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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플랫폼 규제, 균형있는 관점필요.●미 “플랫폼기업, 겸업 금지” 빅테크에反독점 전쟁선포.韓 공정위도 美규제강화흐름 예의주시“美처럼 플랫폼규제전권 가져야”vs 아직은 더육성

Bonjour Kwon 2021. 9. 10. 09:15

온라인 플랫폼 규제, 균형있는 관점이 필요하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입력 2021.07.13

올해 7월 기준으로 미국의 시가총액 상위 5개사(애플·MS·아마존·구글·페이스북)와 중국의 상위 5개사 중 3개사(텐센트·알리바바·메이투안)가 모두 정보기술(IT)기업이다. 우리나라도 카카오와 네이버가 시가총액 상위 3·4위를 차지해 전통적인 제조·금융 기업을 압도하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정보 처리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털의 성격을 가진다는 점에서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미 수많은 소비자가 누리고 있고, 많은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해 저성장 시대에 급속 성장하는 대표적인 신(新)산업으로 꼽힌다.


그런데 정치권과 정부의 인식은 어떠한가. 툭하면 ‘4차 산업혁명’을 언급하며 미래에 대비하겠다 외치지만 과연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적 움직임에 관(官)이 따라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온라인 플랫폼 산업을 규제하려 여러 방면에서 시대착오적인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대형 마트 영업 제한처럼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를 규제하는 법안,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 입점 업체와 계약할 때 무조건 1년 이상의 계약 기간을 강제하도록 하는 법안, 수수료 등 가격 인상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법안 등을 통과시키려 추진 중이다.


온라인 장보기를 규제한다고 전통 시장 등 소상공인이 보호될 것이라는 것은 큰 착각이다. 양자의 고객층이 완전히 겹친다고 할 수도 없다. 로켓배송·새벽배송·B마트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이를 규제한다고 해서 과연 이용하지 않을까. 오히려 새로 창출된 e커머스 시장에 소상공인이 참여해 ‘윈윈’ 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설계돼야 한다.


음식 배달 앱으로 주문을 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이 리뷰와 별점 평가다. 소비자들의 평가를 받아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교체가 필요한 입점 업체에도 무조건 1년 이상의 계약 기간을 강제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다.


주택 시장에서 계약 기간과 가격 인상을 제한한 임대차법의 시행으로 전세가 사라져가고, 신혼부부들이 집주인의 면접을 보며 경쟁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처럼 플랫폼 시장에서도 비슷한 규제가 시행되면 플랫폼 기업이 처음부터 경쟁력 있는 업체만 골라 애초에 높은 가격으로 계약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진입 장벽이 높아져 적은 자본과 경험으로 시장에 신규 진입하려는 소상공인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법들이 ‘공정’ ‘상생’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되고 있다. 과연 이것을 시행하면 공정과 상생이 실현될까. 도리어 자유로운 시장 질서를 왜곡해 원치 않았던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과거 전통적 산업을 가정해 만든 규제를 새로운 산업에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극히 조심해야 한다. 또한 글로벌 시장에서 해외에 없는 규제를 먼저 만들어 우리 스스로 경쟁력 있는 국내 산업의 성장 동력을 꺾는 것은 아닌지 균형 있는 관점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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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기업, 겸업 금지” 리나 칸 美공정위원장의 파격행보…韓 공정위도 ‘예의주시’

‘아마존 저격수’ 리나 칸 FTC 위원장
빅테크에 反독점 전쟁 선포
韓 공정위도 美 규제 강화 흐름 예의주시
“美 처럼 플랫폼 규제 전권 가져야”

