구개발(R&D)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험실에서 구현한 성과가 제품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죽음의 계곡'이라고도 불리는 상용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단계에서 많은 기업이 원천 기술을 갖고 있더라도 대량 생산,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제품 구현에 실패한다. 죽음의 계곡을 탈출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원천 기술 개발 단계부터 상용화할 수 있는 산업체 연구진이 참여하는 것이다. 2010년 삼성전자 연구진이 정부의 테라급 반도체 원천 기술을 이전 받은 뒤 불과 3년 만에 상용화할 수 있었던 이유 또한 개발 초기 단계부터 기업체 연구진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기초과학과 응용과학 간 간극을 줄였기 때문이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초 및 원천 기술 R&D 상당수는 대학이나 정부출연연구소가 수행하고 있다. 배충식 KAIST 공과대학 학장(기계공학과 교수)은 "단기간에 최종 제품의 개발과 출시, 신산업화를 위해서 KAIST가 보유한 원천 기술과 기업들의 사업화 역량, 시장 요구를 연계해 과제를 추진해나갈 계획"이라며 "인근에 있는 대덕연구단지의 인프라스트럭처도 적극 활용하고 창업을 통한 사업화 지원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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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경보기·생필품 배송로봇…"기초기술은 이미 확보"
2020.04.27 19:56
교실·상업시설에 경보기 설치
공기중 비말분석 기술 등 제안
사족보행 로봇도 적극 활용을
가장 급한건 범용 백신·치료제
나홀로 개발·반짝 R&D론 한계
산학연 협력 획기적 개선할 때
◆ 바운스백 코리아 ⑦ / 코로나 대응 중장기 기술 ◆
2030년 2월,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 놓인 작은 경보기가 이상 징후를 감지했다. 경보기는 교실 내 공기를 흡입한 뒤 레이저를 쏴 비말 속에 숨어 있을지 모를 바이러스를 찾아낸다. 미세먼지나 건강에 무해한 미생물 데이터는 걸러낸다. 경보기 분석 결과 기존에 알려진 바이러스가 아니었다.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이었다.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을 중심으로 자가격리자가 다수 발생했다. 2주간 외출이 금지되는 자가격리자에게 정부가 로봇을 이용해 생필품을 전달한다. 사족보행 로봇은 아파트나 골목길에서 격리자에게 줄 물품을 실은 뒤 자율주행 기술을 이용해 빠르게 생필품을 보급한다. 물품 배달보다 시급한 일에 인력을 배치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인 만큼 백신과 치료제 개발은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사스와 코로나19처럼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 연구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토대로 신약 후보물질을 만들어냈고 빠르게 임상시험이 시작됐다.
KAIST가 제안한 과학기술 뉴딜 정책에는 단기간의 연구로 상용화를 기대하기에 난도가 높은 과제도 여럿 있다. 향후 5년이 아니라 10년 뒤에도 구현되지 못할 수 있다. 백신과 치료제가 대표적이다. 과학기술계는 향후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이 잦아질 것이 확실시되는 만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장기적인 연구개발(R&D)과 함께 산업계, 학계, 정부출연연구소, 병원 등 다양한 연구 주체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백신·치료제 개발은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는 만큼 최소 1~2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신약 후보물질들이 차질 없이 계획대로 진행됐을 때 이야기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와 사스 바이러스 연구를 토대로 범용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은 확인했다. 이처럼 꾸준한 R&D가 이어져야만 치료제나 백신 개발을 위한 단서가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
감염병이 유행할 때만 반짝 R&D 비용을 늘려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KAIST는 코로나19를 겪으며 바이러스 연구에서는 산학연을 비롯해 병원과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절실히 깨닫고 있다. 신의철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는 병원과 협업해 코로나19 확진자의 혈액을 이용한 면역반응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확진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면역 과다 반응을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냈다. 백신은 아니지만 코로나19로 목숨이 위태로운 중증 환자를 살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치료제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연구진은 코로나19가 가을·겨울에 재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10월까지 후보물질을 찾아 임상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백신과 치료제 등 신약 개발 측면에서 우리보다 상당히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 유럽은 10여 년 전부터 산학연과 병원이 함께 협력하는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세계 최대 민관 신약 개발 협력체인 유럽 'IMI(Innovative Medicines Initiative)'는 지난달 로슈, 노바티스,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 13개가 참여하는 코로나19 치료제와 진단기술 개발을 위한 '패스트트랙' 연구 공모를 시작했다. IMI는 2008년부터 140여 개 산학연 협력을 기반으로 신약 R&D 프로젝트를 운영해온 노하우를 살려 신속하게 대응에 나서고 있다. 