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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퍼스트 외치며…일은아날로그?"美기업 90% 디지털전환 시도디지털 업무방식 몰라 좌절`오프라인 강자` 디즈니서비스나우 도움 받아5개월만에 스트리밍 서비스넷플릭스와 디지털경쟁

Bonjour Kwon 2020. 6. 9. 06:46
[실리콘밸리 리포트] 빌 맥더모트 서비스나우 CEO "디지털 퍼스트 외치며…일은 아날로그?"
`오프라인 강자` 디즈니
서비스나우 도움 받으며
5개월만에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와 디지털 경쟁

신현규 기자
입력 2020.06.09 04:01

빌 맥더모트 서비스나우 CEO. [사진 출처 = 서비스나우 이벤트 캡처]
"포천 500에 포함되는 미국 기업의 90%가 디지털 퍼스트를 해야 한다고 외칩니다. 그러나 그들이 모르는 것은 디지털 퍼스트가 되기 위해 일하는 방식(Work Flow)입니다."

실리콘밸리의 유명인사 중 한 사람인 빌 맥더모트 서비스나우 대표(전 SAP 대표)가 3일(현지시간) 자사 이벤트 '날리지2020'에서 한 말이다. '디지털 퍼스트'라는 단어는 2010년대 초반부터 언론 지상을 장식했지만 실제 디지털 중심으로 회사가 탈바꿈한 곳은 많지 않다. 맥더모트 최고경영자(CEO)는 그 이유가 디지털로 일하는 방식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기업이 사내 정보기술(IT) 솔루션을 기록용 시스템(System of Record)에서 행동형 시스템(System of Action)으로 바꾸고 싶어한다"며 "하지만 정작 그걸 하려다 보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업무를 진행하는 방식 자체가 디지털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 때문에 디지털로 전환하려면 일하는 방식의 대대적 개혁이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그는 주장한다. 그가 CEO로 있는 '서비스나우'는 기업들이 일하는 업무 방식을 클라우드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기업 간 거래(B2B) 소프트웨어 회사다.

예를 들어 디즈니는 오프라인으로 테마파크를 운영하고, 오프라인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전통적 아날로그 기업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넷플릭스와 같은 디지털 기술의 강자들이 들어오자 경쟁이 시작됐다. 급기야 넷플릭스처럼 스트리밍이 가능한 '디즈니+'라는 상품을 내놓기로 결정했지만, 이를 실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CEO들은 방향 설정까지 할 수 있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집행하려 할 때 디지털 전문지식이 없기 때문에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댄 슈밋 디즈니 스트리밍 서비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날 '날리지2020' 기조연설에 참가해 "우리는 5개월 만에 스트리밍 서비스를 완성해야만 했다"며 "서비스나우의 솔루션을 통해 일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불가능한 목표였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맥더모트 CEO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디즈니는 테마파크가 문을 닫는 등 큰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고, 그 와중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야 했다"며 "단기간에 빠른 디지털 전환을 실행할 수 있었다는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서비스나우는 이날 몇몇 자사 서비스를 시연했다. 예를 들어 직원들이 일하다가 소프트웨어에 문제가 생기면 인공지능 음성비서가 이를 즉각 해결해주는 솔루션을 보여줬고, 관리자가 지국별로 직원들의 데이터를 체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대시보드 기능도 선보였다.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서광을 비춰주는 부분이 있다면 그건 기업들이 인재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아가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과 같은 실리콘밸리 IT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확대하고 인재들에 대한 대우를 코로나 사태 이후 오히려 늘리고 있는 이유도 핵심 인재들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맥더모트 CEO는 2002년 독일계 소프트웨어 회사인 SAP의 미국법인장으로 취임한 이후 2010년 글로벌 공동 CEO까지 올라간 인물. 이후 2014년에는 단독 CEO로 올라서며, 독일 증시에 상장된 기업 CEO 중에서는 최고 연봉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작년 10월 그는 SAP를 떠났지만, 그가 CEO로 일했던 2010년부터 2019년까지 SAP의 기업가치는 4배 상승했다.

[실리콘밸리 = 신현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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