세종=최효정 기자
입력 2021.08.15 06:00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의 전쟁을 선포한 리나 칸 미국 FTC(연방거래위원회) 위원장의 파격 행보에 세계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그간 소비자 후생을 최우선으로 중시한다는 원칙 아래 플랫폼 기업의 독점에 관대했던 기존의 관행을 뒤집어 엎고 아마존, 구글 등 빅테크 기업을 겨냥해 ‘반(反)독점’ 기관으로서의 사정 역할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미국의 본격적인 빅테크 기업 규제 강화 움직임에 대해서는 우리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그간 전통적인 경쟁법의 논리에 매몰돼 플랫폼과 같은 신산업 규제에 대응하기 어려웠던 것은 마찬가지인 입장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공정위 역시 플랫폼 산업 규제에 역점을 두고 있지만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 등의 추진 법안이 방통위 등 타부처 반대에 막혀 지지부진한 상황이라, 내부에서는 미국처럼 경쟁당국에 플랫폼규제 권한을 부여하고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가 부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미국의 이같은 규제 강화 흐름을 자원으로 삼아 한국도 본격적인 규제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4월 21일 당시 지명자 신분이었던 칸 FTC 위원장이 미 상원 인준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는 모습./AP연합뉴스
지난 4월 21일 당시 지명자 신분이었던 칸 FTC 위원장이 미 상원 인준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는 모습./AP연합뉴스
◇FTC 개혁나선 리나 칸…플랫폼 전쟁 선포

1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공정위 간부들 사이에서 칸 FTC 위원장이 2017년 예일대 로스쿨 재학 시절에 쓴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Amazon’s antitrust paradox)’이라는 논문이 화제다. 1986년생으로 올해 32살이 된 칸 위원장은 컬럼비아대 부교수로 재직하다 지난 6월 FTC 106년 역사상 최연소 위원장에 발탁됐다.

논문을 보면, 아마존과 금산분리를 예로 들면서 거대한 플랫폼 기업의 겸업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산분리는 산업자본이 은행을 지배함으로써 생기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기업이 소유한 은행을 통해 고객 자산을 빼돌려 자회사를 지원하거나 계열사를 늘리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제다.

칸 위원장은 이러한 비슷한 문제가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재현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온라인 플랫폼 독점기업도 금산분리 원칙과 비슷하게 겸업을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장 역할을 하는 쿠팡이 직접 제조한 물건을 판매하거나 야놀자나 여기어때와 같은 숙박 플랫폼이 직접 호텔을 지어 사업을 하면 안된다는 의미다.

미국 정부는 이러한 플랫폼 산업 개혁의 적임자를 칸 위원장으로 보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칸 위원장을 발탁한 것은 빅테크 기업의 독점에 칼을 대야한다는 민주당 내부의 시각을 반영한 결과다. 소비자 후생을 최우선해야 한다는 기조 아래 가격 인상이 없다면 빅테크 기업을 규제할 수 없다는 FTC의 소극적인 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미국 하원에서 ▲미국 혁신 및 선택 온라인법 ▲플랫폼 경쟁 및 기회법 ▲플랫폼독점종식법 ▲호환성 및 경쟁증진법 ▲합병수수료 현대화법 등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구글 등 초대형 온라인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려는 법안이 발의됐다. 이에 빅테크 기업들의 관심은 칸 위원장의 행보에 쏠려있다.

칸 위원장은 자신의 논문에서 “전통적 관점에서는 상품 가격에 영향이 없다면 특정 기업의 독점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아마존 같은 새로운 형태의 정보기술(IT) 기업에는 적합하지 않다”며 강도 높은 규제를 촉구한 바 있다. 대표적인 독점 폐해는 가격 담합 및 인상이므로 ‘최저가’와 ‘인수합병(M&A)’ 등으로 시장을 장악하는 아마존을 규제할 수 없다는 법조계의 기존 해석과 정면으로 대치된다.

칸 위원장은 부임 이후 2개월 동안 FTC의 법 집행 원칙을 개혁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지난 2015년 도입된 ‘소비자 후생의 증진’을 법 집행 기준으로 삼는다는 방침을 폐지하기도 했다. 이는 특히 다면시장의 특성을 가진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을 타겟팅한 조치다. 플랫폼 기업은 소비자에게는 공짜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과도한 할인혜택을 제공하지만, 이를 토대로 구축한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소비자로부터는 데이터를, 판매업체로부터는 과도한 수수료 등을 착취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韓 공정위 내부서도 ‘반향’…”플랫폼규제 권한 필요”

