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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 ‘구글세’ 못 피했다... 초과이익 배분비율 25% 확정디지털세 최종안 확정... 2023년 발효매출 27조 넘는 다국적 기업... 초과이익 25% 과세최저한세율 도입은 15%... 136개국 동의

Bonjour Kwon 2021. 10. 10. 11:29

산업계 “IT·수출 비중 큰 韓 불리”... 세수 감소도 우려

세종=박성우 기자
입력 2021.10.09 01:55
구글 등 인터넷 기반 정보기술(IT) 기업에 디지털세를 부과하는 일명 ‘구글세’의 최종안이 확정됐다. 그간 논란이 있어왔던 디지털세 대상 범위는 매출 200억 유로(약 27조원) 이상의 디지털 기업 외에도 휴대폰‧가전‧자동차 등 글로벌 다국적 제조기업도 포함됐다. 이에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의 국내 기업이 디지털세 과세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9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주요 20개국(G20) 포괄적 이행체계(IF)의 디지털세 최종합의안을 발표했다. 가장 중요한 기업들의 과세권 초과이익 배분비율은 지난 7월 합의에서 20~30%로 논의됐지만, 최종안에서 25%로 확정했다. 조세피난처 등을 방지하기 위한 글로벌 최저한세율은 15%로 결정됐다. 이번 합의문은 IF 140개국 중 136개국의 지지를 얻었고, 이달 말 G20 정상회의에서 서명을 한 뒤 2023년 발효될 예정이다.

◇ 매출 27조, 이익률 10% 넘으면 과세... 최저한세율 15% 확정

디지털세 과세 논의는 크게 필라(Pillar)1과 필라2의 두 가지로 나뉜다. 필라1은 규모가 크고 이익률이 높은 다국적 기업들이 본국 뿐 아니라 시장 소재지국에도 세금을 내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합의안은 연간 기준 연결매출액 200억유로(약 27조원), 이익률 10% 기준을 충족하는 글로벌 다국적 기업을 과세 대상을 정했다. 구체적으로는 글로벌 이익 중 통상이익률 10%를 넘는 초과이익의 25%에 해당하는 이익에 대해 시장소재국들에 과세권을 준다. 다만 매출액 기준은 시행 7년 후 100억유로(약 13조5000억원)로 축소할 수 있다고 IF는 명시했다.


디지털세 필러1 개념도 /기재부

예를 들어 A기업의 이익률이 20%라고 가정할 때, 기준치를 웃도는 초과이익 10%분의 25%를 시장소재국들이 배분지표에 따라 나눠 과세하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스마트폰을 많이 팔았다면 미국이 삼성에게 세금을 걷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단, 채굴업과 규제 대상 금융업 등 일부 업종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과세권 관련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의무적·강제적 분쟁 해결 절차를 진행한다. 대신 유럽 국가들이 도입하거나, 도입하려 하고 있는 디지털서비스세 등 유사한 과세는 폐지해야 한다.

필라2는 연결매출액이 7억5000만 유로(약 1조원) 이상인 다국적 기업에 대한 최소 15% 이상의 글로벌 최저한세율 도입을 골자로 한다. 예를 들어 세율이 낮은 국가의 실효세율이 10%라면 미달하는 5%에 대해서는 본사가 있는 국가에서 추가로 과세하는 것이다

다만, 급여 비용 등 실질 사업활동 지표의 일정부분은 과세 대상에서 빼주기로 했다. 정부기관이나 국제기구, 비영리기구 등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국제 해운 소득도 업계 특성상 필라2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디지털세 필러2 개념도 /기재부
◇ 삼성전자·SK하이닉스, 과세 후보군... 산업계 “IT 수출 비중 높은 韓 불리”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디지털세(필라1) 적용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종안이 확정됨에 따라, 기업은 이익률 10%를 넘는 초과이익의 최고 25%에 대한 세금을 해외 시장 소재지국에 내게 된다.

정부는 기업의 실질적인 세 부담이 늘어날 우려는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국정감사에서 “디지털세가 도입되면 다른 나라에서 영업하는 우리 기업도 조세를 부담해야 하지만, 국내에서 활동하는 다국적 기업에 대한 과세 기반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기업이 해외에 납부하는 것보다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이 국내에 납부하는 세금이 더 많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산업계에서는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디지털세는 당초 디지털서비스 기업의 조세회피 방지 목적을 위해 논의가 시작된 것인데, 합의 추진안은 사실상 모든 업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조세 회피 행위와 무관한 정상적인 기업 활동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했다.

필라1의 적용 대상은 유동적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연매출이 약 200조원 내외이고, 이익률도 통상적으로 10%를 넘는 수준이라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SK하이닉스의 경우 연매출은 30조원 내외로 기준에 근접하지만, 해당 연도 업황 등에 따라 이익률 기준에서 미달하면서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005380) 등 자동차·중공업 부문에서도 다국적 기업이 있지만, 이익률 10% 기준을 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2.7%였다.


디지털세 최종안 향후 일정 /기재부
정정훈 기재부 소득법인세정책관은 지난 7월 디지털세 브리핑에서 “삼성전자가 필라1에 해당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한국 기업 중 적용 대상이 3개, 5개로 늘어날 수도 있겠지만 현재 기준으로 정확하게 몇 개 정도 될 거라고 말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 IT·해외 수출 비중 높은 韓, 세수 감소 우려도

디지털세가 도입되면 세수 위축도 우려된다. 필라1의 영향으로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의 글로벌 이익 일부가 해외로 배분되면서 세수가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난해 법인세 납부액은 각각 9조9373억원, 1조4781억원이었다. 이중 일부가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우리나라도 구글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으로부터 과세권을 확보할 수 있어, 세수는 오히려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우리나라에 사업을 영위하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의 해외 기업들이 일정 부분 우리나라에 세금을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한국 경제는 IT 수출 비중이 높고 주력 산업인 반도체 기업들은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영업이익이 더 크다”며 “따라서 우리나라 정부의 순세수의 감소가 우려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