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yright ⓒ 조선비즈 2020.08.28 13:29
유명 고급 백화점, 장사는커녕 넉달째 임대료도 연체
산업용으로 변경하면 정부 세수 감소…"재조정 꺼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미국 쇼핑몰이 생존을 위한 고심에 빠졌다. 이른바 '숨이 끊어진' 쇼핑몰의 용도를 변경해 새로운 임차인을 확보하기까지 절차가 매우 복잡하고, 그렇다고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면서 연명하기에는 미래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미 쇼핑몰들이 백만달러짜리 골칫거리로 전락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미국에서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오프라인 쇼핑몰 다수가 문을 닫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에서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오프라인 쇼핑몰 다수가 문을 닫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 데이터 분석 전문업체 코어사이트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 내 1000여개 쇼핑몰 중 25% 이상이 향후 3년에서 5년 사이에 문을 닫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이미 진행됐던 오프라인 쇼핑몰의 폐업 흐름이 한층 가속화될 것이라고 했다.
코어사이트 자료에 따르면, 미국 오프라인 쇼핑몰 입주자의 약 90%는 백화점 체인점이나 의류 소매점 또는 영화관 등의 체험형 매장이다. 이들의 임대료 인하 요청 및 납부 연체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전염병과 무관한 식료품 등 생활필수품을 할인판매하는 아웃렛과는 차이가 크다. 쇼핑몰이 코로나 여파에 가장 취약한 피해자가 된 것도 이때문이다.
27일(현지 시각) 경제전문매체 CNBC는 부동산업체 그린 스트리트 어드바이저스 자료를 인용해 미국 전체 쇼핑몰의 38%가 '사실상 유지 불가' 수준인 C 또는 D등급의 상가라고 전했다. 미국의 상가는 피트당 매출에 따라 분류된다. 평방 피트당 1000달러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곳은 A++ 등급을, 같은 조건에서 매출이 320달러인 상가는 C+ 등급을 받는 식이다.
B와 C등급의 쇼핑몰 다수를 소유한 테네시주(州) 소재 투자회사 CBL & Associates는 오는 10월 1일까지 파산 신청을 할 계획이다. 야외 명품 쇼핑센터로 유명한 마이애미의 발 하버 샵(Bal Harbour Shops)은 지난 3월 중순부로 고급 백화점 체인 삭스 5번가(Saks Fifth Avenue)에 퇴출 명령을 내려줄 것을 법원에 요청한 상태다. 이 업체의 밀린 임대료만 190만달러(약 22억원)다.
◇"용도변경이 해결책? 지자체 세수 줄어드는데 왜 해주나"
이러한 쇼핑몰의 대부분은 소매업자들과 부동산 개발 업자들에게 처치 곤란한 퇴물이 됐다. 산업용 창고와 유흥업소를 제외하고는 쇼핑몰을 대체할 사용 사례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일각에서 해결책으로 내놓은 '용도 변경'의 절차도 그리 간단치 않다고 CNBC는 지적했다.
앞서 글로벌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미국 최대 쇼핑몰 소유주이자 부동산투자회사인 사이먼프로퍼티 소유의 JC페니 백화점 등 일부를 물류센터로 전환하는 논의에 착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아마존은 도심에 물류센터를 얻어 배송 시간을 줄이고, 사이먼은 안정적 임차인을 확보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다른 쇼핑몰들의 해결책으로도 거론됐다.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의 '주머니 사정'이다. 상업용 부지에 산업 목적의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지자체로부터 용도 재조정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통상 연방정부와 지방정부가 물류센터 등 산업용 부동산에 부과하는 세금은 상업용 건물의 3분의 2 수준이다. 즉, 지자체가 산업용으로 변경을 허가할 경우 부동산 세수가 30% 이상 줄어든다는 뜻이다.
무디스 애널리스틱의 부동산 부문 책임자인 빅터 캘러녹은 "정부가 세수를 포기하면서까지 상업용을 산업용으로 재분류해줄 이유도 동기도 없다"고 했다. 그는 전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단순히 소매 공간이 비거나 낙후됐다고 해서 용도 변경 후보지가 되는 게 아니다"라며 "산업 용도 건물로 바꿔서 지을 수 있는 확률은 매우 낮고 지루한 과정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한편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데이터 정보업체 라이스(REIS)는 코로나 대유행 이후 미국에서 소매업 관련 개발이 15.7%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파트 개발과 사무실 개발도 각각 15.6%, 10% 줄어든다고 내다봤다. 반면 산업 분야 개발은 3.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CNBC는 "코로나를 계기로 소비행태가 완전히 변하면서 백화점 건물주들이 얼마나 큰 압력에 직면했는를 보여준다. 그 누구도 이 상황에 대한 면역력이 없다"며 "더 많은 사람이 집에서 일하고 온라인에서 물건을 사면서 전국적으로 폐쇄하는 상점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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