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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털, 그들이 돈을 버는 방법

Bonjour Kwon 2021. 11. 26. 08:06
2020/07/13

[중기야사-45] *안녕하세요? 매일경제에서 중소기업을 담당하는 이덕주 기자입니다. 이번주부터 중기야사는 격주 월요일 오후에 올라옵니다. 기존과 다르게 (상)(하)편으로 나눠 올리지 않고 한 편으로 올라갑니다. 잦은 혼선을 드려 죄송합니다.


허생전에 나오는 변씨는 요즘으로 따지면 벤처캐피털과 비슷합니다. 만냥을 꿔주면서 이름조차 물어보지 않은 변씨는 10배로 돈을 돌려받습니다. /사진출처=KBS 역사저널 그날




만약 우리가 스타트업(중소기업)을 하나 만들었다고 가정한다면 필요한 돈을 어디에서 구할 수 있을까요? 내가 가진 돈이 별로 없다면요. 벤처캐피털이 발달하기 전 창업자들은 첫 번째로 가족이나 친구에게 돈을 빌려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두 번째가 은행입니다. 보통 담보를 바탕으로 돈을 빌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사업을 시작하지도 않은 기업이 담보가 있을 리 없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중소기업에 '보증제도'를 통해 지원을 해주는데요. 기업이 정부가 관리하는 보증기관(신용보증재단·기술보증대단·지역신보재단)에 일종의 보험료를 내면 손실이 발생했을 때 보증기관에서 은행 대출 중 90% 정도를 대신 물어주는 것입니다. 담보가 없고 은행 대출이 어려운 중소기업을 위한 제도입니다.

하지만 아직 제품을 만들지도 않았고 아이디어와 기초적인 기술만 가지고 있는 기업은 보증을 받기도 어렵습니다. 그럴 때 방법 중 하나는 정부에서 창업 관련 지원금을 받아 기본적인 사업화를 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벤처캐피털이라고 하는 신생기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회사에 지분을 주고 투자를 받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창업자에게 몇천만 원에서 1억원 정도의 지원금을 주는 사례가 많습니다. 창업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정부 돈을 창업자에게 말 그대로 주는 것입니다.


우리 정부는 다양한 방식으로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출처=중소기업연구원




외부투자의 경우 보통 창업을 하게 되면 창업자 1인이나 공동창업자들이 100% 지분을 보유하게 됩니다. 이 중 일부를 외부투자자에게 주고 기업 가치에 따라 산정된 투자금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기업가치를 40억원으로 산정하고 10억원을 투자한다면 투자 전 가치는 40억원이고 10억원만큼 신주를 발행하게 됨으로써 투자 후 가치는 50억원이 됩니다. 그러면 투자자는 10억/50억×100%인 20% 지분을 획득하게 됩니다. 기존 창업자는 80% 지분을 유지합니다.

최근에는 초기투자 단계에서 지분율을 정하지 않고 투자를 받는 실리콘밸리 SAFE 제도도 도입이 예정돼 있습니다. 창업자 측에서는 내 회사의 미래가치를 팔아 현재가치를 끌어오는 것인데요. 이때부터 얼마나 나의 지분을 희석시키지 않고 성장하느냐가 창업자에게 중요한 과제가 됩니다.

벤처캐피털과 유사하면서 좀 다른 엔젤투자라는 것도 있습니다. 엔젤투자는 개인이 사적으로 1000만~1억원의 소액을 투자하는 것을 뜻합니다. 기존에 창업해 성공을 거둔 개인이 하는 경우도 있고 엔젤투자에 전문화된 회사도 있습니다. 엔젤투자도 물론 어느 정도 지분을 줘야 합니다.

벤처캐피털은 좀 더 전문적인 투자가 이뤄집니다. 엔젤투자와 벤처투자 간 가장 큰 차이점은 벤처캐피털은 회사가 아닌 외부투자자의 돈을 모아 초기기업에 투자한다는 점입니다.


