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칼럼.논설.

탈석탄시대 게임체인저로 떠오르는 소형원전.ㅡ안전성에다 대형 원전에 버금가는 경제성을 확보.■빌 게이츠가 ‘원전 마니아’가 된 이유는?"원전은 온실가스 배출 없는 청정에너지원"

Bonjour Kwon 2020. 11. 6. 12:32
2020.11.06

얼마 전 미국 벤처기업 뉴스케일이 개발한 소형 원전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 마지막 심사 단계를 통과했다.

이 원전은 원자로 하나가 60MW다. 12개 원자로를 모듈 방식으로 묶어 720MW 규모 원전을 짓고자 한다.

필요한 전력이 300MW면 원자로 모듈 5개를 묶으면 된다.

전력수요 대응에도 좋고 소형 원전의 장점인 안전성에다 대형 원전에 버금가는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 원전이 성공할지는 경제성에 달렸다. 미국 원전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당 건설비가 4000달러 이하여야 한다고 한다. 뉴스케일은 ㎾당 5000달러 수준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소형 원전은 일단 시장에 진입하면 표준화된 생산으로 가격 하락을 유도하기 쉽다. 또한 뉴스케일은 어떤 상황에도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원자로 용융이 없고 자동으로 안전이 보장돼 비상계획 면제가 가능할 정도다. 뉴스케일은 미국 에너지부 지원으로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전력회사도 참여하고 있으니 시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에게 원전 건설 의사를 타진했던 영국도 당장 필요한 대형 원전은 수입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소형 원전을 개발해 자국에도 쓰고 외국에도 팔려고 한다. 자동차로 잘 알려진 롤스로이스가 영국 정부 지원으로 개발 중이다. 롤스로이스는 핵잠수함의 핵심 설비인 잠수함용 원자로 기술을 갖고 있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전력용 소형 원전을 만들려는 것이다.

캐나다는 넓은 국토와 극지 개발을 위해 분산 전원으로 소형 원자로에 주목하고 있다. 자국은 물론 타국이 개발 중인 소형 원자로도 안전심사 관점에서 기술 개발 지원을 위해 사전설계 심사를 제공하고 있다. 300MW급에서 3MW급까지 10개 원자로가 사전설계 심사를 신청했고, 전통적인 경수로형은 물론 액체 핵연료를 사용하는 원자로까지 다양하다. 놀라운 것은 이들 소형 원자로 대부분을 벤처기업이 개발 중으로, 소형 원자로가 아이디어 경쟁임을 보여준다.

전통적 원전 기업인 웨스팅하우스가 개발 중인 초소형 원자로 이빈치(eVinci)는 원전 개념을 바꾸고 있다.


이 원자로는 냉각재도 펌프도 없다. 기존 원전에 최대 위협이 되는 냉각재 상실과 이로 인한 중대 사고가 원천적으로 없다. 테슬라가 자동차 개념을 바꾼 것처럼 원자로 개념을 바꾸고 있다. 이빈치와 같은 개념인 오로라 원자로는 30대 원자력공학자가 이끄는 벤처기업이 개발 중이다. 1.5MW 초소형 오로라를 짓기 위해 미국 원자력안전규제위원회는 지난 6월 심사에 착수했다. 언젠가는 이런 초소형 원자로가 우리가 사는 도심 한가운데 들어올 수도 있다. 제4세대 원자로에 빌 게이츠가 있다면 오로라에는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인 더스틴 모스코비츠가 투자하고 있다.

소형 원전 수요는 전력망 접속이 어려운 원격지, 난방용·공업용 열원, 선박 엔진 등 다양하다. 기후변화에 당면해 탈탄소 에너지 전환을 위해 화력발전에 대한 대체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 화력발전소는 500MW 이하 중소형이다. 소형 원전으로 대체하기 적합하다. 기후변화는 이제 위기 수준이다. 탈탄소 에너지로서 원자력의 필요성은 소형 원전을 에너지의 게임체인저로 주목하게 하고 있다.


