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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등 취급받던 농업, AI와 결합하면서 핵심산업으로 우뚝.

Bonjour Kwon 2021. 1. 4. 08:30

이어령 교수가 서울 평창동 영인문학관 자택에서 생명자본주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디지로그 시대를 대표하는 산업으로 농업을 꼽으셨는데.

▶ 전쟁이나 코로나19처럼 생명의 위기에서 인간이 제일 먼저 취해야 하는 것은 먹거리를 구하고 보존하는 일이다.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라는 것은 실리콘밸리가 아니라 자급자족할 수 있는 농업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AI가 활약하는 분야가 바로 의료기관이라는 것을 보더라도 생명과 직결된 분야로 농업과 의료 그리고 교육과 엔터테인먼트 등 산업주의 시대에서는 뒷전에 있던 것들이 부상하기 시작했다. 존 러스킨이 말하는 내재적 가치가 최우선하는 경제다.

―작년 세계농업AI대회에서 3위를 한 한국팀 이름을 디지로그로 지어주셨는데.

▶ IT를 농업에 이용하는 것 자체가 디지털의 사이버 공간과 아날로그인 흙의 공간이 융합하는 디지로그 모델이다. 당시 한국팀 청년들에게 생명애(바이오필리아)로서 토마토를 재배한 예를 보여주었다. AI에는 바이오필리아 같은 애정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팀이 해외 디지털 기업 참가팀을 제치고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것은 집 안에서 콩나물을 기르고, 지붕에 박을 키워 올리고, 논두렁에 콩을 심는 한국 특유의 농업 기술과 첨단 기술을 융합하는 디지로그 원형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디지로그 이론을 현실에서 입증해준 젊은이들이 너무 자랑스럽다.




―올해는 소의 해다. 젊은 사람들에게 한말씀해 주신다면.

▶ 올여름 장마와 태풍으로 물난리가 났을 때 200리까지 떠내려간 소가 살아서 발견된 일이 있었다. 만약 떠내려간 동물이 말이었다면 물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치다가 힘이 빠져 죽었을 것이다. 그러나 소는 자신의 몸을 물에 맡긴 채 끈기 있게 버티다가 생존에 성공했다. 이처럼 코로나19라는 엄혹한 상황에서의 몸부림은 힘만 빠질 뿐이다. 지금은 큰 물결에 몸을 맡긴 채 참고 기다리면서 힘을 비축하고 내공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 이어령 교수는…

△1934년 충남 아산 출생 △서울대 국문학과 △중앙일보 논설위원 △이화여대 교수 △서울올림픽 개·폐막식 총괄기획 △초대 문화부 장관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 △이화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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