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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왜 BTS 같은 스타 금융사가 없을까?ㅡ세계인을 겨냥한 글로벌 전략, 최적의 트레이닝 시스템, 소셜미디어를 통한 강력한 팬덤 형성 등

Bonjour Kwon 2023. 1. 9. 01:06

2022.12.25

7월에 금융규제혁신회의 출범했지만 우려 시선 여전
‘금융개혁’ 외쳤던 역대 정부 실패 사례 되새겨야
우리나라 금융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여러 표현 중 하나가 ‘왜 금융산업에는 삼성전자가 없는가’였다. 최근에는 BTS가 삼성전자를 대신하고 있다. ‘왜 금융산업에는 BTS가 없는가’라는 말로 바뀌었다. 2022 카타르월드컵에 빗대면, ‘왜 우리 금융에는 리오넬 메시나 손흥민 같은 글로벌 스타가 없는가’라는 질문이 될 것이다. 삼성과 SK, 현대차, LG 등의 제품들이 현재 전 세계를 호령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산업에는 왜 글로벌 스타가 없는 것일까.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출범시켰다. 우리 금융산업에도 BTS와 같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선도하는 플레이어가 출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장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금융회사이든 빅테크든, 글로벌 금융회사가 할 수 있는 것은 국내에서도 할 수 있도록 금융규제를 혁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시사저널 최준필
지난 12월20일 서울 시내 한 은행에 정기예금 금리 안내문이 붙어있다.ⓒ시사저널 최준필
8개 금융권협회 수요조사 통해 과제 선정

혁신회의 출범 전에 은행연합회와 금투협회, 생보협회, 손보협회, 핀테크산업협회 등 8개 금융권협회의 수요조사를 통해 36개 추진과제를 선정했다. 이들 세부과제는 9개 주요과제로 분류되고 금융산업의 디지털 전환 촉진, 디지털 금융 혁신 인프라 구축, 자본시장 선진화, 감독행정 개선 등 4대 분야로 통합됐다.

작업분과에서 개선 방안이 심층 검토되고, 혁신회의의 조정과 심의를 거치게 된다. 부처 간 협의가 필요하거나 예산이 수반되는 과제는 경제규제혁신 TF와 대통령 주재 규제혁신전략회의에 상정된다. 지난 12월까지 모두 다섯 번의 회의에서 금산분리와 업무위탁 제도 개선, 대환대출 인프라 구축, 보험분야 규제 개선, 자본시장 규제혁신, 핀테크 기업 지원, 금융혁신 인프라 개선 등이 심의됐다.


금융협회, 금융위·금감원, 혁신회의, 부처 협의, 대통령으로까지 이어지는 절차를 거쳐 36개 과제가 추진되고 성과를 낸다면, 금융규제가 혁신되고 금융산업에도 마침내 글로벌 스타가 출현할 수 있을까. 아니면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는 이번에도 그대로 남아 5년 뒤에 또다시 개혁이나 혁신을 추진하게 될까.


과거 사례부터 살펴보자. 우선 문재인 정부의 2017년 금융행정혁신위원회다. 위원회는 ‘금융행정의 투명성·책임성 제고, 인허가 재량권 행사의 적정성 확보, 금융권 인사의 투명성·공정성 확보, 금융권 영업관행 개선’ 등 4대 과제를 제시했다. 금융혁신지원특별법과 같은 혁신안임에도 전반적으로 행정혁신 위주였으며 ‘적폐청산’ 기조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한계를 드러냈다.


정권 출범 초기에 청사진을 만드는 식은 아니었지만, 박근혜 정부 때도 공공개혁, 노동개혁, 교육개혁과 더불어 금융산업의 후진성 극복을 위한 금융개혁이 추진됐다. 그림자규제 완화, 현장중심 개혁이 강조됐다.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 기술금융 등이 활성화됐고 은산(銀産)분리를 완화한 인터넷 전문은행이 도입됐지만, 규제체계가 아닌 세부적인 개혁에 치중했다는 한계를 지녔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금융정책기구와 금융감독기구를 통합한 현재의 금융위가 출범했지만 큰 그림은 없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위한 ‘전봇대 뽑기’로 표현되는 전반적인 규제완화 속에 금융규제 완화가 추진됐고 민영화와 대형화, 은산분리 완화, 금융겸업화 확대 등이 이뤄졌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규제완화 기조는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역대 정부의 금융개혁 또는 혁신 노력에도 금융산업의 글로벌 스타는 출현하지 않았다. 항상 ‘이번에는 정말 다르다’는 다짐과 의욕으로 시작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상징적인 제도 도입이나 소소한 변화에 그치고 말았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과 노력이 아니라면 이번에도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첫째,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금융산업의 BTS 출현’을 위한 금융규제 혁신이라는 목표는 뚜렷해 보인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금융혁신은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을 도입해 규제를 전면 재설계’함으로써 신산업 혁신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국정과제에 닿아있다.

둘째,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전략이 맞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현재 설정된 추진과제가 맞는지, 과정은 적절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추진 전략을 요약하면, 아래로부터의(bottom-up) 요청과 정부의 지원이다. 혁신을 표현하는 핀산협회, 온투협회 등이 포함됐지만 협회의 요청은 기본적으로 현재 규제체계에서 영업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협회로 대변되는 이해관계자들의 요청은 공통 사항도 있지만 상충 요소가 강하기 때문에 혁신은 처음부터 한계를 갖게 된다. 빅테크, 핀테크, 금융회사 등의 이해가 다르고, 금융회사 내에서는 은행·증권·보험 등 업권별 이해가 다르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의 이해가 다르다. 정부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균형을 추구해야 하므로, 혁신과는 거리가 먼 타협으로 끝나기 쉽다.

방법은 요청과 지원이라는 구조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누구든 금융 서비스 제공자들이 알아서 스스로 하면 되는데 정부에 요청하는 이유는, 우리 규제체계가 열거주의(positive)이기 때문이다. 제공자들이 하려고 하는 일과 방법이 금융 관련 법, 시행령, 감독규정 등에 명시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샌드박스 제도가 있지만 그것도 요청과 지원이다.



혁신 목표에 맞게 전략 재설정해야

결론적으로 금융혁신 목표에 맞게 전략 또는 과제가 재설정될 필요가 있다. 네거티브 방식으로 금융규제를 혁신하는 것이 목표인데, 포지티브 체제하에서 새로운 것들을 추진하겠다는 전략은 맞지 않기 때문이다. 네거티브를 어떻게 도입할 것인지, 도입할 경우 예상되는 문제점이나 위험들을 어떻게 해소하거나 완화할 것인지, 예를 들면 금융소비자 보호나 금융 시스템 안정은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 등이 과제로 설정돼야 한다.

BTS의 성공 요인으로 세계인을 겨냥한 글로벌 전략, 최적의 트레이닝 시스템, 소셜미디어를 통한 강력한 팬덤 형성 등이 거론된다. 트레이닝 시스템과 관련해서는 7인 7색의 자율성 존중과 시스템의 효율성 사이의 최적 균형이 강조된다. 이를 금융에 적용하면 비즈니스 자율성과 금융소비자 보호 및 금융 시스템 안정의 최적 균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