한국의 공정위도 칸 위원장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공정위가 새로운 FTC를 바라보는 시각은 두 갈래다. 소비자후생과 경쟁이라는 기존의 경제학적인 생각을 전복하는 급진적 아이디어에 일부에서는 동의를 표하면서도, 플랫폼 독점이 미국처럼 심하지 않은 한국 상황에는 급진적인 규제 강화가 오히려 플랫폼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다만 미국의 경우 경쟁당국인 FTC가 플랫폼 규제에 전권을 임명받은 것 만큼은 공통적으로 부러워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2019년 선제적으로 ICT전담반을 발족한 이래 네이버 등을 제재하며 플랫폼 규제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적 측면의 규제인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과 전자상거래법안 등이 방송통신위원회의 반대에 국회 문턱에 막히면서 법 통과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공정위 내부에서는 미국의 이같은 행보를 플랫폼 규제권한을 확보하기 위한 뒷받침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방통위 반대로 부처간 알력 다툼으로 비화한 현재의 상황을 경쟁당국이 플랫폼 규제에 집중하는 미국의 선례를 바탕으로 타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공정위 관계자는 “리나칸의 주장은 전통적 경쟁법에 매몰된 한국 공정위 직원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이라면서 “미국의 경우 빅테크 독점에 대한 규제전권을 FTC가 맡고 있는데, 한국도 효율적인 법 집행을 위해 이런 집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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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플랫폼, 규제보다 규모 더 키우라는 KDI 주장 일리 있다
입력2021.08.15

정부와 여당이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를 확대하려는 와중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공정위는 ‘플랫폼 공정화법’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플랫폼 이용자 보호법’을 발의한 가운데 최대 국책연구기관이 반대하는 모양새다. 가뜩이나 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올해 국정감사에서 플랫폼 기업 관련 현안을 타깃으로 삼기로 하는 등 플랫폼 기업활동을 ‘갑을 프레임’로 보고 있어 귀추에 관심이 더 간다.

KDI의 최근 보고서(‘미국의 플랫폼 반독점 법안 도입과 시사점’)도 플랫폼 기업의 거래상 지위 남용이나 소비자 보호 문제에 대해 규율할 필요는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플랫폼 공정화법의 규율 범위(총매출 100억원 이상이거나 중개거래액 1000억원 이상)가 너무 폭넓어 좁힐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미국처럼 기업 분할을 명령하거나 인수합병(M&A)을 제한하는 식의 강력한 규제를 국내에 도입하는 것도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주목되는 건 KDI가 적시한 이유다. 아직 국내에 아마존 같은 독점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았고, 신생벤처의 투자 회수를 위해 M&A를 적극 보장해줘야 하는 한국 플랫폼산업의 발전 단계를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판 아마존’으로 덩치를 키울 수 있게 하는 산업정책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주장을 에둘러 한 것으로 평가된다. 충분히 일리가 있다.

국내 플랫폼 기업의 현실은 이런 걱정조차 사치스러울 정도다. 신생 플랫폼이 시장에서 인기라도 모으면 기득권자나 이해관계자가 “기존 사업자 다 죽인다”며 사생결단으로 반대한다. 공존의 해법을 찾고 혁신기업은 적극 보호해야 할 정부는 거의 매번 기득권 보호에 안주한다. 그 사이 ‘세상에 없던 서비스’는 싹도 피워보지 못한 채 고사된다. ‘타다 서비스’가 그랬고,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 갈등과 부동산정보 플랫폼의 중개시장 진출 문제에서도 비슷한 결말이 예고되고 있다.

플랫폼산업은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못지않은 글로벌 혁신경쟁의 주무대다. 이를 보호·육성하는 관점은 결여한 채, 대기업 규제 잣대를 그대로 적용하려는 것은 우물 안의 근시안적 사고다. 국경 없는 기업전쟁 시대, 정책의 시야도 확 넓어져야 한다. 국내 50대 기업이라도 국제무대에선 ‘구멍가게’ 수준이다. 부적절한 규제가 교각살우의 우(愚)를 범할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