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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MZ, 강남보다 종로·광화문서 일하고 싶어해... 올해 오피스 거래 규모가 10조원 전망.

Bonjour Kwon 2024. 3. 4. 15:56

최수혜 CBRE코리아 이사 “요즘 MZ, 강남보다 종로·광화문서 일하고 싶어해... 위상 유지할 것”
백윤미 기자입력 2024. 3. 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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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의도 오피스 주목할 만... 최근 성장세”
“세운지구 공급되면 CBD 상당히 좋아질 것”
“한국 수직문화, 꾸준한 오피스 수요에 영향”
“인턴들이 들어오면 ‘어느 업무지구에서 일하고 싶냐’고 항상 물어봐요. 의외로 도심(CBD)라는 답변이 제일 많습니다. ‘힙지로’나 익선동 등과의 시너지가 그들에게 크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에 있는 글로벌 종합부동산 서비스 기업 CBRE코리아에서 최수혜 리서치 총괄 이사를 만났다. 최 이사는 업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자랑하는 부동산 보고서를 만드는 전문가로 지난해 본인이 이끄는 리서치팀이 발간한 리포트만 14개에 달한다고 했다. 오피스와 물류, 리테일 등 상업용 부동산 전반의 흐름을 한 발 앞서 읽으며 업계에 정보를 전달하는 최 이사에게 올해 국내 오피스 시장 전망과 서울 주요 업무지구 현황, 글로벌 자본의 국내 움직임 등을 들어봤다.

최수혜 CBRE코리아 리서치 총괄이사가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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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혜 CBRE코리아 리서치 총괄이사가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최 이사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하고 대성산업 건설·유통사업부,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컨설팅 부문을 거쳐 2017년부터 CBRE코리아에서 리서치 총괄 이사로 재직 중이다.

━올해 오피스 거래 규모가 1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근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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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이후 지난 3년 간 오피스 거래 규모가 계속 줄었는데, 올해 좀 회복될 것 같다. 배경으로는 우선 거래되고 있는 물건이 상당히 많다. 실제로 투자가 이뤄질 지는 알 수 없지만 매물로 나온 것들만 봐도 거의 18조~20조원 정도 된다. 그 중에 실제 거래 가능성이 있는 물건만 추렸을 때 약 9조원 가량 되지 않을까 한다. 마곡 등지에서 과거 개발 당시 선매입 됐다가 준공된 것들도 있다.

또 하반기 국내에서 금리 인하가 나타날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더불어 물가 안정 등 현상이 하반기 이후 가시화 할 것 같다. 또 CBRE코리아에서 매년 국내 주요 기관이나 운용사 상위 직급자 1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는데, 지난해에 비해 올해 매입·매각 활동을 늘리겠다는 답변이 훨씬 많았다. 그 중에서 최선호 섹터가 오피스로 꼽혔다.”

최수혜 CBRE코리아 리서치 총괄이사가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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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혜 CBRE코리아 리서치 총괄이사가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서울 내에서도 올해 오피스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업무지구가 있다면.

“서울 주요 업무지구 중에선 여의도(YBD)다.”

━의외다.


“도심(CBD)이나 강남(GBD)보다 규모는 가장 작지만 최근에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3년 전만 해도 여의도에 대규모 오피스 빌딩인 파크원이 공급되면서 공실률이 20% 중반까지 치솟았다. 그런데 지난해 말 기준으로 공실률이 1~3%에 불과할 정도로 빠르게 회복됐다.

임대료도 세 업무지구 중 가장 낮아 경쟁력이 있고, 프라임급 자산이 많이 공급되면서 수요를 유인한 측면도 있다. 이 때문에 임대료 성장률만 본다면 세 업무지구 중 가장 높았다. 지난해 여의도 실질 임대료는 15% 이상 올랐다.”

━최근 성수가 강남의 배후 수요를 빨아들이면서 성수업무지구(SBD)라는 명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성수의 미래는 어찌 보나.

“사실 성수는 아직 YBD보다도 규모가 훨씬 작다. 특히 연면적 최소 3만3000㎡(1만 평) 이상의 A급 오피스 시장만 보면 더욱 차이가 난다. 최근 성수에 많이 들어선 지식산업센터는 A급 자산과는 다르다. 지식산업센터는 주로 섹션오피스(넓은 평수를 쪼개 활용하는 사무실)로 활용을 하는 데다 분양형이어서 개인 소유자들이 분양받는 경우도 있어 대형 임차인이 임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다 보니 성수에서 A급 업무시설이라고 하면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정도가 유일하다.

이 지역 오피스 수요 산업군을 보면 제조·IT·리테일 등의 비중이 높다. IT나 제조는 다른 업무지구에서도 주요 수요원이긴 하지만, 사실 서울 A급 오피스 시장은 주로 금융이 차지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수요 산업군의 차이가 있다고 보면 된다. 향후 입주가 예정돼있는 기업도 젠틀몬스터, 무신사 등 리테일 사옥 위주다.

그래서 규모적 측면에서 다른 업무지구와 비교하기는 어려운데, 그럼에도 성수에 관심도가 높아진 이유는 임대료 측면일 것 같다. 성수는 명목 임대료 수준이 거의 서울 A급 오피스 평균 수준으로 비싸다. 최근에는 지식산업센터들도 높은 임대료를 부르고 있다. 이유는 있다. 위치상으로도 도심이나 강남에서도 접근성이 좋고, 이 때문에 벤처나 신생 리테일 기업 등에게는 매력적인 곳이다.”

━서울 오피스 시장 현황과 전망을 한다면.

