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 받는 MBK 김병주 회장… 국내 최대 사모펀드지만 ‘아픈 손가락’도 여럿 있어
7.2조원에 인수한 홈플러스, 6년째 매각 못해
시너지 위해 이베이 인수 추진했으나 중도포기
“네파 인수, 애초에 실패할 딜”
인수 14년 된 딜라이브, KT와 매각 협상 난항
노자운 기자
입력 2021.08.26 14:15
지난 23일,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를 이끄는 김병주 회장이 국세청의 세무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김 회장은 2018년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매각 후 성과보수 1000억원을 받고도 소득 신고를 장기간 누락했다는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MBK 측은 “소득 신고를 누락한 것이 없으며 조세당국에 모두 신고했다”고 해명하는 상황이다.
MBK파트너스와 김 회장을 둘러싼 잡음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 시민단체는 미국 국적인 김 회장이 대부분의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한국에서 하고 있음에도 개인 소득세를 탈루했다는 주장을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해왔다. 김 회장 개인의 탈세 논란뿐 아니라 MBK의 경영 능력도 여러 차례 시험대에 올랐다. 홈플러스를 인수한 후 5년째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이어가며 노동조합과 갈등을 계속하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MBK파트너스는 약 37조원의 자금을 굴리는 초대형 PE다. 포브스는 지난 4월 기준 MBK의 운용자산을 총 320억달러로 추산했다. 지난해에는 8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는데, 이는 아시아에서 3번째로 큰 규모다. MBK를 제외하고 국내 PE 업계를 논할 수 없다는 말이 당연시될 정도다.
국내를 넘어 동북아시아 시장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온 MBK지만, 성공의 이면에는 그림자도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 대다수가 실패할 것이라고 우려한 인수 건을 강행했다 엑시트를 하지 못하고 손실만 키운 사례도 있으며, 지분을 인수한 지 10년이 돼가는데 매각이 요원한 사례도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에는 몇 개의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글로벌 PE에 밀려 고배를 마시거나 중도 포기한 사례도 있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상처가 ‘아시아 최대 PE’를 표방하는 MBK의 위상에 흠집을 내고 있다고 평가한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조선DB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의 가장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는 회사는 대형 마트 홈플러스다. 지난 2015년 7조원이 넘는 거금을 들여 인수했지만, 6년째 매각을 못 하고 있다.
MBK는 당시 영국 유통 기업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 지분 100%를 7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그 중 블라인드 펀드(자금을 먼저 모은 후 투자처를 찾아 투자하는 펀드)인 ‘MBK Partners III’를 통해 2조2000억원을, 은행의 선순위 대출로 4조3000억원을, 상환우선주로 7000억을 조달했다. 은행 대출 만기는 5년이었다.
이처럼 대규모 차입을 일으켜 홈플러스를 인수했음에도 엑시트할 기미는 보이지 않고 2조50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 잔액이 남자, MBK는 지난 2019년 리파이낸싱(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다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 거래)을 단행했다. 일부는 보유 점포의 세일앤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등을 통해 상환했고, 2조1500억원 규모의 선순위 인수금융과 중순위 대출을 5년 만기로 재연장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올해 3월 기준 장기 차입금은 약 1조5757억원 규모다. 전자단기사채 600억원, 기업어음 1050억원은 단기 차입금으로 반영됐다.
홈플러스 부채비율은 지난해 2월 말 859%에서 올해 2월 말 726%로 낮아진 상태지만, 1조7400억원에 달하는 장·단기 차입금은 여전히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하루빨리 엑시트를 추진해야 하나 IB 업계의 전망은 부정적이다.