기존 IMI에 참여한 글로벌 제약사 및 공공연구기관이 보유한 항바이러스제 30여 개를 토대로 코로나19에 대한 효과를 확인하고 과거 수많은 임상을 진행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병원과 협업하며 최대한 빨리 임상시험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한국은 백신·치료제 개발과 관련한 경험이 부족할 뿐 아니라 국내 연구기관이 보유한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정보 접근·공유 체계가 미비하다. 지난 수년간 '오픈 이노베이션'이라는 이름으로 제약사, 대학, 정부출연연구소 간 협력이 진행됐지만 눈에 띌 만한 성과를 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상업성이 떨어지는 감염병은 백신을 제외하면 국내에는 실제 개발 전문 기업이 극소수에 불과할 뿐 아니라 공공 분야 연구비가 부족한 점, '블록버스터급' 신약 개발 경험이 부족한 점도 한계로 꼽힌다. 이 같은 한계를 빠르게 뛰어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계와 의료계의 협력이 보다 원활하게 진행돼야 한다. 신 교수는 "병원과 협력 연구를 통해 코로나19에 대해 세밀하게 알 수 있게 됐고, 과기계가 할 수 있는 부분을 보다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던 만큼 속도전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며 "향후 병원과 과기계 간 공동연구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족보행 로봇처럼 코로나19와 관련이 없어 보이는 기술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적극 활용하려는 시도도 필요하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자가격리자가 수만 명으로 늘어나자 이들에게 생필품을 배달하는 일에 많은 인력이 배치됐다. 명현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과학기술 뉴딜 정책 과제로 '자가격리자를 위한 물품 배송 로봇 시스템 기술 연구'를 제안했다. 이미 확보돼 있는 자율주행 기술을 사족보행 로봇과 융합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미국에서 치타 로봇을 개발한 경험이 있는 박해원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도 과제에 참여하기로 했다. 명 교수는 "배달하지 않을 때는 방역 일도 할 수 있다"며 "기초기술은 어느 정도 확보한 만큼 코로나19와 같은 사태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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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언택트(Untact·비대면)'가 삶의 양식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 분야도 마찬가지다. '온라인 교육'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같은 시공간에서 얼굴을 마주 보고 학습하는 것만이 더는 능사가 아니게 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물러난 이후 한국 사회 교육 풍토는 어떻게 변모할까.
'에듀테크(EduTech)'가 최근 재조명받고 있다. 말 그대로 '교육(education)'과 '기술(technology)'을 합친 것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 패러다임 변화를 꿰뚫는 신개념 용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온라인 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예컨대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SW),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3D 기술 등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폭넓게 활용해 학습자의 교육 효과를 최대화하자는 것이다.
조동호 KAIST 전기및전자공학과 교수 연구진은 가상 공간과 현실 공간이 동시에 존재하는 교육 현장이 머지않았다고 이야기한다. 온라인 교육은 온라인 교육대로, 오프라인 교육은 오프라인 교육대로 따로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른바 온·오프라인 공존 시스템 구축으로 교육 현장의 질을 극대화하고, 바이러스 사회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교육이 아닌 온라인 교육을 하고 있는데 온라인만 활용하면 리얼리티가 떨어져 학습 효과가 저하될 수밖에 없다"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공간이 공존해 서로를 보완해주는 교육 시스템이 향후 5~10년 내로 현실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오프라인 학습 현장을 중심에 두되 현장에 가서 수업을 듣는 학생과 온라인으로 해당 공간을 보며 듣는 학생이 공존하게 될 것"이라며 "온라인으로 듣는 학생이더라도 오프라인 현장에 좌석을 배치해 카메라 등 센서로 해당 위치에서 강의를 듣고 좌우 옆 학생과도 실시간으로 온라인 소통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 교수는 "이를 위한 국내 컴퓨터 시스템, 감식 센서, 강의 자동 녹취·인식·저장 시스템, 디스플레이 등 상당 부분 기술은 낱개로는 다 완성돼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화 '아바타'처럼 홀로그램 등 VR·AR 기술이 접목된 다차원 교육 현장도 가까운 미래에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스카이프나 줌 등 비디오 영상회의 시스템으로 멀리 떨어진 이들끼리 회의가 가능해진 만큼 VR·AR도 현재 구현 가능한 단계에 도달해 있다는 분석이다. 이성희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이미 기술력은 구비됐고 대중화하는 일만 남았다"며 "VR·AR 기술 구현을 위한 보조장치인 헤드마운티드디스플레이(HMD) 장치의 불편함 최소화, 사이즈 경량화 등이 이뤄질 시기를 감안하면 어림잡아 10년 내로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붕괴된 다차원 교육 현장이 일반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미국 데이터 연구 기업 홀론아이큐는 세계 에듀테크 산업 시장 규모가 2018년 1520억달러(약 177조9160억원)에서 2025년 3420억달러(약 400조3110억원)로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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