옵티머스의 이름을 욕되게 하는게 누구냐 /사진=아마존 하스브로




요즘 금융시장이 '라임'이나 '옵티머스'와 같은 사모펀드 때문에 떠들썩합니다. 벤처캐피털도 크게 보면 사모펀드와 구조가 비슷합니다. 돈을 대는 '전주'가 있고 실제로 돈을 굴리며 투자회사를 결정하는 벤처캐피털들이 있습니다. 전주는 전문용어로 유한책임조합원(LP)이라고 불리고 벤처캐피털과 사모펀드 운용사 같은 전문 운용사를 무한책임조합원(GP)이라고 부릅니다. LP는 투자한 돈만큼 유한한 책임을 지고, GP는 모든 책임을 지는데 이 둘이 모여 '벤처투자조합'을 결성합니다. 투자조합은 LP와 GP가 모은 돈을 가지고 초기 창업기업에 투자하게 됩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건 벤처캐피털에 '창업투자회사(창투사)'와 '신기술투자금융회사(신기사)'의 두 가지 형태가 있다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두 회사 모두 신생기업에 투자하지만 전자는 정부부처 중 중소벤처기업부와 관련법 소관이고, 후자는 금융위원회와 관련법 소관이라는 점에서 다릅니다. 예를 들어 삼성그룹에서 운영하는 삼성벤처투자는 '신기사'이고 한국투자파트너스라는 한국투자증권 계열사는 '창업투자회사'로 구분됩니다. 여기에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사모투자회사도 비상장 신생기업에 투자하는 사례가 늘면서 벤처투자에서 창투사·신기사·사모펀드의 경계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벤처투자조합에 돈을 대는 '전주'는 어떤 곳일까요? 개인이 벤처투자조합을 만드는 일도 있지만 대부분 은행, 보험, 국민연금과 같은 연기금입니다. 또 한국벤처투자와 한국성장금융 같은 '펀드에 투자하는 펀드'를 운용하는 회사도 전주가 됩니다. 이외에도 서울시 같은 지방자치단체도 벤처투자조합에 돈을 대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대기업이 돈을 대기도 합니다. 삼성벤처투자는 외부투자자를 받지 않고 삼성그룹 계열사의 돈을 모아 벤처에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모태펀드의 모태는 모태쏠로의 모태랑 똑같은 뜻입니다. /사진=모비딕 유튜브




우리나라 벤처캐피털 중 다수가 정부 자금인 한국벤처투자(모태펀드)의 투자를 받고 있습니다. 2019년 전체 벤처펀드 4조1105억원 중 모태펀드의 투자를 받은 펀드가 2조1005억원 정도 된다고 합니다. 보통 모태펀드가 50~60%의 자금을 출자하기 때문에 4조원 시장 중 1조원이 정부 자금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정부투자 비중이 큰 것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초기 창업기업에 투자한 벤처캐피털은 어떻게 돈을 벌까요? 보유한 지분을 팔고 나가는 것을 '엑시트(회수)'라고 하는데 인수·합병(M&A)을 통해 지분을 팔거나 아니면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이때 벤처캐피털 투자 수익률은 지분을 확보할 때 투자한 돈과 나중에 팔렸을 때 받는 돈으로 계산이 됩니다. 벤처캐피털은 창업 초기에 투자하기도 하지만 이후 계속된 후속투자를 통해 투자금을 늘리는 사례도 많은데요. 그 모습은 아래에서 자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M&A를 통해 엑시트하는 대표적 사례가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입니다. 독일 배달업체인 딜리버리히어로가 창업자 지분을 제외한 투자자 지분을 모두 사가면서 투자자들은 엑시트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공정위 승인이 남아 있어 이 엑시트는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벤처투자시장이 발달하면서 VC펀드가 들고 있는 지분을 사주는 '세컨더리 펀드'도 생겼습니다. 벤처펀드는 결국 전주(전문적인 표현으로 LP라고 합니다)에 국채투자보다 높은 수익률을 안겨줘야 하는데 투자기간이 길어질수록 불리합니다. 이런 벤처펀드를 위해 지분을 사주는 것입니다. 이 세컨더리 펀드는 다시 M&A나 상장을 통해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벤처캐피털의 엑시트는 창업 생태계에서 대단히 중요하다고 많은 사람이 말합니다. 배달업체 1위인 배달의민족과 2위인 요기요가 한 회사가 되면 '독점' 우려가 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 생태계에 속한 사람들은 합병이 성사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어째서일까요?

요즘 스타트업은 엑시트할 때까지 투자를 한두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받습니다. 배달의민족도 총 7차례 투자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벤처투자 업계에서는 이 투자에 알파벳 순서를 붙여서 시리즈A, 시리즈B 하는 식으로 단계를 높여간다고 합니다.

배달의민족은 창업 이후 아래와 같은 투자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시리즈가 높아질수록 기업가치와 투자금액이 커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데요. 기업이 커갈수록 더 많은 투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배달의민족은 시리즈B까지는 벤처캐피털에서 투자를 주로 받았지만 시리즈C부터는 훨씬 큰 규모의 벤처투자를 하는 회사나 국부펀드 투자를 주로 받았습니다. 보통 벤처펀드 규모가 200억~500억원인데 한 회사에 투자하는 규모는 20억~50억원이기 때문입니다.

또 투자를 받을 때마다 다시 계산하는 기업가치도 늘어나야 합니다. 그래야만 기존 투자자들이 장부상 손해를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엑시트할 때까지 투자수익은 실현되지 않지만 장부가격은 계속 변동하기 마련입니다.

