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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 활성화 내건 ‘신기술금융사’, 제2의 사모펀드 될 우려.신기술금융사 79곳, 5년새 두배 늘어투자금액은 지난해 8조, 올해는 10조 넘을 듯허술한 제도 악용해 수익금의 40~70% 회사가 챙..

Bonjour Kwon 2021. 11. 26. 09:16
2021-07-09

신기술금융사 79곳, 5년새 두배 늘어
투자금액은 지난해 8조, 올해는 10조 넘을 듯
허술한 제도 악용해 수익금의 40~70% 회사가 챙기는 등
편법·불법 행위 나타나
금융위원회가 2016년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해준 신기술금융사에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으나, 규정 미비로 각종 불법·편법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벤처투자를 활성화한다며 정부가 5년 전 규제를 대폭 완화해준 신기술금융사(신기술사)에 투자 자금이 몰리고 있으나, 신기술금융사의 투자조합 운용 규정이 너무 느슨하게 돼 있어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는 ‘제2의 사모펀드 사태’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일부 신기술금융사에서는 투자조합이 낸 수익금의 40~70%를 회사가 가져가는 등 불법·편법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
8일 여신금융협회가 낸 통계자료를 보면, 신기술금융사 수는 2015년 32곳에서 지난해 79곳으로 5년 새 두배 이상 늘었다. 신기술금융사의 투자금액(잔액 기준)은 같은 기간 2조4008억원에서 8조1702억원으로 3.4배(5조7694억원)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투자금액이 올해 처음으로 10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식시장이 좋아 투자금 엑시트(회수)가 수월해진데다,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관련 규제를 대폭 강화하자 규제의 빈틈을 노리는 돈들이 신기술금융사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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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금융사는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이를 응용해 사업화하는 벤처·중소·중견기업(신기술사업자)에 투자 또는 융자를 해주는 금융회사를 말한다. 7년 이내 벤처·중소기업에만 투자할 수 있는 창업투자회사(창투사)와 달리 투자대상이 넓고 융자까지 해줄 수 있다. 특히, 2016년 금융위원회가 신기술금융사의 자본금 요건을 20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대폭 낮추고, 증권사가 겸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규제완화를 단행한 것을 계기로 회사 수와 투자금액이 증가해 현재는 창투사와 함께 국내 벤처캐피탈의 양대 축으로 발돋움했다.


문제는 시장은 커졌으나 신기술금융사와 관련한 규제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거나 특례를 통해 규제 적용을 배제하면서 일부 세력이 이를 악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빈틈이 투자조합 운용 관련 규정이다. 일부 신기술금융사는 투자조합을 운용해 생긴 투자수익의 40~70%를 운용보수로 챙기는 것으로 알려진다. 투자자에게 배분해야 할 수익금의 상당부분을 신기술금융사가 가로채는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객 돈을 가지고 운용을 해서 손실이 나면 고객 손실로 하고, 이익이 나면 대부분을 운용자들이 챙기는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기술금융사를 규율하는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에선 ‘조합은 그 자금을 관리·운용함에 따라 생긴 투자수익의 2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신기술금융사에 배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를 위반했을 때 제재 규정은 마련돼 있지 않아 있으나마나 한 조항이나 마찬가지다.

또한 신기술금융사의 자금 모집은 기본적으로 사모 방식이어서 투자조합당 49명 이하만 모집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중소형 증권사는 피비(PB)센터에 찾아온 불특정 다수의 고객에게 투자 권유를 해 투자를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일부 증권사는 투자자가 수십명이 돼도 투자조합에는 이를 한명으로 등록하는 방식으로 공모 규제를 회피하고 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신기술금융사가 투자자 30명을 모으고, 증권사가 투자자를 30명 모으면 투자자 수가 60명이 되지만, 증권사 투자자 30명을 1명으로 등록하면 31명만 돼 공모 규제를 회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의 투자금액 제한도 없다. 사모펀드의 경우 최저 한도가 1억원에서 사모펀드 사태를 계기로 올해 3억원으로 상향 조정됐지만, 신기술금융사 투자는 아예 이런 제한마저 없다. 투자조합 규모가 1천억원이 넘는 한 신기술금융사의 경우, 투자금의 절반 가량을 개인 투자자들한테서 받았다. 이 회사를 아는 한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 100여명이 1인당 3천만원에서 몇억원까지 투자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고위험 금융상품에 대한 위험 관리 능력이 없는 일반 투자자들까지 투자를 하면서 사모펀드 사태 때처럼 불완전판매가 발생하고 있을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신기술금융사를 돈벌이 수단으로 하려는 사업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미 몇몇 신기술금융사에는 대부업체가 전주로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주식시장이 좋아 문제가 없어보이지만 시장 상황이 나빠지면 제2의 사모펀드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며 “규제를 제대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