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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윤 위원장ᆞ자산운용서 성장 가능성 봤다

Bonjour Kwon 2013. 10. 15. 05:46

규제풀면 `금융 삼성전자` 나올것

신제윤 금융위원장에 듣는다

`은행=실물 지원` 인식과 이익 많으면 눈총받는 현실…금융, 산업으로 성장 막아

글로벌금융 발돋움하려면…CEO, 단기성과에 연연말고 멀리보는 경영철학 필요해

2013.10.14 17:38:28 입력, 최종수정 2013.10.14 19:24:27

◆ 금융비전 10 - 10 밸류업 ⑤ ◆

 

 

 

"금융산업을 독자적인 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청사진을 내놓겠다." 취임 이후 정책금융 개편, 우리금융 민영화 등 현안을 어느 정도 마무리한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대통령에게 약속한 향후 과제다. 신 위원장은 최근 금융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시장 전문가들을 만나 한국 금융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발전 방안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금융이 발달돼 있는 호주와 홍콩 등 글로벌 시장까지 둘러보고 왔다. 그는 이달 말 금융비전을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매일경제신문은 지난 8일 서울 광화문 금융위원회에서 금융비전 작업을 총괄하고 있는 신 위원장을 만나 금융산업 발전 구상을 들었다. 신 위원장은 매일경제와 대담한 후 한국 금융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는 금융 관련 3대 연구원장인 윤창현 금융연구원장, 강호 보험연구원장, 김형태 자본시장연구원장과 금융산업 발전 방안 모색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이날 대담은 위정환 매일경제신문 금융부장이 진행했다. 다음은 신제윤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금융산업 발전 비전을 만들게 된 이유는.

 

▶한국 금융이 쇠락과 재도약의 갈림길에 섰다. 그런데 우리 금융회사들은 수익성을 높일 해결책도, 장기 발전 전략도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한테 다가온 도전과제를 잘 활용하면 금융산업이 재도약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비전은 어떤 방향으로 만들어지고 있나.

 

▶창조경제 지원, 100세 시대 신금융 수요 개발, 신흥 아시아국과의 동반성장, 한국투자공사(KIC)ㆍ국민연금 등 축적된 금융자산의 전략적 활용 등을 주목하고 있다. 경쟁을 촉진해 금융업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고민 중이다.

 

-이번 비전이 과거에 진행됐던 비전과 차별되는 점이 있다면.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비전을 수립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10년 전에 동북아 금융허브를 만들자고 했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 언어 문제도 있고 우리가 기축통화 국가도 아니고 소규모 개방경제의 한계도 있다. 이런 여건을 감안해 현실적인 비전을 만들려고 한다.

 

과거 비전이 주로 정부와 연구원 주도로 작성된 것과 달리 생생한 금융계 현장 전문가의 목소리를 담을 것이다. 그래서 금융 최고경영자(CEO)와 실무진까지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듣고 있다.

 

-호주ㆍ홍콩을 다녀왔는데 무엇을 보고 왔나.

 

▶금융은 법ㆍ제도ㆍ관행에 있어 글로벌 스탠더드가 매우 중요하다는 걸 재차 확인했다. 우리나라에만 특이하게 적용되고 있는 규제나 관행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검증해야 한다. 우리만의 특별한 규제는 재벌에 대한 규제인데 상호출자제한이라든가 그런 규제는 있어야 하겠지만 그 외에 영업 관련 규제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라가야 한다. 특히 금융위기 등을 겪으면서 당국이 명시적 근거 없이 집행해 온 규제나 감독조치가 있는지 살펴서 없앨 건 없애고 감독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호주는 연금시장을 기반으로 금융업이 성장했다던데.

 

▶호주 퇴직연금에는 거의 대부분 국민이 가입해 있다. 이 연금 자산이 다 민간 자산운용회사로 가서 역량을 키워줬다. 호주가 이것으로 많이 발전했다. 투자자들이 자기책임 원칙하에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서 그렇다. 자본시장이 크려면 연금이 운용 성과에 따라 배분돼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확정형이 주를 이룬다. 그만큼 금융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우리 금융산업에 희망이 있나.

 

▶솔직히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우리나라 인재들을 보면 그 능력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다. 홍콩에서 보니 한국 젊은이들이 의욕도 있고 능력도 있고 적성도 맞더라. 그런데 금융산업에 대한 국민 인식은 좀 그렇다. 금융을 하나의 산업으로 생각해야 하는데 우리는 아직도 실물을 지원하는 기능만 본다. 금융회사가 이익을 많이 내면 고객들한테서 뺏어간 것 아니냐 하는 그런 인식, 금융은 중개만 해야 한다는 생각, 이런 것이 한계다.

 

-금융 분야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나.

 

▶금융에는 왜 삼성전자 같은 회사가 없느냐고들 한다. 휴대폰이나 자동차 같은 제조업은 `대박`이 날 수 있지만 금융은 `대박`이라는 게 없다. 신뢰와 네트워크가 생명인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게 문제다. 그나마 은행이나 보험에 비해 자산운용업이 신뢰와 네트워크를 쌓는 데 시간이 덜 걸린다. 외국 연기금이 우리나라 자산운용사를 선택하고 있는 걸 보면 짧은 시간에 신뢰가 많이 쌓였다는 얘기다. 그래서 자산운용업 쪽에 적극적인 규제 개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

 

-벤처ㆍ사모펀드 전문가도 만났다고 하던데.

 

▶경제 발전의 패러다임이 지식과 아이디어 기반형으로 바뀌고 고령화와 융ㆍ복합 시대가 오고 있다. 따라서 전통적 금융업권 못지않게 새로운 플레이어가 중요해지고 있는데 제도나 감독체계가 기존 업권 중심으로 돼 있어서 새로운 분야 목소리를 들을 통로가 부족했던 것 같다.

 

-해외 진출은 어떻게 해야 바람직한가.

 

▶여러 곳에 자문해 보니 철저히 준비하라는 게 핵심 메시지였다. 일본 노무라증권 아시아 헤드 말로는 CEO의 길게 보는 경영철학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하더라. 해외 진출 성과가 CEO 본인 임기 중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도 조직을 위하는 경영자의 철학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동양그룹 사태가 금융비전에 나쁜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없기야 하겠나. 금융은 리스크를 먹고사는 산업인데 리스크를 더 피하려고 할 테니까. 그래도 원칙을 지켜서 하겠다. 대주주 책임 문제는 일관되게 해왔던 구조조정 원칙이다. 선의의 피해자는 보호하고 갈 것이고. 정부가 예단해서 어느 기업을 죽이고 살리고 하는 건 맞지 않다. 시장과 채권은행이 결정하는 게 맞다. <시리즈 끝>

 

[대담=위정환 금융부장 / 정리 = 이진명 기자 / 김유태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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