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 2021.08.24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에서 철근이 옮겨지고 있다. /사진=블룸버그
국제 철광석 가격이 중국의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준비에 역풍을 맞고 있다. 중국 정부가 내년 2월 열릴 올림픽을 앞두고 '올림픽 블루'(맑은 하늘) 연출을 위해 대대적인 철강 감산 정책 추진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철강의 원재료인 철광석 수요가 급감할 거란 우려가 커졌고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플랫츠 자료를 인용해 국제 철광석 가격이 중국발 수요 감소 전망에 한 달 새 40%의 급락세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S&P 글로벌플랫츠에 따르면 국제 철광석 시장의 벤치마크인 철 함유량 62% 철광석 현물 가격은 하루에만 15%가 빠지며 톤(t)당 130.20달러로 추락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치이다. 7월 중순 이후만 40%가 빠졌고, 지난 5월 t당 최고가인 233달러 대비 103달러나 떨어졌다. 지난 20일 139.10달러까지 소폭 올렸지만, 이날 136.5달러로 다시 빠졌다.
/사진=월스트리트저널(WSJ) 캡처
/사진=월스트리트저널(WSJ) 캡처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세계 경제 회복세가 주춤할 거란 우려에 국제원유, 구리 등 다른 원자재 가격이 하락세를 보였지만 철광석처럼 빠른 속도는 아니었다고 WSJ은 모건스탠리를 인용해 진단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기회복 둔화 우려에 중국발 악재까지 겹치면서 철광석 가격이 급하게 떨어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철광석은 세계에서 원유 다음으로 많이 거래되는 주요 원자재 중 하나로, 원유와 구리 같은 원자재보다 시장 변동성이 커 시장 내 가격 급등과 급락은 빈번하게 발생한다. 하지만 모건스탠리를 이런 변동성을 고려해도 이번 급락세가 놀라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는 "약 13년 전 철광석 현물가격을 조사하기 시작한 이후로 올해처럼 빠른 급락세는 없었다"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급증한 수요에 급등한 철광석 가격의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긴 했지만, (가격 하락이) 너무 빨리 이뤄졌다"고 최근 투자 메모에서 언급했다.
브라질의 철광석 광산. /사진=로이터
컨설팅업체 우드 매켄지는 중국 철강 생산량이 줄어들 거란 우려가 철광석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드 매켄지의 철광석 연구 책임자인 로한 켄달은 "최근까지 기록적인 속도로 철강 생산량을 늘려온 중국은 올해 생산량을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하기를 원한다"며 "이를 위해 올해 남은 기간 철강 생산량을 더 크게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 커먼웰스은행(CBA)도 "중국 당국이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이달부터 12월까지 (철강)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2% 줄어야 할 것"이라며 중국의 추가 철강 감산에 따른 철광석 가격 추가 하락을 시사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7월 철강 생산량은 전년 동월 대비 8.4% 줄어 올해 첫 월간 기준 감소를 보였다.
중국은 탄소 배출 축소 등을 이유로 그동안 급증했던 철강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철강 산업은 중국 탄소 배출의 15%를 차지한다. 최근 세계 철강 생산량의 8%를 차지하는 허베이성 탕산시는 최근 대기오염 물질을 지난해보다 40% 이상을 감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배기가스 배출 비중이 큰 철강 공장의 가동이 중단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WSJ은 최근 중국의 산업, 소비, 투자 관련 경제지표가 모두 기대에 못 미치면서 경기회복 둔화를 시사한 점도 철광석 가격을 끌어내렸고, 이로 인해 철광석 주요 생산국인 호주와 브라질이 큰 타격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말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8.4%에서 8.1%로 하향 조정했다.
우드 매켄지는 경기둔화 전망 속 중국 철강업체의 생산량이 이미 고점에 달했다며 철강 생산, 수요 동반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짚었다. 세계 최대 광산업체 BHP빌리턴도 중기적으로 중국의 철광석 수요가 약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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