매번 투자 라운드가 올라갈 때마다 투자금에 따라 투자자들의 지분이 결정됩니다. 새로운 투자자들이 들어올수록 창업자와 초기투자자들의 지분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알토스벤처스는 시리즈가 올라갈 때마다 계속 투자금을 늘렸습니다. 높아지는 기업가치에 따라 투자금을 늘린 것입니다. 이는 전체 투자수익을 늘리기 위해 필요한 것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벤처캐피털이 초기에 100억원짜리 기업에 10억원을 투자해 9.09% 지분을 확보했다고 해보겠습니다. 이 기업이 여러 차례 투자를 거쳐 1조원짜리 기업이 됐다고 해도 투자가 계속될수록 9%의 지분은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매우 운 좋게 9%의 지분이 1%로 떨어지는 것에 그쳤다면 1조원 기업의 1% 지분가치는 90억원입니다. 9배를 벌었다고 볼 수 있지만 실제 수익금은 80억원이 됩니다. 만약 투자를 더 해서 9% 지분을 유지했다면 어땠을까요? 100억원을 투자해 900억원을 벌었다면 똑같은 9배이지만 수익금은 800억원이 됩니다.

만나고 싶지 않은 벤처캐피털의 예. /출처=HBO 실리콘밸리(breamhall.com)




이 같은 구조는 스타트업이 엑시트가 어려운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많은 투자를 받을수록 기업가치는 높아져야 하는데 마지막 투자자들에게도 수익을 안겨주려면 훨씬 더 비싼 가격에 팔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투자를 많이 받는 것이 무작정 좋다고 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엑시트에 성공한 벤처캐피털은 어떻게 할까요? 일단 투자자(LP)에게 수익을 돌려줍니다. 벤처캐피털은 펀드이기 때문에 월 2% 정도 운용수수료를 받습니다. 100억원짜리 펀드라면 2억원을 수수료로 받습니다. 이를 운용역들의 월급으로 주거나 벤처캐피털 법인의 주주들에게 돌려줍니다. 또 벤처캐피털은 자기 돈(고유자본)을 펀드에 집어넣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여기에서 나온 수익도 주주들이 나눠 갖습니다.

투자 수익률이 좋다면 LP들은 해당 벤처캐피털에 더 많은 자금을 맡기려고 할 것입니다. 그러면 벤처캐피털은 더 큰 규모의 펀드 또는 자산을 운용할 수 있게 되고 더 많은 자금이 창업 생태계에 흘러 들어올 것입니다. 좋은 스타트업에는 더 많은 자본이 몰리고 결국 투자받은 스타트업은 신생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설비투자, 인력채용에 쓸 수 있어 시장에서 더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쿠팡 같은 신생기업이 엄청난 적자를 보면서도 지속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기존 유통거인을 꺾을 수 있었던 이면에는 막대한 투자금으로 사업이 어느 정도 성장구간에 도달할 때까지 발생하는 적자를 버틸 수 있게 했기 때문입니다.

로켓배송마다 쿠팡에 투자한 일본과 중동 투자자들의 돈이 '불'타고 있습니다. /사진 제공=쿠팡




만약 우리 정부에 의해 배달의민족이 딜리버리히어로에 매각되는 것이 무산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배달의민족에 투자한 VC들은 큰 손해를 볼 것이고 그러면 VC들에 LP들은 돈을 주지 않을 것입니다. VC들도 배달의민족과 같은 한국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꺼리게 될 것입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전체 창업 생태계에 악영향을 주게 됩니다. 배달의민족은 우리나라에서 워낙 잘 알려진 스타트업이자 유니콘이기 때문에 그 영향은 더 클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배달의민족과 딜리버리히어로가 국내 시장을 독점하는 것을 허용해줘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사실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저는 허용해줘야 한다는 편에 있습니다. 플랫폼 기업이 막대한 이익을 내고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결국 독점 때문입니다. 이는 다르게 말하면 '네트워크 효과'라고도 합니다. 사람들은 사용자가 많은 플랫폼에 가는 것을 선호하고 사용자가 몰릴수록 그 플랫폼의 가치는 올라갑니다. 구글검색, 네이버, 카카오톡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네트워크 효과에서 독점은 필연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적어도 국내 시장에서 배달의민족과 딜리버리히어로가 별도의 브랜드를 유지하고, 쿠팡이츠와 같은 신규 업체의 도전이 허용된다면 독점에 대한 우려는 어느 정도 씻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전 세계 배달 플랫폼은 10개 내외의 기업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아마존, 알리바바 같은 IT 거인도 진출했습니다.




이야기가 산으로 간 것 같아 핵심 내용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1.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는 것은 신생기업(스타트업)이 성장에 필요한 돈을 구하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입니다.

2. 벤처캐피털은 돈을 대는 기관(국민연금, 정부자금 등)에서 돈을 모아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에 투자합니다.

3. 벤처캐피털은 투자한 기업이 다른 회사에 팔리거나 주식시장에 상장하면서 자금을 회수(엑시트)합니다.

4. 투자는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여러 번 이뤄집니다. 후속 투자를 받을 때마다 벤처캐피털은 투자금액을 키웁니다.

5. 투자를 많이 유치할수록 이해관계자는 많아지고 엑시트 때 필요한 가치는 더 올라가 엑시트 난도는 올라갑니다.

6. 성공적인 엑시트가 이뤄지면 이 돈은 다시 창업 생태계에 돌아와 신생기업이 성장하기가 더 쉬워집니다.

[이덕주 벤처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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