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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재용, 5년만의 미국행..찾아간 기업들엔 '공통점'이 있다

Bonjour Kwon 2021. 11. 28. 19:54

삼성 이재용, 5년만의 미국행..찾아간 기업들엔 '공통점'이 있다
입력2021.11.28.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4일부터 24일까지 이어간 9박 11일의 미국 일정을 마쳤다. 이 부회장의 미국 일정에서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총 170억 달러(약 20조 3000억원) 규모의 파운드리 신공장 투자를 확정 발표했다. 1996년 텍사스 주도 오스틴에 반도체 공장을 지은 뒤 25년만에 두 번째 거점지역을 확보한 것이다.

특히 이번 이 부회장은 5년만에 미국 일정에서 여러 경영인들을 만났는데, 여기엔 공통점이 숨어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8월 발표한 '향후 3년간 240조원의 투자 계획'과도 궤를 같이 한다는 것이다. 만난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이 부회장이 직접 전면에서 글로벌 기업들에 ‘삼성 세일즈’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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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9박 11일의 미국 일정에서 공개적으로 총 5곳의 글로벌 기업 경영진을 만났다.(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이번 이 부회장의 미국 일정에서 만난 글로벌 기업 경영진들을 공개했다. 공개되지 않은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과 국회의원들과의 만남, 삼성전자 반도체 세트연구소(DSA)와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 방문을 제외하면 글로벌 기업 경영진과의 미팅은 총 다섯 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출국 사흘째인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각) 가장 먼저 만난 인물은 모더나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인 누바 아페얀이었다. 알려졌듯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모더나는 지난 5월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맺었고 지난 10월부터 백신 완제를 국내에 처음 공급하기 시작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 백신을 위탁생산한 데는 이 부회장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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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왼쪽) 삼성전자 부회장과 누바 아페얀 모더나 의장.(사진=삼성전자)

이 계약은 국가 차원에서도 중요했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실적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분기 매출이 4507억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부회장과 아페얀 의장은 미팅에서 코로나19 백신 공조와 향후 추가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바이오 사업 시작 9년만에 공장을 세 곳 만들었다. 현재 건설 중인 4공장은 2023년께 가동을 앞두고 있고 5~6공장도 지을 예정으로, 삼성에겐 바이오만큼이나 중요한 차세대 먹거리 사업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내년까지 mRNA 백신의 원액 생산 기반도 마련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이제 막 관계의 물꼬를 튼 모더나와 친밀도를 높이는 건 이번 미국행에서 이 부회장에게 핵심 과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17일 두 번째로 만난 경영인은 이동통신기업 버라이즌의 한스 베스트베리 CEO였다. 이 부회장과 베스트베리 CEO와의 만남은 2010년 베스트베리 CEO가 에릭슨에 있을 때가 처음으로, 이후에도 이 부회장은 베스트베리 CEO가 버라이즌으로 자리를 옮기고도 자주 만났던 것으로 여러 보도들을 통해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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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베스트베리(왼쪽) 버라이즌 CEO와 이재용 부회장.(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에게 버라이즌은 글로벌 5대 고객사 중 한 곳이기도 하다. 지난해 삼성전자 미국법인은 7조8983억원(66억4000만 달러)에 달하는 버라이즌과 무선통신 솔루션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는데, 연매출이 200조원을 흘쩍 넘는 삼성전자가 단일 기업과 공급계약을 맺어 공시하는 건 지극히 이례적 케이스다.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삼성전자에게 통신장비 사업은 여전히 '약한 고리'에 속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5G 장비 시장점유율은 한 자릿수 수준으로 화웨이나 에릭슨, 노키아, 중국 ZTE 등에 밀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5G 장비와 솔루션에서 경쟁력있는 장비를 내놓고 있고 나아가 차세대 통신 규약인 6G에서도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려 하는 만큼, 핵심 고객사인 버라이즌을 찾아가는 것 또한 이 부회장에게 중요한 일정이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20일엔 실리콘벨리가 있는 캘리포니아주로 이동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CEO를 만났다. 두 인물은 반도체, 모바일은 물론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 메타버스 등 차세대 기술에 대한 협력, 소프트웨어 생태계 획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사티아 나델라(왼쪽) 마이크로소프트 CEO와 이재용 부회장.(사진=삼성전자)

