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27
`과학기술 뉴딜` 제안한 신성철 KAIST 총장 인터뷰
ICT·제조 강점에 BT 융합
항바이러스를 미래산업으로
◆ 바운스백 코리아 ⑦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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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KAIST에서 신성철 총장이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KAIST]
"위기지만 역설적으로 한국의 바이오·의료기술 수준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다. 정보통신기술(ICT)·제조 강국 장점을 살려 '항바이러스 산업'을 미래 신산업으로 키워야 한다."
신성철 KAIST 총장은 지난 23일 대전 KAIST에서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KAIST가 항바이러스 기술 중심의 '과학기술 뉴딜' 사업을 제안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은 코로나19 발발 초기 흔들리는 듯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앞선 수준의 방역 모범국으로 부상했다. 많은 나라가 한국의 진단키트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정도다. 글로벌 제약사가 즐비해 진입장벽이 높았던 미국과 유럽시장을 한순간에 뛰어넘었다.
신 총장은 "한국이 이 정도로 잘 해낼 거라고 생각지 못했다"며 "바이오·의료 산업이 반도체 이후 국가를 이끌어갈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겠다는 희망을 보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일본 정부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제외했다. 당장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한국의 핵심 산업 소재에 대한 수입이 제한됐다. 신 총장은 교수들 동의를 얻어 '소재부품장비(소부장)기술자문단'을 꾸렸다. 전문가들이 나서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타격을 받는 중소·중견기업을 돕겠다는 발상이었다.
신 총장은 당시를 '국가적 재난 사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코로나19는 재난을 넘어 '국가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KAIST는 과학기술연구 수행을 위해 설립된 과학기술특성화대학으로 병원이나 의대가 없다.
신 총장은 "KAIST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위기에 처했을 때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감염병 확산 초기 KAIST가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솔직히 감을 잡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진단키트가 수출되고,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많은 제약사가 뛰어드는 것을 보면서 결국 이 문제 해결의 주역은 과학기술자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KAIST에는 세계적인 과학자와 공학자가 많다. 신 총장은 "백신과 치료제를 만들려면 과학자들이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를 우선 수행해야 했고 마스크와 음압 병실 부족, 의료진의 방호복이 갖고 있는 단점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학자들이 필요했다"며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그동안 쌓아왔던 연구를 기반으로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필요한 기술들을 제안하면서 과학기술 뉴딜 사업의 초안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한국의 의료·바이오기술은 진단키트 수출과 함께 전 세계 관심을 받고 있다. 씨젠과 오상헬스케어 등이 개발하고 생산하는 진단키트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긴급사용승인을 받으면서 전 세계 많은 국가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어서다.
신 총장은 "의료선진국시장은 그동안 아시아 국가들에는 높은 장벽과 같았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의 수준 높은 의료·바이오기술을 알리고 시장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과학기술 뉴딜 정책의 성공과 의료·바이오 분야 신산업 창출을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수반되어야 한다. 신 총장은 가장 첫 번째로 의료계와 과학기술계의 소통·협업을 꼽았다. KAIST 교수들이 제안한 과학기술 뉴딜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기술을 토대로 정보기술(IT)과 생명과학기술(BT)을 융합하는 시도가 많다는 점이다. 신 총장은 "과학기술계와 의료계는 별도 영역이라 여겼는데 의료현장 문제를 파악하다보니 융합을 통해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많았다"며 "향후 코로나19 확진자들을 돌보는 병원 의료진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개발 초기 단계부터 산학연과 병원이 함께 참여한다면 많은 기술 상용화가 빠르게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협력을 통한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 총장은 "코로나19는 국경이 없고 각기 다른 나라에서 다양한 돌연변이가 발견되고 있는 만큼 한 나라가 정복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각국 데이터가 부족하니 서로 공유하며 함께 연구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은 현재 확진자 관리를 통해 많은 의료 데이터를 확보한 상황이다. 역분화줄기세포를 개발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야마나카 신야 일본 교토대 교수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고개를 숙여서 코로나19 데이터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신 총장은 "바이오·의료 분야에서 한국이 주도적으로 글로벌 협력 연구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기회"라며 "각국이 데이터를 서로 공유하는 글로벌 연대가 강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우리 사회는 많은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연구개발(R&D) 시스템 또한 마찬가지다.