우리가 소형 원전 개발에 지금이라도 박차를 가해야 하는 이유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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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P
빌 게이츠가 ‘원전 마니아’가 된 이유는
입력2020.11.07.
빌 게이츠 "원전은 온실가스 배출 없는 청정에너지원"
원전기업 설립하고 차세대 소형원전 개발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 회장은 전 세계 억만장자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원자력 에너지를 지지하는 사람 중 하나다. 그는 원전기업 테라파워(TerraPower)를 설립해 차세대 원자로 개발에 나섰고, 그간 언론 인터뷰나 직접 출연한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원전의 필요성을 설파해왔다. 게이츠 회장이 기존에 하던 일과 관련이 없어 보이는 원전에 관심을 갖고 옹호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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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 로이터 연합뉴스

게이츠 회장은 2008년 마이크로소프트 경영에서 손을 뗀 뒤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통해 개발도상국의 빈곤과 질병 퇴치에 힘써왔다. 범세계적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해결책 마련에 골몰해온 그는 수년 전부터 지구 온난화와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기후위기 대응이 시급하다고 주장해왔다.

여기까지는 많은 전문가가 비슷한 견해를 밝힌다. 게이츠 회장이 조금 다른 것은 원전의 필요성을 제일 강조한다는 점이다. 그는 매년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는 동시에 이로 인한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려면 원자력 발전소를 늘려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게이츠 회장은 "원전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24시간 연속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에너지원"이라고 말했다. 미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2050년이면 전 세계 인구는 90억명을 돌파하고 이에 따라 에너지 수요도 2018년 대비 50% 증가할 전망이다.

게이츠 회장은 지난해 직접 출연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빌 게이츠(Inside Bill’s Brain)’에서 원전을 활용해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지금보다 더 안전하고 효율적이면서 저렴한 미래형 원자로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일환으로 그는 2006년 테라파워라는 원전 기업을 설립하고, 차세대 소형원전 개발에 돌입했다.

테라파워는 미 원전기업 ‘GE히타지 뉴클리어 에너지’와 손잡고 소형 원전 나트륨(Natrium)을 개발해 10년 내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미 에너지부는 7년 안에 가동 가능한 2개의 차세대 원자로를 건설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테라파워를 선정하고, 800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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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파워가 10년 내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인 나트륨 소형원전 조감도 / 테라파워

테라파워가 개발 중인 나트륨 소형원전은 소듐냉각고속로(SFR)를 사용한다. 액체 나트륨(소듐)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차세대 원자로다. 기존 원전은 물을 냉각재로 쓰는데, 액체 나트륨은 물보다 더 많은 열을 흡수할 수 있어 발전 출력을 높일 수 있다.

이 소형원전은 날씨, 계절 등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한 용도로 설계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테라파워는 "나트륨 기술은 SFR를 사용해 열을 생성하고, 이를 통해 즉시 전기를 생산하거나 몇 시간 동안 저장고에 보관할 수 있다"고 했다. 전력 수요가 적을 때 원자로에서 생성된 열을 저장해놨다가 풍력·태양광 기반 전력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때 사용한다는 구상이다.

나트륨 소형원전의 건설 비용은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로 기존 대형원전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며, 발전용량은 345MW(메가와트)다. 크리스 르베스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는 "상용화에 성공하면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 소형 원전을 지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테라파워는 최근 영국 원전벤처 '코어파워', 프랑스 원전소재 전문기업 '오라노'와 손잡고 용융염 원자로(MSR) 개발에도 돌입했다. MSR는 선박추진에 사용할 수 있는 초소형 고안전성 원자로다. 최근 미국, 프랑스, 영국 등에서는 원자로 추진선이 친환경 선박으로 주목받으면서 원자로 소형화 관련 연구가 추진력을 얻고 있다.

한동안 원전 산업에 소홀했던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를 기점으로 차세대 원전 개발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테라파워의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민주당도 50년 만에 ‘원전 지지’로 입장을 선회해 조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도 원전 개발과 건설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전력 부문에서의 탈(脫)탄소화를 골자로 한 친환경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데, 원전 없이는 탄소중립(탄소 순배출량 제로·net zero)이라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재은 기자 jaeeunle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