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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은 투기세력, 안엔 해고자 활보…기업 `지옥문` 열렸다.ㅡ최대주주 재산권 침해 `3%룰`투기자본 놀이터 전락 우려해고·실업자 노조 가입 허용과도한 요구, 강경투쟁 늘듯.ㅡ지주사 `의무 지..

Bonjour Kwon 2020. 12. 12. 13:35



2020.12.12
기업 옥죄는 규제법안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한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과 노동 관련 법안들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재계는 개정된 법안이 시행되면 기업이 헤지펀드와 같은 투기자본의 공격에 노출돼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강성 노조 활동으로 해고된 이들이 '옥상옥'으로 군림할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밖으로는 투기세력의 위협에, 안에서는 해고자들의 활보에 고통받는 '지옥도'가 펼쳐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가장 큰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은 상법 개정안이다.



개정안은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 중 최소 1명 이상은 이사 선출 단계부터 따로 뽑고 감사와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는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개별 기준 최대 3%까지로 제한(3%룰)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의 의결권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예를 들어 현대차는 올 상반기 기준 현대모비스(21.43%)와 정몽구 명예회장(5.33%), 정의선 회장(2.62%) 등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지분율이 29.38%에 달하지만 3%룰을 적용하면 의결권이 8.62%로 제한된다.

한진그룹은 상법 개정안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경영권을 놓고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 등 '3자 연합'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3%룰이 경영권 분쟁의 핵심 변수로 부각될 수 있다.

현재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의 한진칼 지분율은 KDB산업은행을 포함해 47.97%인 반면 3자 연합은 40.39%로 양측의 지분율 격차는 7.58%다. 하지만 3%룰이 적용되면 격차는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지분 10.66%를 보유한 산업은행을 비롯해 델타항공(13.31%), 조원태 회장(5.82%), 조현민 한진칼 전무(5.78%) 등 조 회장 측 주요 주주들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반면 3자 연합의 경우 KCGI가 다수의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한진칼 지분을 나눠 갖고 있어 의결권을 끌어올리기 유리하다. 반도건설 역시 계열사를 통해 지분을 쪼개면 지분만큼 의결권 확보가 가능하다. 3자 연합으로서는 감사위원 후보를 주주제안해 이사회 진출을 노릴 수 있는 셈이다. 성공하면 경영권 분쟁이 새 국면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지주사 요건을 강화한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우려를 사고 있다. 특히 중간지주회사로 전환을 추진 중인 SK텔레콤은 계획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새로 설립되거나 전환되는 지주회사는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을 상장사는 30%, 비상장사는 50% 이상 확보해야 한다. 현재보다 각각 10%포인트 높아진다. 문제는 추가 지분 확보를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돼야 한다는 것. SK텔레콤이 SK하이닉스 지분율을 30%로 높이기 위해서는 이날 종가 기준 8조4000억원이 필요하다.



기업들은 노조법 개정안에도 극도의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다. 개정안은 해고자·실직자 등 비종사 조합원의 사업장 출입 제한을 없앴는데, 이에 따라 노사 갈등으로 해고된 자가 노조원이 돼 사업장을 활보하더라도 회사가 이를 제지할 수 없게 된다. 노조의 과도한 요구와 과격 투쟁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기업 이슈가 정치·사회 이슈로 비화될 가능성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예를 들어 해고자 가운데 민주노총에서 활동 중인 사람이 노조에 가입해 기업과는 상관없는 외부 이슈에 노조가 역할을 해 달라고 영향력을 행사해 협상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며 "인수·합병(M&A) 등 회사의 정상적인 경영활동마저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조항을 삭제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노동계의 추가 급여 지급 요구로 노사 갈등 확대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차 관계자는 "회사에서 임금을 지급하는 노조 전임자가 한때 230여 명에 달할 때도 있었지만 근로시간 면제(타임오프) 제도가 도입된 이후 24명으로 줄었다"며 "노조 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 조항이 없어지면 전임자 임금을 사측에서 부담해 달라는 요구가 생길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노동계 목소리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현 기자 / 이윤재 기자 / 최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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