과거 한국 과학기술계는 '추격형 연구가 많다' '융합이 되지 않는다' '정권마다 유행하는 연구를 좇는다' 등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신 총장은 "정부의 많은 노력으로 R&D 시스템은 점점 선진화되고 있다"면서도 "코로나19로 긴박함·절박함을 느낀 만큼 패러다임 시프트가 보다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이른바 'BFO'로의 전환이다. 'Best(최고)' 'First(첫 번째)' 'Only(유일)'의 앞 글자를 딴 BFO에 따라 R&D 과제가 선정되고 정부는 연구자들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블록펀딩(정부가 연구자에게 연구 방향과 총액만 결정해 지원하고 자율적으로 집행)' 방식 연구비 지원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신 총장은 "'파괴적 혁신'을 위해서는 기초과학에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과학자가 발견한 이론을 토대로 공학자가 실생활에 응용하려는 시도도 많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 총장은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가장 큰 변화로 '과학기술자'에 대한 신뢰를 꼽았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가 일으킨 팬데믹이 전 세계를 휘청거리게 할 수 있음을 배운 만큼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는 바이러스를 잘 이겨내는 국가가 선진국이고 세계를 이끌어 갈 수 있다. 신 총장은 "결국 과학자와 공학자가 그 중심에 있을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19를 통해 과학기술자를 더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 He is…
△1952년 대전 △서울대 응용물리학과 △KAIST 고체물리학 석사 △미국 노스웨스턴대 재료물리학 박사 △미국 이스트먼코닥연구소 수석연구원 △KAIST 기획처장·부총장 △고등과학원 설립추진단장 △한국물리학회장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초대·2대 총장 △한국연구재단 정책자문회 위원장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세계경제포럼 4차산업혁명센터 자문위원
[대전 =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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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뉴딜` 제안한 신성철 KAIST 총장 인터뷰
ICT·제조 강점에 BT 융합
항바이러스를 미래산업으로
◆ 바운스백 코리아 ⑦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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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KAIST에서 신성철 총장이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KAIST]
"위기지만 역설적으로 한국의 바이오·의료기술 수준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다. 정보통신기술(ICT)·제조 강국 장점을 살려 '항바이러스 산업'을 미래 신산업으로 키워야 한다."
신성철 KAIST 총장은 지난 23일 대전 KAIST에서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KAIST가 항바이러스 기술 중심의 '과학기술 뉴딜' 사업을 제안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은 코로나19 발발 초기 흔들리는 듯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앞선 수준의 방역 모범국으로 부상했다. 많은 나라가 한국의 진단키트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정도다. 글로벌 제약사가 즐비해 진입장벽이 높았던 미국과 유럽시장을 한순간에 뛰어넘었다.
신 총장은 "한국이 이 정도로 잘 해낼 거라고 생각지 못했다"며 "바이오·의료 산업이 반도체 이후 국가를 이끌어갈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겠다는 희망을 보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일본 정부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제외했다. 당장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한국의 핵심 산업 소재에 대한 수입이 제한됐다. 신 총장은 교수들 동의를 얻어 '소재부품장비(소부장)기술자문단'을 꾸렸다. 전문가들이 나서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타격을 받는 중소·중견기업을 돕겠다는 발상이었다.
신 총장은 당시를 '국가적 재난 사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코로나19는 재난을 넘어 '국가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KAIST는 과학기술연구 수행을 위해 설립된 과학기술특성화대학으로 병원이나 의대가 없다.
