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고 소송등

실적상품에 투자자 첫 100% 면책…사고펀드 보상요구 거셀듯.초유의 펀드원금 전액반환 논란.원금 최대 98% 손실이었는데판매사가 설명 부족했다 판단."투자자 선택 기본원칙 깨져"금융업계 영..

Bonjour Kwon 2020. 8. 28. 08:49



2020.08.28
"투자자 선택 기본원칙 깨져"
금융업계 영업 위축될 우려

금감원, 라임펀드 계약 시점

펀드 판매사, 금감원 압박에
울며 겨자먹기로 수용했지만

◆ 펀드사태 보상 결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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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 당국이 라임 무역금융펀드와 관련해 역대 금융권 분쟁조정에서 유례없는 100% 원금 반환 결정을 압박하고 펀드 판매사들이 전격 수용하면서 실적배당 상품에 대한 '금융 원칙 훼손'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하나은행·우리은행·신한금융투자·미래에셋대우 등 라임 무역금융펀드 판매사들은 고객 보호 차원에서 원금 전액 반환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로 선회했지만 100% 원금 반환이라는 '선례'를 남겼다는 부담감이 작지 않은 상황이다.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시점에서 손실을 입은 투자자의 원금 반환 요구가 잇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실적배당상품 분쟁조정 사례에서 투자자 책임이 '0%'였던 사례는 없었다는 점에서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지난 6월 라임 무역금융펀드 분쟁조정 신청 4건에 대해 100% 원금 반환 결정을 내린 근거는 민법 제109조에 명시된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에 있다.



원금 반환 결정은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라임 무역금융펀드가 대상이다. 계약 체결 시점에 이미 투자원금 중 최대 98%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한 상황에서 운용사가 투자제안서에 수익률·투자위험 등 핵심 정보를 허위·부실 기재하고 판매사가 투자제안서 내용을 그대로 설명했다는 것이 분조위 측 시각이다. 분조위는 2016년 대법원의 피닉스펀드 사건을 주요 판례로 참고했다. 당시 피닉스펀드는 항공기 신규 노선 운항 수익을 배분하는 펀드로 투자제안서에 '신규 노선 인허가가 완료됐다'고 기재했지만 실제로는 '비정기 노선 인허가 완료, 정기노선 인허가 신청' 상태였고 결국 인허가를 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손실이 발생하면서 법원도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인정한 것이다.

금감원 분조위는 피닉스펀드 사건을 언급하며 원금 반환 결정을 내렸지만 라임펀드 판매사들은 즉각적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피닉스펀드 사건이 법원에서 판결을 내린 사안이듯 라임펀드 계약 취소 또한 법원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법원과 분조위는 서로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분조위 판단은 강제력이 없고 법원 판단에 의해 뒤집힐 수 있는 만큼 법원 판단을 지켜보지 않고 원금을 반환하는 것은 배임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판매사들은 '소비자 보호'를 최우선시하는 분조위 안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판매사들이 분조위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고객들은 적어도 2~3년간 지루한 소송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기에 고객 보호 차원에서 미리 배상을 하겠다는 것이다. 라임펀드 판매사로서는 현실적으로 금감원과 관계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금융회사 평가에 금감원 분쟁조정 결정 수락 여부를 반영한다고 언급한 것도 금융회사들에는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특히 하나은행은 금감원 종합검사를 앞둔 상태다.

금융권에서는 여전히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판매사들 또한 라임자산운용 측에서 잘못된 정보를 제공받은 피해자인 만큼 원금 전액 반환 책임을 판매사에 물리는 것은 과한 판단이라는 것이다.



'대형마트에서 상한 식품을 팔았으면 대형마트가 먼저 환불해준다'는 논리에 대해서도 금융권은 적절하지 않다는 시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상한 상품인지 아닌지 살펴볼 수 있지만 펀드는 판매사가 펀드 운용에 관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적절하지 않은 비유"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앞으로 펀드 사고가 발생하면 100% 원금 반환에 대한 요구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투자자 책임'이라는 기본 원칙이 깨져버리면 라임펀드 판매 당사자뿐만 아니라 업계 전반으로 펀드 영업 위축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예·적금도 아니고 펀드 투자에 있어 100% 손실 배상이 말이 되냐"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힘으로 압박해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고 법원에 가서 '판매사가 100% 원금을 물어줄 만큼 잘못했는지, 그만큼 책임과 권한이 있었는지' 다투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투자자 책임이 전혀 없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금융회사들로서는 금융투자 상품을 더 보수적으로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최승진 기자 / 김혜순 기자 /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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