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25
국무회의서 속전속결 통과
재계"코로나 상처에 소금뿌려"
◆ 코로나 재확산 쇼크 ◆
코로나19 사태로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크게 악화한 가운데 정부가 재벌개혁·경제민주화의 칼을 다시금 뽑아 들어 논란이 일고 있다.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제 폐지 등 규제 강화 내용을 담은 이른바 '공정경제 3법' 관련 제정안이나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이르면 이달 중에 국회에 제출될 전망이다.
재계에선 코로나19로 입은 상처에 '기업 옥죄기 법안'이라는 소금을 뿌리는 조치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재계는 그동안 공정경제를 앞세운 법안이 결과적으로 기업 자율성을 저해하고 경영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부를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사실상 원안을 그대로 밀어붙였다. 국회에는 176석을 보유한 거대 여당 더불어민주당이 버티고 있는 만큼 정부안 그대로 입법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25일 법무부·공정위·금융위원회는 상법 일부 개정안,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을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공정경제 3법을 통해) 기업 지배구조가 개선되고 대기업집단의 부당한 경제력 남용이 근절되며, 금융그룹의 재무건전성이 확보되는 등 공정경제의 제도적 기반이 대폭 확충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다중대표소송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자회사 이사가 임무를 게을리하거나 위법 행위를 해서 자회사에 손해를 끼치면 모회사 주주가 그를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된다. 또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는 앞으로 이사 선출 단계에서부터 다른 이사들과 분리 선임해야 한다. 상장회사의 감사위원 선임·해임과 관련해 최대주주는 특수관계인을 합산해 3%, 일반주주는 3%를 초과하는 주식에 대해 의결권이 제한된다.
업계는 이들 조항이 기업 경영권을 크게 위협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 수익을 노리는 외국 투기 자본이 모회사 지분을 취득해 자회사 경영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고, 경영권을 노린 소송도 급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감사위원 분리 선출은 기관투자가에게 선임권을 넘기는 결과를 낳고, 이는 기관투자가가 직접 경영에 개입할 가능성을 높인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가격 담합, 공급 제한, 입찰 담합 등 경성 담합(중대 담합) 사건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 없이 검찰이 기소할 수 없도록 하는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한 과징금 상한선도 2배 높였다. 대기업집단 사익 편취 규제 대상이 되는 총수 일가의 지분 기준도 현행 상장 30%, 비상장 20%에서 20%로 일원화하고, 이들이 50%를 초과해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대상에 포함한다.
금융그룹감독법은 비(非)지주 그룹에 대한 정부 감독 강화를 골자로 한다. 제정안에 따르면 교보·미래에셋·삼성·한화·현대자동차·DB 등 6개 금융그룹이 감독 대상에 포함된다. 이들은 소속 금융회사들 공동으로 내부 통제와 위험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 금융소비자 보호 등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대표회사를 통해 금융당국에 보고하고 시장에 공시해야 한다.
공정경제 3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경영계는 즉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개정안은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과도한 규제, 담합 관련 고발 남발, 기업 간 거래 위축 등 기업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백상경 기자 /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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