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집적지 '판교' 외 과천에도 사옥 마련에 주력
IT계 사옥 열풍은 글로벌 기업도 마찬가지…애플·구 2020-05-10 01:00
넷마블이 한국산업단지공단과 건립 중인 구로구 소재 신사옥 'G밸리 지스퀘어' 이미지. 사진=넷마블
코로나19로 경기 불황이 예상되는 시기지만, 주요 IT 기업들이 경기도 판교, 과천 등 일부 지역에 신사옥을 짓거나 부지 확보·개발에 나서고 있다. 온라인 기반 서비스로 코로나19 여파를 비껴갈 수 있었고, 다른 산업 분야 대비 성장세가 가팔라 업무 공간 부족 현상도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카카오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경기도 판교 알파돔시티 6-1블록에 신축 중인 건물의 10년 책임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신사옥 마련은 아니지만, 그간 판교 일대 흩어져 있던 10여 개의 카카오 계열사들이 모두 모일 공간 확보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재 카카오는 제주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각 계열사들은 판교 일대 각기 다른 사무공간에 흩어져 있는 상황이다. 이들 계열사는 내후년 5월쯤 입주할 예정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통합 오피스를 활용해 공동체간 업무 협업 시너지를 높일 수 있고, 지속해서 성장하는 기업인만큼 기업 규모에 대비한 공간 확보가 가능하게 됐다”고 밝혔다.
카카오 외에도 최근 추가 공간 마련 혹은 신사옥 건설에 집중하고 있는 IT 기업들은 여럿 있다. IT 분야 기업들의 신사옥 마련은 인력 확충에 따른 공간 확보와 R&D 분야 등 투자 확대 목적으로 풀이된다. IT 업계는 팀 간 협업이 중요한 산업군 중 하나로, 직원들이 쾌적한 업무 환경 아래 협업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사무 공간 마련을 중요시한다. 그간 국내 IT기업들의 집합체로 알려진 경기도 판교 일대는 물론, 과천 등에도 IT기업들의 신사옥 건립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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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네이버가 발표한 제2사옥 '로봇 친화형 빌딩' 이미지. 사진=네이버
직원 1만 명 이상을 보유한 네이버의 경우 현재 사옥 ‘그린팩토리’ 인근 부지에 두 번째 사옥을 짓고 있다. 제2 사옥은 로봇, 자율주행, AI, 클라우드 등 모든 기술이 연결된다는 테크 컨버전스 빌딩을 지향한다. 최첨단 서비스 로봇과 AI 시스템을 활용해 공간이 인간의 비서가 된다는 콘셉트다.
최근 엔씨소프트 역시 성남시 판교구청 예정용지 공개 매각에 매입 의사를 밝혔으며 성남시와 매각 관련 논의를 이어나가고 있다. 연면적 약 2만5719.9㎡, 감정평가액은 8094억 원이다. 해당 부지는 판교역 인근의 마지막 대형 매물로 알려졌다. 그간 숱한 기업들이 매입을 위해 출사표를 던졌지만, 매번 결렬돼 온 곳이다. 엔씨는 신사옥 마련을 통해 현 사옥의 공간 부족 현상을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엔씨는 지난해에만 약 300명의 사원을 증원했다. 지난해 기준 엔씨의 직원 수는 3755명이다.
펄어비스는 입주했던 경기도 안양시 ‘아리온 테크놀로지’ 건물을 206억 원에 매입했다고 지난달 공시했다. 아울러 경기도 과천 지식정보타운에도 별도 사옥을 짓고 있다. 1300억 원 규모며 오는 2022년 완공이다. 펄어비스 역시 인력 증가로 공간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펄어비스 관계자는 “직원들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면서 “개발 공간과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공간 확보 필요성이 있어 현재 임대하고 있는 건물을 매입했다”고 밝혔다.
서울시 구로구에 위치한 넷마블은 현재 사옥 근처에 신사옥을 건축 중이다. ‘G밸리 지스퀘어’라고 불리는 해당 건축물은 4000억 원이 투자돼 지상 39층 지하 7층으로 구성되며 올해 말 완공될 예정이다. 사옥에는 넷마블 외에도 다양한 IT˙·디지털 콘텐츠 기업들이 입주할 계획이며 주민 편의 시설도 다수 보유해 지역 랜드마크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인수한 코웨이 인력 역시 신사옥으로 옮겨올 가능성도 있다. 한편, 넷마블 역시 과천 지식정보타운 개발사업에 참여, 오는 8월 지하 6층, 지상 15층 연면적 12만 9000㎡ 규모의 건물 착공에 들어간다. 해당 건물은 AI 기반 R&D 센터로 운영될 계획이다.
■ "인재 확보가 곧 성장 동력"…글로벌 IT 기업도 '혁신 사옥' 강조
코로나19로 공간 제약 없이 업무할 수 있는 '언택트' 문화가 확산되는 가운데서도, IT기업들은 사옥 마련에 열심인 상황이다. IT기업이 사옥 마련에 주력하는 이유는 직원들이 한 데 모여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시행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선 쾌적한 업무 공간 조성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최첨단 기술이 기반인 IT 업종 특성상 유수 인재가 결국 그 회사의 자산이 된다. 이들이 업무에 집중하고, 기업을 위한 신기술 개발이나 아이디어 실행을 끌어올리도록 별도 공간을 마련해주는 일은 기업 성장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인 셈이다. 글로벌 기업들 역시 기업 고유 특성과 비전을 반영한 사옥 마련에 예전부터 신경을 써왔다.
세계적인 IT 기업인 애플, 구글, 페이스북도 각 사의 특성을 담은 사옥으로 유명하다. 애플 창업자인 고 스티브 잡스의 마지막 유산이라고 불리는 애플의 제 2사옥 '애플 파크'는 당시 100여곳에 분산돼 일하고 있던 1만2000여명이 직원을 한 데 모으는 역할을 수행했다.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내 위치한 사옥은 전체 면적 중 녹지가 80%에 달하며, 우주선 모양의 건물에 유리를 쌓아올린 외관으로 자연과 건물의 경계를 모호하게 한 친자연적 콘셉트가 특징이다.
구글 역시 샌프란시스코 마운틴뷰 내 120여개 건물이 마치 대학 캠퍼스처럼 들어서있는 드넓은 사옥을 보유했다. 구글은 임직원들을 위한 건강하고, 행복하고, 생산성 높은 업무환경 제공을 위해 이같은 사옥을 마련했다고 알려졌다. 페이스북의 캘리포니아 멘로파크 내 사옥은 실용적이지만 탁트인 개방형 공간이 특징이다.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과 창의성 제고를 끌어내기 위해서다.
박수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sh@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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