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0.10.05.
이신우 논설고문
정권의 삼성전자 장악 현실화
최악엔 중국자본 개입 우려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금 정부가 촘촘히 짜놓은 그물에 걸려 있다. 시세 조종과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이 부회장을 기소한 검찰 움직임과 별개로 삼성 그룹은 온갖 경제관련법(法)들로 포위당하고 있다. 정부가 최근 발의한 이른바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제·개정안에 대해 여론의 관심은 주로 다중대표소송제, 감사위원 분리선임,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에 쏠려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그 실체는 드러나지 않는다. 권력이 숨기고 있는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들 법이 미칠 기업 지배구조 변화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그 종착지에는 놀랍게도 대한민국 경제를 대표하는 삼성그룹의 해체가 자리하고 있다.
그룹 해체의 길목에 위치한 인계철선은 규제 3법에 앞서 의원입법 발의된 ‘보험업법’이다. 이에 의하면 삼성생명의 계열사 지분 보유액 평가가 취득원가에서 시가로 바뀌게 된다. 현재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8.51%다. 이 보유 지분의 취득원가는 원래 5400억 원이었으나 시가로 환산할 경우 무려 28조 원으로 부푼다. 그런데 보험사는 자회사 주식 소유액이 자기네 총자산의 3%를 넘을 수 없다. 따라서 3%인 9조 원을 제외하면 약 19조 원을 매각해야 한다.
해당 물량을 매각할 경우 이 부회장의 우호 지분은 크게 낮아져 지배구조 자체가 흔들릴 우려가 있다. 그럼 이를 모면할 방안은?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 격인 삼성물산을 동원할 수 있다. 삼성물산이 보유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3.4%(약 22조 원)를 팔고 이 돈으로 삼성생명이 내놓은 물량을 넘겨받는 것이다. 다만, 문제가 있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사들이면 자회사인 삼성전자 주식 가치가 삼성물산 총자산의 50%를 넘게 돼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지점에서 저격병으로 기다리는 것이 공정거래법 개정안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에 대한 의무 지분율이 상장사는 20%, 비상장사는 40%로 규정돼 있는데, 개정될 경우 상장사는 30%, 비상장사는 50%로 지분 요건이 강화된다. 삼성물산이 지주회사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면 자연히 삼성전자의 지분 30%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삼성전자 지분 11% 정도의 추가 매입이 요구된다. 소요액만 수십조 원이다. 삼성물산에는 그럴 만한 능력이 없다. 설령 이 같은 미로를 귀신처럼 헤쳐 나간다 한들 또 다른 방어벽이 준비돼 있다. 바로 금융그룹감독법이다. 이 법의 취지는 비금융계열사의 위험이 금융계열사로 옮겨가는 것을 막는 것이다. 이런 좋은 취지가 삼성전자의 지분을 많이 갖고 있는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에 적용되면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즉,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면 금융계열사의 위험자본 비율을 낮추기 위해 삼성생명은 자체 자본금을 더 확충할 의무가 생긴다. 확충할 수 없다면? 반대로 삼성전자 지분을 줄여야 한다.
사정이 이러니 이 부회장으로서는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삼성전자 지분은 시장에 나올 수밖에 없고, 이를 외부 세력이 사들이면 삼성그룹은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는다. 만일 중국 자본이 개입하면 삼성은 그대로 중국 기업이 된다. 그러지 않더라도 이미 전자의 11.1%를 확보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최대 주주로 등극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삼성그룹은 ‘특정 권력’의 손아귀 안으로 들어간다.
현 정부는 왜 이토록 집요하게 삼성을 물고 늘어지는 것일까. 혹시 이런 움직임이 ‘시진핑(習近平) 모델’을 의식한 것은 아닐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수년간 사기업들의 소유권을 빼앗아 국유화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제 전반을 공산당 지배하에 두겠다는 복심이다. 문재인 정부라고 못할 게 뭐 있나. 삼성만 흔들어놓으면 나머지 대기업들이야 식은 죽 먹기다. 자기네 능력으로 힘에 부칠 경우 중국 정부가 도와줄 수도 있다. 문 정부의 경제 브레인팀은 삼성 장악을 위한 고르디아스의 매듭을 완성시키는 9분 능선까지 와 있다. 그럼 삼성그룹도 삼성전자도 끝난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마지막 탈출구가 남아 있다. 고르디아스의 매듭은 단칼에 풀어야 하는 법이다. 그 단칼 중 하나가 삼성그룹의 본사를 미국으로 옮기는 것이다. 어차피 글로벌 사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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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우 논설고문
정권의 삼성전자 장악 현실화
최악엔 중국자본 개입 우려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금 정부가 촘촘히 짜놓은 그물에 걸려 있다. 시세 조종과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이 부회장을 기소한 검찰 움직임과 별개로 삼성 그룹은 온갖 경제관련법(法)들로 포위당하고 있다. 정부가 최근 발의한 이른바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제·개정안에 대해 여론의 관심은 주로 다중대표소송제, 감사위원 분리선임,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에 쏠려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그 실체는 드러나지 않는다. 권력이 숨기고 있는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들 법이 미칠 기업 지배구조 변화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그 종착지에는 놀랍게도 대한민국 경제를 대표하는 삼성그룹의 해체가 자리하고 있다.