신 총장은 "KAIST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위기에 처했을 때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감염병 확산 초기 KAIST가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솔직히 감을 잡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진단키트가 수출되고,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많은 제약사가 뛰어드는 것을 보면서 결국 이 문제 해결의 주역은 과학기술자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KAIST에는 세계적인 과학자와 공학자가 많다. 신 총장은 "백신과 치료제를 만들려면 과학자들이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를 우선 수행해야 했고 마스크와 음압 병실 부족, 의료진의 방호복이 갖고 있는 단점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학자들이 필요했다"며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그동안 쌓아왔던 연구를 기반으로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필요한 기술들을 제안하면서 과학기술 뉴딜 사업의 초안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한국의 의료·바이오기술은 진단키트 수출과 함께 전 세계 관심을 받고 있다. 씨젠과 오상헬스케어 등이 개발하고 생산하는 진단키트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긴급사용승인을 받으면서 전 세계 많은 국가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어서다.
신 총장은 "의료선진국시장은 그동안 아시아 국가들에는 높은 장벽과 같았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의 수준 높은 의료·바이오기술을 알리고 시장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과학기술 뉴딜 정책의 성공과 의료·바이오 분야 신산업 창출을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수반되어야 한다. 신 총장은 가장 첫 번째로 의료계와 과학기술계의 소통·협업을 꼽았다. KAIST 교수들이 제안한 과학기술 뉴딜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기술을 토대로 정보기술(IT)과 생명과학기술(BT)을 융합하는 시도가 많다는 점이다. 신 총장은 "과학기술계와 의료계는 별도 영역이라 여겼는데 의료현장 문제를 파악하다보니 융합을 통해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많았다"며 "향후 코로나19 확진자들을 돌보는 병원 의료진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개발 초기 단계부터 산학연과 병원이 함께 참여한다면 많은 기술 상용화가 빠르게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협력을 통한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 총장은 "코로나19는 국경이 없고 각기 다른 나라에서 다양한 돌연변이가 발견되고 있는 만큼 한 나라가 정복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각국 데이터가 부족하니 서로 공유하며 함께 연구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은 현재 확진자 관리를 통해 많은 의료 데이터를 확보한 상황이다. 역분화줄기세포를 개발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야마나카 신야 일본 교토대 교수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고개를 숙여서 코로나19 데이터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신 총장은 "바이오·의료 분야에서 한국이 주도적으로 글로벌 협력 연구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기회"라며 "각국이 데이터를 서로 공유하는 글로벌 연대가 강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우리 사회는 많은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연구개발(R&D) 시스템 또한 마찬가지다.
과거 한국 과학기술계는 '추격형 연구가 많다' '융합이 되지 않는다' '정권마다 유행하는 연구를 좇는다' 등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신 총장은 "정부의 많은 노력으로 R&D 시스템은 점점 선진화되고 있다"면서도 "코로나19로 긴박함·절박함을 느낀 만큼 패러다임 시프트가 보다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이른바 'BFO'로의 전환이다. 'Best(최고)' 'First(첫 번째)' 'Only(유일)'의 앞 글자를 딴 BFO에 따라 R&D 과제가 선정되고 정부는 연구자들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블록펀딩(정부가 연구자에게 연구 방향과 총액만 결정해 지원하고 자율적으로 집행)' 방식 연구비 지원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신 총장은 "'파괴적 혁신'을 위해서는 기초과학에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과학자가 발견한 이론을 토대로 공학자가 실생활에 응용하려는 시도도 많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 총장은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가장 큰 변화로 '과학기술자'에 대한 신뢰를 꼽았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가 일으킨 팬데믹이 전 세계를 휘청거리게 할 수 있음을 배운 만큼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는 바이러스를 잘 이겨내는 국가가 선진국이고 세계를 이끌어 갈 수 있다. 신 총장은 "결국 과학자와 공학자가 그 중심에 있을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19를 통해 과학기술자를 더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 He is…
△1952년 대전 △서울대 응용물리학과 △KAIST 고체물리학 석사 △미국 노스웨스턴대 재료물리학 박사 △미국 이스트먼코닥연구소 수석연구원 △KAIST 기획처장·부총장 △고등과학원 설립추진단장 △한국물리학회장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초대·2대 총장 △한국연구재단 정책자문회 위원장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세계경제포럼 4차산업혁명센터 자문위원
[대전 =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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