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시장 ‘무한 경쟁’ 펼쳐진다
강나리 승인 2021.06.30
네이버, 온라인 전용 센터 마련
8월 ‘콜드체인 풀필먼트’ 가동
쿠팡, 촘촘한 로켓배송망 집중
11번가 ‘내일 도착’ 서비스 도입
최근 신세계그룹이 3조4천억원을 들여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 2위로 급부상한 가운데, 네이버-쿠팡의 2강 체제였던 업계 판도에 지각변동이 본격화됐다.
경쟁사들이 공격적인 투자로 급성장한 쿠팡을 견제하고자 투자를 늘리고 서로 동맹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면서, 하반기 이커머스 시장의 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경쟁 업체들은 물류센터 확충 등을 통한 배송 서비스 강화와 차별화한 콘텐츠 제공 등으로 시장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특히 이커머스 시장 1위 사업자인 네이버는 그동안 취약점으로 지적됐던 물류 강화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 손잡고 최근 축구장 5개 크기의 온라인 주문 전용 풀필먼트(상품 보관· 포장, 출하, 배송 등 일괄 처리) 센터를 마련했다. 이어 8월에는 냉장, 냉동 등 저온 보관 상품에 특화한 콜드체인(냉장유통) 풀필먼트 센터를 가동한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판매자들은 이들 센터를 이용해 익일 배송을 할 수 있다. 배송 속도 면에서 이전보다 경쟁력을 갖게 될 전망이다. 특히 콜드체인 풀필먼트 센터가 운영되면 신선식품 배송도 강화할 수 있다.
쿠팡은 물류센터 추가 건립으로 ‘로켓배송망’을 촘촘히 구축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쿠팡은 올해 3월 미국 뉴욕증시 상장 이후 매달 전국 각지에 물류센터 구축 계획을 내놓고 있다. 지금까지 밝힌 투자 규모만 1조원이 넘는다.
이와 함께 쿠팡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인 ‘쿠팡플레이’의 독점 콘텐츠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쿠팡플레이는 유료회원인 ‘로켓와우’ 회원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만큼 독점 콘텐츠를 통해 유료회원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11번가의 경우 하반기 11번가 내에서 아마존 상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지금도 일부 아마존 상품은 해외 직접구매(직구)가 가능하지만, 국내 사이트를 통해 더 편리하게 살 수 있게 되는 만큼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11번가는 배송 서비스 강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지난 4월 1천여개 상품을 대상으로 평일 자정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배송해 주는 ‘오늘주문 내일도착’ 서비스를 도입했다. 최근에는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소규모로 당일 배송 서비스도 시작했고 점차 상품과 지역을 늘려나갈 방침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신세계와 맞붙었던 롯데는 인수·합병(M&A) 가능성도 계속 열어놓은 상태다. 우선은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의 사업 강화를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신선식품과 명품, 패션·뷰티, 가전 등 롯데온 내 주요 카테고리를 전문 온라인 쇼핑몰 수준으로 키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1일 신동빈 회장 주재로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 회의)을 열어 이커머스 전략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안팎에선 오랜 라이벌인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를 선점함에 따라 대응 경영 전략을 서둘러 짜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카카오의 움직임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온라인 쇼핑 시장의 후발주자인 카카오는 오는 9월 1일 이커머스 전문 자회사인 카카오커머스와 합병하며 쇼핑 사업 강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는 이미 카카오톡에서 ‘쇼핑’ 서비스를 바로 이용할 수 있게 탭을 배치하고 라이브커머스 분야도 강화하고 있다. 7월에는 패션플랫폼 ‘지그재그’ 운영사 크로키닷컴과 합병하며 패션 사업도 강화할 예정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강한 오프라인 유통망을 가진 신세계가 이베이를 인수한 것은 온라인뿐 아니라 유통시장 판 전체를 재편하는 계기”라며 “앞으로 배송 속도, 최저가, 자금 경쟁 등이 더욱 불붙으며 온·오프라인 유통가의 진짜 전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나리기자 nnal2@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