“최근에는 오피스에 공실이 없어서 임대인들이 공격적으로 임대료를 올리고 있다. 이 추세가 지난 2년 간 계속됐는데, 올해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내년에도 A급 오피스 공급이 없다. 그런데 경기가 안 좋지 않나. 그래서 기업들이 과연 높은 임대료를 계속 감당할 수 있는지, 그렇다면 오피스 시장 상황이 진짜 좋은 게 맞는지, 실제로는 잠깐 공급이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닌지 등과 같은 궁극적인 질문들이 나오고 있는 때인 것 같다. 한국도 초고령 사회에 들어서면 더더욱 인력은 줄어들 것이고 궁극적으로 오피스 수요가 줄어드는 게 맞지 않나. 그래서 올해는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파보려고 생각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6년부터 오피스 공급이 꽤 많은데 이 공급은 거의 도심에 집중돼있다. 2027년까지 2년 동안 약 100만㎡(약 30만 평)이 공급되는데, 1만평 짜리를 A급 오피스 1개라고 치면 30개가 들어오는 상당히 큰 규모다. 반면 강남과 여의도는 과거 공급 추이에 비교해서 반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도심 이야길 하니 대표 업무지구인 강남과 비교를 해 보고 싶다. 과거에 비해 두 업무지구의 위상이나 규모 등에 변화가 있나.

“사실 현재까지 CBD가 서울 세 주요 업무지구 중에 가장 크다. 전체 오피스 시장의 50% 정도 된다. 아무래도 규모도 크고 역사도 길기 때문에 낙후되기도 했지만 동시에 재개발 기회도 많다. 명목임대료도 아직 제일 높다.

최근에는 을지로 쪽에 세운지구 등 향후 오피스 공급이 몰려 있어 업무시설이 상당히 좋아질 것 같다. 임대인의 희망 임대료이긴 하지만 현재 CBD 최고 수준을 타깃으로 하면서 공격적인 포부를 밝히고 있을 정도니 말이다. 도심 권역은 앞으로도 최대 업무지구로써 입지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

금융권의 꾸준한 수요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도심은 금융 수요가 전체 3분의 1 정도를 차지한다면, 강남은 20% 수준에 불과하다. 강남에서는 제조업이나 외국계 IT 기업 등이 두드러진다. 물론 이들 업종 역시 성장하는 산업이어서 장기적으로 강남의 수요도 견고할 것으로 본다.

여담이지만 CBRE코리아에 입사하는 인턴들에게 ‘어느 업무지구에서 일하고 싶냐’는 질문을 꼭 해 본다. 의외로 도심에서 일하고 싶다는 답변이 가장 많다. ‘힙지로’로 불리는 을지로나 익선동, 북촌 등이 가까워 업무와 리테일의 시너지가 크고 청계천이나 고궁(古宮) 등 자연경관이 어떤 ‘분위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좋아하는 것 같다.”

최수혜 CBRE코리아 리서치 총괄이사가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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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혜 CBRE코리아 리서치 총괄이사가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최근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 시장과 분위기가 상반되는데, 이유는 뭐라고 분석하나.

“우선 국내의 경우 오피스 공급이 거의 없었던 게 크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사회문화적 차이가 있을 것 같다. 미국은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가 늘면서 오피스 공실률이 치솟았다. 미국은 땅과 집이 모두 크기 때문에 출퇴근 거리가 비교적 가까운 한국보다는 재택근무가 효율적일 수 있다. 반면 한국은 재택근무 복귀율이 코로나 이전 수준과 비슷하다. 서울은 코로나 때도 공실률이 계속 떨어졌는데, 소위 ‘까라면 까는’ 문화도 한 몫 한 것 같다.

또 국내는 A급 오피스 임차인 80%가 국내 기업이다. 해외 기업들은 최근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옮겨가는 사례처럼 임차를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는 리스크가 있는데 서울은 그렇지 않은 거다. 국내 기업 중에서도 대기업과 그 계열사 등이 주요 임차인이다.”

━미국 시장 불황과 엔저 등으로 최근 일본 상업용부동산 시장에 글로벌 자본의 유입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은 어떤지 궁금하다.

“사실 일본은 아시아에서 해외 투자자가 가장 선호하는 시장이다. 오피스 시장 규모도 큰 데다 자산의 품질도 좋기 때문이다. 일본의 저금리 기조도 한 몫 했다. 반면 국내는 해외 투자자 비중이 아직 크지 않다. 전체 투자 규모 중 10%~20% 정도다. 국내 투자자들 특히 기관의 블라인드펀드(투자 대상을 미리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금을 모아 경영참여 목적의 투자를 하는 방식의 펀드) 등이 주도하는 시장이다.

그 와중에 요즘 해외 투자자를 만나보면 글로벌 차원에서 포트폴리오 내 오피스 비중을 줄이라는 게 방침이라고 한다. 장기적으로 오피스가 좋지 않은 섹터라고 생각을 하는 거다. 그래서 국내 자산을 많이 가지고 있는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도 최근 처음으로 오피스 자산을 팔려고 내놓기도 했다. 그걸 사실 우리가 팔고 있다.(웃음) 이런 움직임을 보면 글로벌 자본은 오피스 시장이 좋다 해도 딱히 선호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다른 투자처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언급할 수 있는 것들은 사실 이미 다른 나라에서는 활발한 섹터들이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나 일본에서는 ‘멀티패밀리’라고 불리는 임대형 주거자산이나 노인주택 등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수요나 문의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다. 그래서 실질적인 투자로 이어질 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것 같다. 이런 섹터들이 성장하려면 정부 차원의 지원도 굉장히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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