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경제

현실판 빅브러더'된 中…14억명 개인데이터 확보나서.감시카메라·디지털화폐 통해정치·사회 통제 강화 잰걸음데이터로는 경제활성화 노려

Bonjour Kwon 2021. 9. 22. 00:05
2021.09.21.

방대한 데이터 확보, 감시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한 '빅브러더' 체제를 강화해 '기술 권위주의 초강대국'을 만드는 것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핵심 목표 중 하나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석했다. 시 주석이 마오쩌둥과 가장 다른 점은 데이터 확보·통제를 통해 경제적 활력을 꺾지 않으면서도 정치·사회적 통제를 효율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일석이조를 추진하는 것이다.

흐아오슈안 베이징대 연구원은 "데이터 통제를 통해 우리는 더 생산적인 경제를 건설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직관보다는 과학을 기반으로 결정을 내리는 더 효율적인 정부를 건설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시러큐스대에서 중국 기술 권위주의에 대한 책을 펴낸 디미타르 게오르기에프 부교수도 "오늘날 중국은 여론을 더 잘 인식하고, 정책 실수를 덜 하고, 부풀려진 관료제를 더 잘 관리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 주석은 데이터 통제를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2013년에는 "데이터를 통제하는 자가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4년에는 정보 통제가 국가의 소프트 파워와 경쟁력 확보에 있어 중요한 축이 됐다고 밝혔다. 2020년에는 중국 당국이 데이터를 토지, 노동, 자본, 기술과 더불어 '제5의 생산 요소'로 공식 분류하며 데이터의 중요성을 더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중국 당국은 14억 인구 데이터를 디지털 사회보장카드, 디지털 화폐, 스마트 도시, 수많은 감시카메라, 사회 신용정보 시스템 등 다양한 기술을 통해 수집하고 있다.

민간기업의 데이터 확보를 위한 여러 규제와 법률안도 내놓고 있다. 11월 발효될 예정인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중국 외부로 이동하는 모든 데이터는 정부 규제기관인 중국 사이버공간관리국(Cyberspace Administration of China)의 보안 평가를 통과하거나 다른 형식의 공식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달 발효된 또 다른 데이터 보안법은 핵심 데이터의 보호를 요구하는데, 그 범위가 너무 광범위해 거의 모든 개인 데이터가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당국이 민간기업 데이터 확보에까지 손을 뻗으면서 시장은 큰 혼란을 겪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테슬라, 애플 등이 중국 당국 요구에 발맞춰 고객 데이터 센터를 중국에 잇달아 만들고 있지만 다른 여러 기업은 중국 정부의 데이터 확보 움직임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기술기업이 대거 상장돼 있는 홍콩 항셍지수의 시가총액은 중국 당국의 시장 개입이 본격화된 지난 7월 이후 6000억달러(약 702조원)가 사라졌다. 중국의 데이터 규제는 미국·홍콩에 상장된 중국 기술기업의 미래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중국 최대 차량 공유기업 디디추싱은 7월 중국 당국의 규제 강화로 주가가 폭락하자 미국 주주들에게 소송을 당했다.

김제관 기자(reteq@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