그룹 해체의 길목에 위치한 인계철선은 규제 3법에 앞서 의원입법 발의된 ‘보험업법’이다. 이에 의하면 삼성생명의 계열사 지분 보유액 평가가 취득원가에서 시가로 바뀌게 된다. 현재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8.51%다. 이 보유 지분의 취득원가는 원래 5400억 원이었으나 시가로 환산할 경우 무려 28조 원으로 부푼다. 그런데 보험사는 자회사 주식 소유액이 자기네 총자산의 3%를 넘을 수 없다. 따라서 3%인 9조 원을 제외하면 약 19조 원을 매각해야 한다.
해당 물량을 매각할 경우 이 부회장의 우호 지분은 크게 낮아져 지배구조 자체가 흔들릴 우려가 있다. 그럼 이를 모면할 방안은?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 격인 삼성물산을 동원할 수 있다. 삼성물산이 보유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3.4%(약 22조 원)를 팔고 이 돈으로 삼성생명이 내놓은 물량을 넘겨받는 것이다. 다만, 문제가 있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사들이면 자회사인 삼성전자 주식 가치가 삼성물산 총자산의 50%를 넘게 돼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지점에서 저격병으로 기다리는 것이 공정거래법 개정안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에 대한 의무 지분율이 상장사는 20%, 비상장사는 40%로 규정돼 있는데, 개정될 경우 상장사는 30%, 비상장사는 50%로 지분 요건이 강화된다. 삼성물산이 지주회사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면 자연히 삼성전자의 지분 30%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삼성전자 지분 11% 정도의 추가 매입이 요구된다. 소요액만 수십조 원이다. 삼성물산에는 그럴 만한 능력이 없다. 설령 이 같은 미로를 귀신처럼 헤쳐 나간다 한들 또 다른 방어벽이 준비돼 있다. 바로 금융그룹감독법이다. 이 법의 취지는 비금융계열사의 위험이 금융계열사로 옮겨가는 것을 막는 것이다. 이런 좋은 취지가 삼성전자의 지분을 많이 갖고 있는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에 적용되면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즉,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면 금융계열사의 위험자본 비율을 낮추기 위해 삼성생명은 자체 자본금을 더 확충할 의무가 생긴다. 확충할 수 없다면? 반대로 삼성전자 지분을 줄여야 한다.
사정이 이러니 이 부회장으로서는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삼성전자 지분은 시장에 나올 수밖에 없고, 이를 외부 세력이 사들이면 삼성그룹은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는다. 만일 중국 자본이 개입하면 삼성은 그대로 중국 기업이 된다. 그러지 않더라도 이미 전자의 11.1%를 확보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최대 주주로 등극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삼성그룹은 ‘특정 권력’의 손아귀 안으로 들어간다.
현 정부는 왜 이토록 집요하게 삼성을 물고 늘어지는 것일까. 혹시 이런 움직임이 ‘시진핑(習近平) 모델’을 의식한 것은 아닐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수년간 사기업들의 소유권을 빼앗아 국유화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제 전반을 공산당 지배하에 두겠다는 복심이다. 문재인 정부라고 못할 게 뭐 있나. 삼성만 흔들어놓으면 나머지 대기업들이야 식은 죽 먹기다. 자기네 능력으로 힘에 부칠 경우 중국 정부가 도와줄 수도 있다. 문 정부의 경제 브레인팀은 삼성 장악을 위한 고르디아스의 매듭을 완성시키는 9분 능선까지 와 있다. 그럼 삼성그룹도 삼성전자도 끝난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마지막 탈출구가 남아 있다. 고르디아스의 매듭은 단칼에 풀어야 하는 법이다. 그 단칼 중 하나가 삼성그룹의 본사를 미국으로 옮기는 것이다. 어차피 글로벌 사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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