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경제

헝다 다음은 이 기업들? 中부동산업계 ‘파산 도미노’ 우려.부동산 개발업체 30곳 중 14곳이 중국 정부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지 못해 파산 위험

Bonjour Kwon 2021. 10. 11. 12:01
2021.10.11
지난달 30일 중국 선전시의 헝다그룹 본사의 간판에 불이 들어와 있다./EPA연합뉴스
헝다발(發) 위기가 중국 부동산 업계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주요 부동산 개발업체 30곳 중 14곳이 중국 정부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지 못해 파산 위험이 있다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지난해 8월 중국 당국이 제시한 세 가지 기준은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이 70%를 넘으면 안 되고, 시가총액 대비 부채 비율은 100% 미만이어야 하며, 단기 차입금 대비 보유 현금은 1배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형 업체 절반이 기준 미달...광저우푸리는 위험 수위

FT에 따르면 당국 기준을 지키지 못한 기업 14곳에는 헝다 외에도 한때 중국 부동산업계 매출 1위였던 뤼디(綠地)그룹, 중국 최대 부동산 관리서비스업체인 비구이위안(碧桂園) 등이 포함됐다.

특히 광저우의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인 광저우푸리(廣州富力·R&F)는 3가지 기준을 전부 충족하지 못해 ‘헝다 다음 타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용평가사 피치에 따르면 광저우푸리가 1년 안에 상환해야 할 부채는 520억 위안(약 9조 9000억 원)이지만 현재 보유한 현금 자산은 290억 위안(약 5조3500억 원)에 불과하다. 차입금 대비 현금 비율이 절반 수준이다. 최근에는 직원들도 대폭 감원했다.

FT는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 대부분이 부채비율이 높아 헝다발 위기에 취약하다”며 “헝다 사태가 계속 악화되면 파산 업체가 추가로 나올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 예상되지만 충격은 제한적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휘청이고 있지만 중국 당국이 규제를 철회할 가능성은 낮다. 미국 시카고의 싱크탱크 폴슨연구소 연구원인 하우즈 송은 WSJ에 “중국 부동산 시장이 과거의 (부채 주도) 성장 모델에서 탈피하는 것이 중국의 목표”라면서 “중국 당국의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바뀔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의 침체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WSJ는 중국 성장의 가장 큰 동력 중 하나인 부동산 시장이 중국 정부의 부채 제한 등 정책으로 약간의 침체기에 들어설 것이 확실시된다고 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부동산과 건설, 기타 관련 산업이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9%에 이른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매출은 눈에 띄게 떨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부동산정보센터(CRIC)를 인용해 중국 100대 부동산 개발업체의 9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6% 감소했다고 전했다. 헝다와 비구이위안을 포함한 중국 10대 부동산 개발업체의 9월 매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44% 감소했다.

중국 온라인매체 제몐망은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탕핑(躺平)주의’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탕핑은 평평하게 드러눕는다는 뜻이다. 청년들이 현실에 좌절해 의욕을 잃고 드러눕는다는 것을 표현한 신조어인데 중국의 부동산 개발업체들도 규제에 의욕을 잃어 소극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만 해도 택지 매입에 열을 올렸던 업체들은 올 하반기엔 단체로 토지 매입을 포기하고 있다.

그러나 헝다 사태가 중국 경제를 크게 흔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헝다 사태는 지난 2018년부터 중국이 추진한 부채 구조조정의 일환이라고 지적한다. 중국 정부가 경제 구조의 지속 가능성을 우려해 부채를 줄여왔고, 최근 20여개 국유기업을 파산시키며 금융 기능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부동산 개발업체 손보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