홈플러스 본사 전경. /홈플러스 제공
한 IB 관계자는 “MBK의 홈플러스 투자는 애초에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커머스 산업 생태계의 구조 변화를 무시한 딜이었다”며 “부동산 등 유휴자산을 매각해 재무 구조를 개선할 수는 있겠지만, 엑시트를 위한 성장성 제고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MBK는 앞서 지난 3월 홈플러스와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고자 했으나, 신세계와 롯데가 유력한 후보로 부상하자 본입찰에 불참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MBK는 실패한 포트폴리오인 홈플러스를 살리기 위해 이베이 인수로 ‘물타기’하는 방안을 고려했겠지만, 홈플러스는 사입(仕入)을 해서 판매하는 사업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오픈마켓인 이베이와 시너지를 내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양사 간 시너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이커머스 업계 3위로서 성장 동력이 약한 이베이 인수에 큰돈을 베팅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베이 인수를 포기한 MBK는 지난달 기업형 슈퍼마켓(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와의 사업 시너지를 위해 음식 배달 업체 요기요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이 역시 글로벌 PEF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손잡은 GS리테일에 밀리며 고배를 마셔야 했다.
MBK측은 블라인드펀드 3호의 만기가 아직 4년 이상 남은 만큼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는 입장이다. MBK 관계자는 “PEF 만기는 10년이지만 출자자(LP)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도 2년을 연장할 수 있으며, 단일 투자 건에 대해서는 LP들과 논의해 만기를 추가 연장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MBK의 3호 펀드는 2013년에 결성됐기 때문에, 실질적인 만기는 2025년인 셈이다.
MBK 관계자는 “홈플러스의 온라인 커머스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좋은 실적을 내고 있어, 현재 (호실적을 바탕으로) 기업 가치를 어떻게 높일지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 3일 홈플러스에 따르면, 7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1시간 즉시배송 매출액은 6월과 비교해 53% 증가했다.
네파의 최근 5년간 별도 기준 매출액.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아웃도어 업체 네파 역시 MBK가 실패한 투자 사례로 자주 거론된다. MBK는 지난 2013년 인수금융 5000억원을 포함한 1조원으로 네파 지분 94.2%를 인수했으나, 8년이 지난 현재까지 매각을 못 하고 있다. 네파는 2008년 결성된 ‘MBK Partners II’ 펀드에서 투자한 회사 중 유일하게 엑시트하지 못한 곳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네파는 당시 사모펀드 업계에서 대부분 실패할 것으로 우려했던 딜”이라며 “실적도 점점 악화되고 있어서 1조원에 매각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네파는 MBK에 인수될 당시만 해도 노스페이스·코오롱스포츠·K2·블랙야크와 함께 5대 아웃도어 브랜드로 꼽혔다. 그러나 아웃도어 브랜드 간 경쟁의 심화로 실적이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매출액은 2017년 3862억원에서 지난해 2791억원으로 점차 감소했으며,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1168억원으로 전년(8억6900만원) 대비 증가했다.
케이블 방송 업체 딜라이브도 MBK가 14년 넘게 엑시트하지 못한 업체다. MBK는 지난 2007년 특수목적법인(SPC) 국민유선방송투자(KCI)를 설립해 딜라이브(옛 씨앤앰)를 2조75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KCI는 2015년 딜라이브의 매각을 추진했으나 무산됐고, 지난해까지 인수 협상을 진행해온 KT와의 계약 성사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다.
서울 삼성동 딜라이브 본사. /딜라이브 제공
KT는 오랫동안 딜라이브와 인수 협상을 진행해왔으며 지난해 매각 예비 입찰에도 단독으로 참여했다. 그러나 KT 측이 제시한 인수가 7500억원이 MBK에서 원하는 매각가 9000억원과 차이가 있어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현재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현대HCN의 경영권 인수를 진행 중인데, 관련 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딜라이브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앞서 지난 3월 구현모 KT 대표이사는 기자간담회에서 “딜라이브 인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며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말을 아낀 바 있다.
그 외에 2009년 1호 펀드를 통해 인수한 영화엔지니어링도 MBK의 대표적인 투자 실패 사례로 꼽힌다. MBK는 영화홀딩스를 설립해 영화엔지니어링 지분 100%를 1000억원에 인수했으나, 회사는 2012년 이후 대형 건설사들의 해외 플랜트 수주 손실 여파로 법정 관리에 들어가게 됐다. 영화엔지니어링은 2017년이 돼서야 유암코에 496억원에 팔렸다. MBK 입장에서는 대규모 손실을 볼 수밖에 없었다.
노자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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