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EF

M&A펀드 4조 신규장전…코로나發 급매물 노린다.PEF 출자액1분기에만 4조 늘어 총 88조전년 증가분대비 3.8배나 '쑥'

Bonjour Kwon 2020. 5. 13. 06:06

2020.05.12
국내 경영참여형PEF 출자액
1분기에만 4조 늘어 총 88조
전년 증가분대비 3.8배나 '쑥'

코로나로 흔들리는 기업들
저가 인수대상으로 보는듯

5년 이상 장기투자 특성상
전염병 사태 큰 문제로 안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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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자본시장이 움츠러들었던 1분기에도 경영 참여형 사모투자펀드(PEF)의 신규 출자액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PEF운용사의 경우 5~10년의 장기투자 전략을 활용해 수익을 내기 때문에 단기 이슈인 코로나19의 영향은 비교적 크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오히려 경영난이나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급매물로 나온 기업을 저가에 인수할 수 있는 기회를 노린 자금들이 대거 들어왔다는 해석도 나온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국내 경영 참여형 PEF의 출자약정액은 총 88조4679억원으로 지난해 말 기준 84조2767억원에 비해 3개월 만에 4조1912억원 늘어났다. 이는 지난해 1분기 증가분인 1조1085억원의 3.8배에 가까운 수치이며 지난해 1년간 증가분인 9조7523억원의 43% 수준이다. 또 1분기 말 기준 경영 참여형 PEF 개수는 761개로, 지난해 말 대비 40개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펀드레이징(자금 모집)은 매년 그 시점이 상이해 분기 간 단순 비교는 어렵다. 그럼에도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자본시장의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됐던 1분기의 약정액 증가분이 전년 동기 대비 크게 늘어났고 2019년 1년 전체 약정액 증가분의 40%를 훌쩍 넘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시장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일부 인수·합병(M&A) 딜의 절차가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등의 영향은 있었지만 장기투자가 기본인 사모펀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출자약정액 규모 3000억원 이상의 한 중형 PEF 대표는 "헤지펀드 등은 시장에 쇼크가 발생하면 단기간에 매수·매도를 통해 수익 창출이 가능하지만 경영 참여형 PEF는 보통 인수 검토에만 5~6개월이 걸린다"며 "코로나19 사태의 M&A 영향은 생각보단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경영난이나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급매물'들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PEF 출자약정액이 함께 늘어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사업의 핵심 역량은 유지하고 있지만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경영에 참여해 기업 가치를 높인 다음 매각 차익을 노리는 사모투자펀드의 특성상 현 상황은 저가의 M&A 매물에 투자할 수 있는 호기로 간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5년 이상의 장기투자를 기본으로 하는 PEF에 코로나19 사태는 비교적 단기 이슈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 오히려 저가에 투자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수 있기 때문에 펀드레이징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투자자금 공급 측면에서도 같은 이유로 주요 출자자(LP)들의 경영 참여형 펀드에 대한 출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송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연기금이나 공제회 등의 입장에서 대체투자시장 중 부동산·인프라·벤처 투자 전망이 점차 어두워지는 상황에서 경영 참여형 PEF에 대한 출자는 매력적인 투자 기회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스톤브릿지캐피탈은 1월 말 2100억원 규모의 경영 참여형 PEF에 이어 2월 말에도 약 1050억원 규모의 펀드 결성에 성공했다. 스톤브릿지캐피탈 관계자는 "언택트와 클라우드, 헬스케어 등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관련된 투자 전략에 대해 LP에 적극적으로 설명한 전략이 유효했다"며 "경영난이나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에 대한 저가 인수 가능성 역시 펀드레이징의 화두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듬해 투자의 수익률이 좋다는 사실은 이미 2008년 금융위기 때 경험을 통해서도 학습된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맥쿼리자산운용 역시 코로나19 여파가 한창이던 2월 말 4000억원 규모의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즈공동투자제1호' 펀드 설립에 성공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투자처가 정해져 있는 펀드인 데다 맥쿼리자산운용의 인프라 투자 트랙레코드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커 무리 없이 펀드레이징을 마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와는 무관하게 지배구조 개혁과 4차 산업혁명 등으로 국내 PEF 시장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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