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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F 운용사가 재벌?…"국민연금 한시적 투자금도 회사 자산?"…PEF 규제 강화 ‘논란’ IMM인베스트먼트, PEF 운용사 최초 공정위 규제"PEF 특수성 고려하지 않아" 지적.낡은 '대기업집단 지정제'..

Bonjour Kwon 2020. 5. 5. 07:06
2020.05.05.
ㅡ. 공시 대상 집단은 공정거래법상 대규모 내부 거래 공시, 비상장 회사 중요사항 공시, 기업 집단 현황 공시, 주식 소유 현황 공시 등 각종 외부 공시·신고 의무를 져야 한다. 총수 일가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도 금지
'조국펀드' 논란에 감독 강화…업계도 예의주시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기업을 사고팔아 차익을 남기는 ‘경영 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 업계가 최근 정부 동향을 바짝 주시하고 있다. 여러 투자 회사를 지배하는 PEF 운용사를 재벌 그룹과 같은 경제력 집중 억제 대상으로 지정하는 등 정부의 사모펀드 정책 방향이 규제 완화에서 강화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 때문이다.

◇PEF 운용사가 재벌?…공정위, IMM에 관련 규제 첫 적용


김정각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정책관이 지난 2월 14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사모펀드 제도 개선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가 내놓은 규제 강화 방안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발단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발표였다.

공정위는 앞서 지난 1일 IMM인베스트먼트를 PEF 운용사 중 최초로 ‘공시 대상 기업 집단’으로 지정했다. 공시 대상 기업 집단이란 재벌 그룹의 독점이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막기 위해 만든 제도다. 공시 대상 집단은 공정거래법상 대규모 내부 거래 공시, 비상장 회사 중요사항 공시, 기업 집단 현황 공시, 주식 소유 현황 공시 등 각종 외부 공시·신고 의무를 져야 한다. 총수 일가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도 금지한다.

IMM이 공시 대상 집단으로 지정된 것은 계열사의 자산 총액이 법상 지정 기준인 5조원을 넘는 6조5000억원(지난해 말 기준)이어서다. 지금까지는 PEF 운용사에 공정거래법 규제를 적용한 전례가 없었다. 대다수 운용사가 개인 최대 주주 없이 공동 대표 여러 명이 지분 10~15%씩을 나눠 갖는 구조인 데다, 이미 금융 관련 법의 규제를 적용받는 금융회사여서 중복 규제를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IMM의 경우 지배 구조의 꼭대기에 있는 회사가 금융사가 아닌 컨설팅회사이고 지성배 대표가 이 회사 지분 42.76%를 보유한 개인 최대 주주라는 점을 들어 공정거래법 규제를 적용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그룹을 지배하는 총수(동일인)인 것처럼 지 대표가 전체 IMM 계열사의 사실상 개인 총수라는 얘기다.

◇“외부 투자금도 운용사 자산에 포함”…획일적 규제에 실효성 논란




문제는 규제의 실효성이다.

PEF 운용사는 국민연금 등 기관 투자가로부터 펀드 투자금을 받아서 주로 비상장 기업의 주식을 10% 이상 사들여 경영권을 확보하고 5~8년 뒤 지분을 되팔아 차익을 남긴다. 투자자에게 약속한 기간 동안 자금을 굴려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주력 사업인 셈이다.

공정위는 ‘기업 집단 IMM’의 총자산을 계산할 때 IMM이 지분 30% 이상을 보유한 최다 출자자이거나 실질적인 지배력을 가진 투자 대상 기업의 자산뿐 아니라 개별 펀드 투자금까지 모두 합산했다. 국민연금·공제회 등 외부 기관 투자가가 펀드에 넣은 돈까지 IMM의 자산으로 계산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펀드 투자금은 운용 기간이 끝나면 기관이 다시 회수해가는 만큼 PEF 운용사의 자산으로 간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기업 인수와 매각을 목적으로 설립한 PEF의 성격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 자산 총액만 보고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다.

자산이 중복으로 계산되는 문제도 있다. 예를 들어 A펀드의 자금 100억원으로 B기업의 주식 100억원어치를 샀다면 A펀드와 B기업 자산을 합산할 땐 중복된 100억원을 자산에서 빼야 한다. A펀드 돈을 B기업으로 옮긴 것에 불과해서다. 하지만 이런 고려 없이 200억원을 모두 IMM의 자산으로 반영한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 집단을 지정하는 것은 과도한 계열사 확대에 의한 폐해를 방지하려는 것”이라며 “자산 중복 계산 문제를 없애기 위해 지배기업과 종속기업을 회계 장부상 한 회사로 간주할 경우 계열 확장에 따른 영향을 파악하기가 어려워져 PEF가 아닌 일반 기업도 계열사 자산을 단순 합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획일적인 규제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예컨대 공정위는 이번에 IMM 외에도 대우건설(047040)을 공시 대상 기업 집단보다 강화한 규제를 적용하는 ‘상호 출자 제한 기업 집단’으로 신규 지정했다. 자산 10조원이 넘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대우건설의 경우 지난해부터 일부 회계 기준이 바뀌면서 장부상 부채가 급증한 것이 자산 증가의 원인이 된 사례다.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이 지분 50.75%를 보유한 사실상의 준공기업이고 시장 독점, 문어발식 사업 확장 등과는 무관한 회사인데도 더 센 규제를 적용받게 된 셈이다.

