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27 23
◆ 사설인증 시장 무한경쟁 ◆
1999년부터 21년간 본인인증 시장을 독점했던 공인인증서가 폐지되면서 민간 인증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이용자가 원하는 인증서를 골라 쓸 수 있게 되자 금융권과 핀테크 기업, 통신사는 물론 네이버·카카오 등 정보기술(IT) 플랫폼 기업까지 '자체 인증서'를 내놓고 시장 선점에 나섰다. 전자서명법 개정안은 지난 20일 국회를 통과했고 시행령 개정을 앞두고 있다.
공인인증서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절대강자가 없는 '춘추전국시대'가 열리면서 초반 경쟁 결과에 따라 민간 인증 시장의 큰 윤곽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유력한 후보로 이동통신 3사의 패스(PASS) 앱을 꼽고 있다. 총 6000만명에 달하는 스마트폰 가입자를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4500만명의 카카오톡 가입자를 기반으로 한 카카오페이, 이용자 1000만명을 돌파한 금융권 중심의 토스도 유력한 경쟁 후보다. 이 가운데 IT 공룡기업 네이버가 민간 인증 시장에 본격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처럼 민간 인증 시장 경쟁 구도는 크게 두 줄기로 나뉜다. 이통3사·카카오·네이버 등 IT사업자와 KB은행·IBK기업은행·삼성화재 등 금융권이다. 유니콘으로 떠오르는 핀테크 기업들도 간편한 인증 절차를 무기로 가입자를 늘리고 있다.
IT 업계와 금융권이 민간 인증 시장에 앞다퉈 뛰어드는 것은 인증 산업이 4차 산업혁명 인프라스트럭처의 문을 여는 '열쇠'와 같기 때문이다. 국내 전자인증서 시장 규모는 700억원대에 불과하지만 현재 '무주공산'이 된 이 시장을 선점할 경우 많게는 수십~수백 배의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 보안 업계 전문가는 "카카오나 네이버 기업가치가 급성장하는 건 그 플랫폼 안에서 쇼핑·금융 등 대부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전자서명 시장을 선점하면 이런 플랫폼 구축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인증서 사용이 금융거래 등으로 제한적이지만 향후 보다 많은 일상 업무가 디지털화하고 그 첫 관문이 '본인인증'이 될 것인 만큼 이를 선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본인인증 시장을 잡으면 수수료 수입 증대와 사업 모델 확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급성장이 예상되는 데이터 산업, 블록체인, 보안 산업과 시너지 효과를 노릴 수도 있다. 글로벌 다중 인증 시장 규모는 6조원 수준이며, 2025년에는 25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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