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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책임전가에 은행권 ‘부글부글’···“사모펀드 못 팔겠다”금융위 ‘감독 강화 행정지도안’ 이어 금감원, ‘편면적 구속력’ 언급은행권, 사모펀드 판매 부담 강화···판매잔액 1년..

Bonjour Kwon 2020. 8. 12. 17:24

2020.08.12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된 금융당국의 연이은 책임전가에 은행권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달 말 금융위원회가 펀드 판매사의 운용사 감시의무를 강화하는 행정지도안을 내놓은데 이어 최근에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까지 금융사의 책임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대외적으로 발표하며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당국의 움직임이 사모펀드 시장 축소, 모험자본 공급 위축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다수 제기되고 있다. 이미 일부 은행은 사모펀드 판매를 중단한 상태며 전체 은행권의 사모펀드 판매 잔액도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윤석헌 금감원장은 전날(11일) 열린 임원회의에 참석해 “국민은 금융상품을 직접 판매하는 금융회사를 믿고 거래하고 있다”며 “부실상품 판매나 불완전판매로 피해가 발생했다면 판매사가 고객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윤 원장은 분쟁조정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편면적 구속력’을 언급하기도 했다. 편면적 구속력은 민원인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안을 수용할 경우 금융사는 이를 반드시 따라야 하는 제도다. 지금의 분조위 조정안은 권고에 불과해 법적 구속력을 갖고 있지 않다. 라임펀드 배상안 수용 결정을 미루고 있는 금융사들을 압박하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윤 원장에 발언에 은행권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감독 책임이나 상품 제조사인 자산운용사의 실질적인 불법행위에 비해 과도하게 판매사인 은행에 책임이 전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일부 잘못된 판매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사고가 터질 때마다 이런 식으로 판매사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한 면이 있다”며 “가장 큰 잘못은 자산운용사들이 제도 상의 허점을 이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책임 소홀, 내부통제 미흡 등 포괄적인 개념으로 지적을 하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는 너무 결과론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라며 “당시 은행에서는 알 수 없었던 사실들을 가지고 나중에 ‘왜 몰랐었냐’고 하면 난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료=금융투자협회/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자료=금융투자협회/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지난달 말에는 금융위원회의 ‘사모펀드 감독 강화 및 전면점검 관련 행정지도 추진안’이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번 행정지도안은 펀드 판매사의 운용사 감시의무 강화를 주 내용으로 한다.

행정지도안에 따르면 판매사는 펀드의 실제 운용이 설명자료상 투자전략과 일치하는지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운용사는 매 분기 마지막 날로부터 20영업일 내에 자산유형별 편입 비중, 레버리지 비율 등의 자료를 판매사에 제공해야하며 판매사는 자료를 수취한 날로부터 10영업일 내에 운용점검을 마쳐야 한다.

은행권은 행정지도안에 대해 ‘과도한 책임 전가’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감독당국이 해야할 업무를 은행이 대신 하는 것”이라는 강도 높은 비판도 나오고 있다. 현재의 인력 구조상 운용사의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점검의 실효성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은행권이 사모펀드 판매에서 점차 손을 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과도한 업무 부담과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은행이 사모펀드를 판매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현재 5대 시중은행(신한, KB국민, 하나, 우리, NH농협) 중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농협은행은 현재 사모펀드를 판매하고 있지 않다.

전 은행권의 사모펀드 판매잔액도 지난해 7월 이후 줄곧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28조9634억원이었던 사모펀드 판매잔액은 7월 말 29조51억원으로 늘어난 이후 매달 감소를 거듭해왔고 올해 6월 말에는 21조866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7월 대비 감소율은 24.61%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산운용사가 어떻게 설립되고 어떻게 (투자자산을) 관리하는지는 당국이 감시해야 하는 일”이라며 “판매사로서도 물론 일정 부분 책임이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수많은 자산운용사를 모니터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식시장 활황, 부동산 시장 과열, 사모펀드 사태 등으로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니즈도 줄어든 상황에서 판매에 대한 책임까지 이렇게 강화되면 어떤 금융사가 판매에 나서겠냐”며 “장기적으로 사모펀드 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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