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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슈어 올슨 교수와 "깡패국가論"..‘유랑형 도적(roving bandits)’./‘정주형 도적(stationary bandits)’

Bonjour Kwon 2022. 10. 25. 09:57


국가는 어떻게 생겨났는가: 맨슈어 올슨 교수와 "깡패국가論"

2015.05.03

국가의 탄생을 논하는 많은 이들이 ‘사회계약’에 입각하여 국가의 기원을 설명한다. 사회계약론은 사람들이 사회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국가가 탄생하며, 이렇게 탄생한 국가는 그 국민들의 생명, 자유, 재산을 철저하게 보호해 주는 역할을 담당한다고 설명한다. 사회계약론이 오늘날의 모든 입헌국가의 형성에 많은 영향을 끼친 바는 사실이다. 또한 오늘날에도 사람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 사회계약론의 입장에 서면 ‘국가’란 ‘매우 선한 존재’로 보인다. 그러나 사회계약론은 연역적 방법에 의하여 도출된 학설일 뿐 귀납적으로 국가 기원을 파악했을 때에는 국가 기원을 잘 설명하고 있지 못함을 맨슈어 올슨(Mancur Olson) 교수가 이미 지적한 바 있다.


맨슈어 올슨(1932-1998) 교수

사회계약론에 입각한 설명이 어떻게 기각되는지, 맨슈어 올슨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맨슈어 올슨 교수가 1993년 아메리칸 폴리티컬 리뷰(American Political Review)에 게재한 논문 「독재, 민주주의, 그리고 개발(Dictatorship, Democracy, and Development)」에 따르면 국가는 ‘도적(혹은 강도로도 번역됨) 집단’에서부터 출발한다.

맨슈어 올슨(Mancur Olson) 교수는 먼저 도적 집단의 유형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었다. 하나는 ‘유랑형(流浪型)’이고, 다른 하나는 ‘정주형(定住型)’이다. 그리고 두 가지 유형의 도적 집단이 자신들의 이익을 어떻게 극대화할지를 설명한다.

‘유랑형 도적(roving bandits)’은 약탈 대상이 되는 마을―자생적으로 발생한 소규모 집단―에서 모든 것을 수취함으로써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한다. 다른 곳으로 바로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정주형 도적(stationary bandits)’의 경우는 조금 특별하다 할 수 있겠다. 그들은 약탈 대상이 되는 마을에―그 명칭이 의미하는 그대로―눌러 앉아버리는데, 이는 그들이 1기와 2기에 나누어 소비(약탈)를 해야 함을 의미하는 바〔거시경제학의 기간간 선택 모형 참조〕, 따라서 1기에 한꺼번에 모든 것을 수취할 유인을 잃는다. 왜냐 하면 1기에 모든 것을 약탈해 버리면 2기에는 아무 것도 수취할 것이 없어져 효용이 극대화되지 않기 때문이다.―1기와 2기에 나누어서 소비해야 하므로.

결과적으로 ‘유랑형 도적 집단’과 달리 ‘정주형 도적 집단’의 경우, 자신들이 관리하는 마을이 더욱 번성하면 번성할수록 자신들이 그들로부터 약탈할 것이 더욱 많아지며, 이를 달리 표현하면 이는 곧 조세 수입이 늘어남을 의미하는데, 이는 그들이 자신들이 관리하는 마을을 번성하게 할 유인을 갖게 한다. 따라서 ‘정주형 도적 집단’은 자신들이 관리하는 마을이 외부로부터 침략당하지 않도록 보호하며 그 안에 속한 사람들을 보살펴 줄 유인을 가진다. 즉, 국가의 탄생이다. 한국 고대사에 등장하는 고구려, 신라, 백제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처음에는 ‘왕국’으로 탄생했음은 이러한 설명이 역사적, 현실적 타당성을 가지고 있음을 잘 설명하고 있다. ‘왕’은 곧 ‘정주형 도적 집단’의 ‘우두머리’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어떤 ‘변용(變容)’이 일어난다. 일방적인 관리 대상이었던 마을 사람들이 도적 집단으로 합류하기 시작한다. 도적 집단은 자신들의 존재를 유지하기 위해서 다양한 인재들을 필요로 하는데, 외부로부터 인재를 영입할 수도 있지만, 자신들이 관리하는 지역 안에서 인재를 선출하기도 한다. 그들은 관료 집단이다. 그런 인재들은 지역 내 유력 가문(호족) 출신으로부터 임의로 선발할 수도 있으며, 일정한 시험 문제를 내고, 기준에 도달한 이들을 채용―예를 들어 조선 시대의 과거(科擧) 시험, 현대의 행정고시, 사법고시 등이 여기에 속함―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관료뿐만 아니라 이제 어떤 정주형 도적 집단은 도적의 우두머리를 선거로 뽑게 되기도 했다. 이는 바로 현대의 민주정 체제(democratic political system)를 가진 국가를 말한다.



이상의 내용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국가는 자발적 ‘사회계약’이 아닌 ‘정복’의 과정에서 탄생한다. 사회계약론에 입각한 국가 탄생 이론은 “사람들이 사회계약을 체결하여 탄생한 국가는 생명, 자유, 재산을 철저하게 보호해 준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어째서 지금까지의 많은 국가들이 사람들을 침략적 전쟁에 동원하고, 또 마음대로 세율을 조정함으로써 사람들의 재산권과 생명권을 침해해 왔는지를 전혀 설명하지 못 하고 있는 설명이라 할 수 있겠다.

사람들 각자가 ‘천부인권’을 양도함으로써 국가가 성립되었다는 사회계약론에 입각한 국가 기원에 관한 해석은 다른 방면에서도 비판받을 수 있다. 곧, “대한민국은 그 국민들에게 국민이 되겠느냐는 동의를 구한 적이 없지 않은가? 대한민국 국민들은 대한민국과 계약을 맺은 바가 없다. 다만 대한민국은 주민등록을 법률로써 강제함으로써 구성원인 개개인들에게 폭력을 가했을 뿐이다.”는 지적이 바로 그것이다.

결론: 국가는 도적 집단의 속성을 가지며, 더 쉬운 표현을 빌려 비유하자면, 그 속성은 본질적으로 ‘조직폭력배’들과 다를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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