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등세계경제정치사회역학분석

[바이든노믹스].막대한정부 지출과 증세.ㅡ저금리로 자산가격이상승한 부자들의 몫을 떼어내 공공부문에 대규모투자를 하고 저소득층에 재분배하겠다. 세금 더걷어 친환경·인프라 집중 투자

Bonjour Kwon 2021. 1. 26. 18:15
2020.11.08

7일 밤(현지 시각)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 체이스센터에서 승리 연설중인 조 바이든 당선자. 그의 당선으로 '바이드노믹스'가 주목받고 있다. /EPA 연합뉴스
7일 밤(현지 시각)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 체이스센터에서 승리 연설중인 조 바이든 당선자. 그의 당선으로 '바이드노믹스'가 주목받고 있다. /EPA 연합뉴스

지난 3일(현지 시각) 미 CNN의 미국 대선 출구조사에서 유권자 1만2693명 중 가장 많은 3분의 1이 ‘경제’ 현안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만큼 이번 선거에서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했던 것. 소송전이 남았지만, 민주당 조 바이든(78)이 승리를 선언하며 사실상 당선을 확정했다. 시장은 이제 ‘바이드노믹스(Biden+Economics)’에 코를 들이밀고, 투자의 냄새를 맡고 있다

‘바이드노믹스’의 두 축은 막대한 정부 지출과 증세(增稅)다. 저금리로 자산 가격이 상승한 부자들의 몫을 떼어내 공공 부문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저소득층에 재분배하겠다는 것이다. 미 CNBC는 “부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게 바이든 정부의 목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Mint가 국내외 금융·경제 전문가의 의견을 토대로 ‘바이드노믹스’의 산업별 전망을 들여다봤다.

블룸버그 바이든 지수
블룸버그 바이든 지수
◇ 친환경·인프라에 ‘돈 보따리’

바이드노믹스의 핵심 지출 분야는 인프라(기반 시설) 투자다. 특히 친환경 분야에만 4년간 2조 달러(약 2250조원)가 투입된다. 바이든은 지난 5일 트위터에 “대통령에 취임하면 77일 안에(취임식 전까지) 파리 기후 협약에 재가입하겠다”고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탈퇴 조치를 뒤집고, 다시 세계와 손잡고 기후 변화 문제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다. 바이든 캠프는 미 전역에 태양광 패널 5억개, 풍력 터빈 6만개 등을 설치하겠다고 공약했다.

앞서 블룸버그는 바이든 당선 시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 30곳의 주가를 묶어 ‘바이든 지수’를 만들었다. 대부분 친환경·인프라 관련 기업으로 넥스트에라 에너지, 선런, 선파워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미 재생에너지 1위 기업인 넥스트에라 에너지는 최근 최대 석유 기업 엑손모빌의 시가 총액을 뛰어넘어 화제가 됐다. 넥스트에라 에너지는 사업 성장성을 감안해 지난달 19일엔 주식 1주를 4주로 쪼개는 주식 분할도 했다. ‘아이셰어즈 글로벌 청정 에너지’같은 친환경 상장지수펀드(ETF)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주(株)도 바이든 당선을 전후로 크게 오르는 추세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친환경 부문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세계적으로 산업 규모가 커지고 투자자가 몰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배터리 산업에도 호재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 주가는 지난달 30일 388.04달러에서 6일 429.95달러로 약 11% 급등했다. 국내 배터리 3사(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와 태양광·풍력 관련주도 바이든 승리가 확실시되자 오름세를 나타냈다. 인프라를 확충할 때 필수적인 건설 기계·자재 분야에도 돈이 몰린다. 짐 크레이머 CNBC 진행자 겸 금융 분석가는 “중장비를 만드는 디어앤컴퍼니, 캐터필러 같은 기업도 바이든의 승리로 더 주목받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바이든은 중국의 빠른 기술 발전에 대응하기 위해 연구·개발(R&D) 비용으로 3000억달러를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돈을 주로 5G, 인공지능(AI), 배터리, 소재 분야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만큼 해당 산업에도 투자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의 주력 전기 세단 모델 S. 조 바이든의 당선으로 전기차, 배터리 관련 산업도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테슬라
◇ 호재·악재 섞인 빅테크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경기 부양책을 쓰면 은행 입장에선 좋다. CFRA 리서치 소속 애널리스트 샘 스토벌은 “돈을 풀기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리면 시장 금리가 높아지고, 은행의 수익성이 좋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에선 바이든 당선으로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바이든이 버락 오마바 전 대통령처럼 금융 규제를 강화할 경우 금융주가 타격을 입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마크 잔디 무디스애널리틱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바이든 경제 정책의 혜택은 저소득층·중산층에 돌아간다. 세금은 늘겠지만 고소득 납세자만 해당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꿔 말해 큰 기업 입장에선 법인세 인상(최고 21%→28%) 등 바이드노믹스의 증세가 부담스러운 셈이다. 여기에 독점 논란까지 더해져 이른바 ‘빅테크(아마존·애플·구글·페이스북 등)’엔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대선이 끝난 후, 빅테크가 이끄는 나스닥이 나흘 연속 상승하며 1만2000선에 이르렀다. 백찬규 한국투자증권 자산전략부장은 “공화당의 상원 수성으로 법인세 인상, 독점 규제 등 바이든의 공약이 쉽게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란 기대가 커져 오히려 빅테크가 강세를 나타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이든 당선이 실리콘밸리에 마냥 나쁜 건 아니다. 예컨대 세계 인재가 모이는 실리콘밸리는 이민자 정책에 대해 트럼프보다 관대한 바이든을 지지하는 편이다. 대니얼 이브스 웨드부시증권 디렉터는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과의 기술·정책 문제에 있어 부드러운 입장으로 선회해 미국 기술 회사의 위험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당선으로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에 호재와 악재가 모두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AP 연합뉴스
부동산 시장은 이른바 ‘부동산 교환법(1031 Exchage)’이 이슈로 떠올랐다. 이 법은 부동산 사업자가 기존 부동산을 판 후, 다른 부동산을 구입할 때 양도세를 일시 연기해주는 제도로 세(稅)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바이든이 이 법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증세를 위해 이 법을 손댈 경우, 임대 사업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친환경 분야가 뜨면서 코로나 사태까지 겹친 석유 산업은 더 가파른 내리막을 걸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엑손모빌, 셰브론 등 미국을 대표하는 석유 기업이 구조 조정에 돌입했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바이든이 대통령이 돼도 공화당이 상원을 차지하면 석유·가스 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은 유지될 것”이라고 전했다. 국제 유가는 미 대선을 기점으로 소폭 상승했다. 바이든이 트럼프가 확대했던 석유 시추 사업을 줄여 미국 내 원유 공급이 감소할 수 있다는 예상이, 단기적으론 유가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