◇금융위도 PEF 운용사 검사 등 감독 강화 추진

PEF 규제 강화에 나선 것은 공정위뿐만 아니다. 금융위원회도 지난달 말 사모펀드 대책의 하나로 PEF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현행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개인의 PEF 투자를 금지하고, 펀드 운용 인력의 자격 요건을 두는 등 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 금융 당국이 PEF 운용사를 직접 검사할 수 있도록 법 규정도 새로 만든다. 지금은 금융감독원이 개별 펀드만 검사할 수 있지만 앞으로 당국 입김이 대폭 강화하는 것이다.

PEF 개인 투자 금지, 운용사 검사 권한 신설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금융위는 이번 20대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추가 규제 강화 방안을 담은 새 법 개정안을 21대 국회에 다시 제출할 계획이다. 새 법안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 펀드’ 논란 등을 고려해 PEF의 등록 문턱을 높이고 정부 보고와 점검을 강화하는 내용 등이 추가로 담긴다.

물론 법 개정안에 PEF 규제를 죄는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PEF가 기업에 투자할 때 의결권 있는 주식을 최소 10% 이상 매입해 6개월 이상 보유해야 한다는 기존 규제를 없애고, 펀드의 대출을 허용하는 방안 등을 포함했다. PEF의 대기업 투자 문턱이 낮아지고 단순 지분 인수뿐 아니라 다양한 방식의 투자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반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면서도 사모펀드 운용의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것이 일관된 정책 방향”이라고 했다.

업계는 정부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 PEF 시장은 정부의 자본 육성 의지에 힘입어 지난 2009년 110개에 불과했던 펀드 수가 2018년 583개로 5배 이상 급증했다. 이 같은 고속 성장세에 규제 강화가 다시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것이다.

PEF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정부 정책의 영향이 크지 않지만 앞으로 당국의 검사 등을 받게 되면 아무래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오 (pjo2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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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젠 사모펀드까지…낡은 '대기업집단 지정제' 확 바꿔야
2020.05.05.

공정위 "IMM 최대주주 지분율 높다" 첫 지정
IT기업도 잇단 규제…혁신·구조조정 위축 우려
30년 넘은 규제, 글로벌 기업환경 변화 못 따라가
공정거래위원회가 사모펀드(PEF)까지 공시의무 및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규제를 적용하는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에 지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자산규모 6조3000억원(작년 말 기준)인 IMM인베스트먼트에 대해 대규모 내부거래 및 기업집단 현황 공시, 주식소유 현황 신고 등의 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자산 10조원 이상이면 여기에 상호·순환출자 금지 및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규제 등이 추가된다.

PEF업계 1위 MBK파트너스(자산 약 24조5000억원)가 아니라 IMM을 대기업집단 규제대상에 포함시키면서 공정위가 든 이유는 두 가지다. 주요 주주들이 고르게 지분을 분산소유한 다른 PEF와 달리 IMM은 확실한 최대주주(지분율 42.7%)가 있다는 점,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되는 금융·보험이 아니라 컨설팅업으로 등록돼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사모펀드를 이런 이유로 성격이 확연히 다른 일반 대기업집단과 동일하게 규제하는 게 맞는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1986년 도입된 대기업집단 지정제도의 취지는 지나친 경제력 집중을 막는다는 것이었다. IMM이 투자한 기업이 79개사에 달하고, 이 중 일부 업체의 최대주주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는 업종에 상관없이 가치가 떨어진 기업의 지분을 사들인 뒤 가치를 높여 되파는 PEF의 성격상 당연한 결과라는 게 투자은행(IB) 업계의 설명이다. ‘코로나 쇼크’로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사업재편 수요가 급증하는 판국에, PEF에까지 이런 족쇄를 채우는 게 무슨 실익이 있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매년 이맘때 발표되는 공정위의 대기업 및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은 최근 수년간 계속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PEF뿐 아니라 카카오·네이버처럼 과거에 없던 플랫폼 기업이 연이어 등장하는데 30년 넘은 낡은 규제를 기계적으로 적용하고 있어서다. IT 분야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특성상 대개 지주회사 형태의 간결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고, 상호·순환출자 등의 문제도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런데도 획일적 규제에는 예외가 없다. 대기업집단 현황 신고 때 일부 계열사를 누락했다는 이유로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검찰에 고발까지 당했던 네이버가 그런 사례다.

기존 대기업집단 규제도 타당성·실효성에 문제가 많기는 마찬가지다. 국내 대기업이라야 세계시장에서 중소 규모에 불과하고, 강자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데 조금만 덩치가 커지면 다른 나라에 없는 ‘갈라파고스 규제’에 번번이 막히는 게 현실이다. 기업이 성장을 주저하는 ‘피터팬 증후군’이 생겨나고, 국내 투자가 더 어려워지는 이유다.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기존 규제들도 과감히 풀어야 할 정부가 ‘규제 근본주의’에 빠져 기업의 투자와 혁신을 가로막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참에 대기업집단 규제에 대해 전면 재점검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