마이크로소프트는 삼성전자에게 ‘갤럭시 에코시스템’의 연결성을 확보해주는 중요한 파트너다. 삼성의 갤럭시북 노트북에 작동하는 연결성에는 운영체제인 윈도우를 만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술이 활용된다. 이를 통해 모바일 기기와 PC 간 연속성 있는 작업 환경을 만들 수 있다. 나아가 두 회사는 클라우드에서도 긴밀한 협력을 맺고 있다.

두 회사 간 2019년부터 본격화된 협력은 반도체와 세트기기(스마트폰·태블릿·노트북) 등 하드웨어에서 강점을 가진 삼성전자와 소프트웨어에 강점을 지닌 마이크로소프트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 부회장과 나델라 CEO의 미팅은 중장기적으로 차세대 기술에도 지금과 같은 협업 생태계를 갖춰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 부회장은 같은 날 아마존 경영진도 만났다. 미팅에선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컴퓨팅 등 차세대 유망산업 전반에 대해 폭넓게 논의했다고 전해진다.

이 부회장의 아마존 방문은 클라우드인 아마존 웹 서비스(AWS)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은 글로벌 클라우드 1위 업체로 매년 600억 달러(약 71조7000억 원)가량의 매출을 내고 있다. 시너지 리서치그룹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AWS의 시장 점유율은 33%로 마이크로소프트(20%)와 구글(10%)에 앞선 1위다

클라우드는 오늘날 인공지능과 결합해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창출하고 있다. 클라우드 상에서 자연어를 처리하거나 코드를 분석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수요를 예측하는 등의 기능이 인공지능과 맞물리면서 가능해진 것이다. 그런 만큼 서버와 데이터센터를 증설하고 유지하는 데 막대한 메모리 반도체가 투입되니 삼성전자로선 핵심 고객이 되는 셈이다.

특히나 내년에는 D램이 DDR4에서 DDR5로의 대전환을 앞두고 있어 클라우드 업체들의 대규모 증설과 함께 메모리 반도체 주문이 기대된다. 이런 변화에 앞서 이 부회장이 세계 최대 고객사 CEO를 만나 일찌감치 세일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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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과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사진=삼성전자)


이 부회장은 끝으로 지난 22일 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 CEO와 면담했다. 구글은 최근 들어 중요도 측면에서 삼성전자에게 핵심이 되고 있는 만큼 이 부회장이 꼭 찾아가야 할 곳이었다. 안드로이드 OS 생태계 확대, 구글의 스마트폰과 삼성전자의 스마트웨어 생태계 확장, 클라우드 등 협력의 접점이 매우 넓기 때문이다.

올해 구글은 자체 스마트폰 ‘픽셀폰’(픽셀6)을 재출시하며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텐서’(Tensor) 시스템온칩(SoC)을 만드는 데 삼성전자과 협력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LSI와 파운드리를 갖추고 있어 칩 설계부터 디자인, 제조로 이어지는 AP칩 생산 전 과정에 관여할 수 있다. 텐서칩이 탑재된 제품들이 시장에서 성공한다면 삼성전자에게 하드웨어 납품처로서 중요한 고객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갤럭시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스마트기기의 OS를 구글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며,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에선 자체 OS ‘타이젠’이 아닌 구글의 ‘웨어 OS’로 통합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케이스와 마찬가지로 삼성전자의 하드웨어와 구글의 소프트웨어를 결합하는 과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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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블로터DB)

이재용 부회장이 이번 미국 일정에서 만난 글로벌 리더들은 반도체와 바이오, 차세대 통신 기술, 인공지능과 로봇, 슈퍼컴퓨터 등과 결부된다. 이들 비즈니스는 모두 삼성이 지난 8월 240조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할 때 미래 사업으로 언급한 것들이다. 막대한 투자를 앞두고 이 부회장이 글로벌 고객사들을 찾아 '삼성 세일즈'에 나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이일호(atom@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