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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거래분석원'(가칭)이 국토교통부 산하 기구로 출범,별도조직 아닌 '대응반' 확대조직 규모는 80~100명 예상시장 교란행위 단속한다지만"정책실패 덮으려는 면피용..정부개입으로 시장위..

Bonjour Kwon 2020. 9. 2. 17:37

부동산검찰'까진 아니라도..대출계좌·稅납부조회 등 막강권한

손동우 입력 2020.09.02

 

부동산거래분석원 신설
FIU·자본시장조사단 참조해
별도조직 아닌 '대응반' 확대
조직 규모는 80~100명 예상
시장 교란행위 단속한다지만
"정책실패 덮으려는 면피용..
정부개입으로 시장위축 우려"

◆ 혼돈의 부동산시장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마주 앉아 협의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부동산시장 교란행위를 단속하는 감독기구인 '부동산거래분석원'(가칭)이 국토교통부 산하 기구로 출범한다.

금융감독원처럼 정부 외부에 별도 조직으로 만드는 방안이 추진됐으나 '부동산 빅브러더'에 대한 우려 때문에 기존 조직을 확대 개편하는 방향으로 결정됐다. 조직 규모 등도 시장 전망보다는 많이 축소됐다.

그럼에도 실질적인 감독 권한은 막강하다는 게 부동산 업계 시각이다. 부동산 조사를 할 때 은행 등 금융회사에 대출 계좌 정보를 요구할 수 있고, 국세청 세금 납부 내역 조회 권한도 주어진다. 정부의 지나친 시장 감시 기능이 실거래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에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수요자에게 돌리는 면피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말에서 내년 초쯤 국토부 내 상설 조직으로 설립될 계획인 부동산거래분석원은 기존 부동산시장 불법행위 대응반을 확대한 형태로 볼 수 있다. 올 2월 출범한 대응반은 국토부, 검찰, 경찰, 국세청, 금감원 등 7개 기관 13명으로 구성된 국토부 내 임시조직이다. 국토부는 이들을 주축으로 국세청, 금융위원회, 서울시 등과 연계해 '서울 지역 실거래 관계기관 합동조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조직 규모나 인력 구성 등으로 볼 때 이상 거래 검토 등 조사를 신속 처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동산거래분석원의 기능·권한을 설계할 때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과 자본시장조사단(자조단)을 많이 참고했다"고 밝혔다. FIU는 금융 거래 정보를 분석해 자금 세탁 혐의가 있으면 국세청이나 경찰 등 수사기관에 통보한다. 검찰, 국세청, 경찰청 등 다른 부처 파견 공무원 32명을 포함해 59명으로 구성돼 있다. FIU가 정보 분석 기능을 담당한다면 자조단은 주가조작 등 불공정 거래와 관련해 특별사법경찰관이 수사하고 압수수색 권한도 갖고 있다. 법무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파견 직원을 포함해 26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부동산거래분석원도 80~100명 정도로 구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 돌아다니던 '2000명 규모'보다는 많이 축소된 셈이다. 부동산 거래 정보를 분석하면서 관계법 위반 사항이 적발되면 과태료를 부과하고, 형법 위반에 대해선 적발 즉시 검경에 고발하는 형태로 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개인 금융·과세 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부여돼 언제든 이상 거래를 추적·파악할 수 있도록 한 점이 눈에 띈다. 정부는 9월 중 법 개정을 통해 권한을 부여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자조단 성격의 조사는 대응반에서도 했지만 FIU의 정보 분석 기능은 제대로 못했던 게 사실"이라며 "이 기능이 대폭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일각에서 제기되던 계좌추적권(모든 실거래 금융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은 부동산거래분석원에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신 자금조달계획서를 검토해 이상 거래로 의심되면 금융·과세 정보까지 조회할 수 있는 '제한적 형태'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개인 정보 침해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부동산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법적 처벌 수위는 올라간다. 현재는 실거래법을 위반해도 기껏해야 최고 과태료 3000만원에 그친다. 반면 주식시장에서 교란 행위로 걸리면 최대 무기징역도 가능하다. 특히 부동산 중개업소와 지역주민의 집값 담합, 부동산 인플루언서 등의 시세조종 행위도 처음으로 처벌 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설립하면 '극도의 시장 통제'가 일어난다는 우려가 여전히 잦아들지 않고 있다. 개인 금융·과세 정보를 움켜쥔 정부가 개인 거래에 해당하는 부동산 거래를 일일이 간섭하고 단속한다면 시장 거래 자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부동산거래분석원이 자금조달계획서를 토대로 단속한다지만 이달 중순쯤이면 투기과열지구에서 집을 살 때 자금조달계획서 항목별로 증빙자료를 내고,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도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이면 거래금액과 무관하게 모두 제출하도록 법이 바뀔 예정이다.

시장에서 벌어지는 호가 조작이나 집값 담합 등 시장 교란 행위가 온라인 부동산 카페나 메신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모든 부동산 거래를 단속하겠다는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 시장 위축을 불러올 것"이라고 전했다.

[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