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ECIAL REPORT :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 비율) 상향은 이처럼 주택가격이 오르지 않아도 세금을 오르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최근 강화된 대출 규제로 주로 30·40대 실수요자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데 이들 불만에 기름을 붓는 셈이다. 시장에선 서울 강남권 고가 주택을 타깃으로 시작됐던 부동산 규제가 이제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정부가 결국 집값 안정이란 미명으로 사실상 증세를 꾀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의식한 듯 정부는 최근 중저가 주택 재산세를 낮춰주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현실화 로드맵에 따라 공시가격은 올리지만 세금 부담 충격은 줄여주는 정책을 쓰겠다는 뜻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7·10 부동산 대책 당시 이런 구상을 발표했고, 최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공시지가 현실화로 나타나는 재산세 상승분이 분명 있고, 일정 부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한다"며 "정부·여당이 세금을 많이 걷기 위해 (부동산 정책을)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너무 문제가 되는 부분은 조정해야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결국 관건은 재산세 감면 적용 대상 주택 가격이 어느 선에서 정해지느냐다. 한 의장은 "정부에 가이드라인을 주진 않았다"며 "정부에서 방안을 정하면 당정협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안팎에 따르면 현재 재산세 부담을 낮춰 줄 중저가 주택 기준으로 시세 6억원 혹은 3억원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사례로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시가 6억원 이하는 1236만3813가구로 전체 1382만9981가구 중 89.4%를 차지했다. 6억원 이하를 중저가로 본다면 전국 주택 10가구 가운데 9가구는 재산세 경감 효과를 볼 수 있는 셈이다. 3억원 기준이 될 경우엔 세금 경감 대상 주택이 934만5259가구(67.6%)로 줄어든다. 서울만 보면 6억원 이하 비중은 62.7%, 3억원 이하는 34.3%다.
전문가들은 재산세 경감 효과를 최대한 높이기 위해 기준은 6억원 이하가 설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앞서 정세균 국무총리도 8월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중저가 주택 재산세 인하 대상에 대해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대략 시세 9억원인데 이보다는 좀 더 낮은 5억~6억원 이하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중저가 주택의 재산세 인하 방법은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를 낮추는 법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낮추는 법 △재산세율을 낮추는 법 등 크게 세 가지를 검토할 수 있다. 재산세가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비율(60%)과 재산세율(최대 0.4%)을 곱하는 방식으로 산출되기 때문이다. 시가 6억원 이하 아파트라면 지난해 현실화율 68%를 곱하고 여기에 공정시장가액비율 60%를 곱해 과표 2억4000만원에 해당하는 세율을 곱하면 재산세가 42만원 수준이다.
우선 정부가 가장 손대기 쉬운 부분은 공정시장가액비율이다. 시행령 개정 사항이기 때문에 조정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재산세율은 지방세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한다.
일각에선 세율과 공정시장가액을 모두 조정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중저가 주택으로 분류된 시세 구간의 현실화율 상향 속도를 늦출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 고가 주택과의 형평성 논란이 붙을 가능성이 높아 정부로선 쉽게 손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정부 관계자는 "어떤 방식으로 재산세 부담을 낮출지 구체적인 방안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손동우 부동산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