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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매각 '스타트'..지각변동 온다

Bonjour Kwon 2013. 12. 26. 05:27

이데일리 | 2013.12.25 오후 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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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투, NH농협금융지주에 매각..현대, 동양 등 매물로 나와

- 내년 KDB대우까지 등장..초대형 증권사 탄생, 업계 구조조정 기대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우리투자증권이 NH농협금융지주에 매각된 것을 계기로 증권업계 지각변동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동양증권이 법원의 조기매각 결정에 따라 매각 대상 찾기에 본격적으로 나섰고, 현대그룹은 마뜩치 않은 표정이지만 애지중지하던 현대증권을 매각 리스트에 올렸다. 시장의 잠재적 매물인 KDB대우증권도 내년이면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상위 증권사 중 4곳이 매물로 나온 가운데 이들 증권사의 새 주인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증권업계의 순위변동과 구조조정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매각을 확정지은 우리투자증권은 NH농협금융지주에 9000억원 가량에 매각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NH농협증권과 향후 합병을 통해 자본 4조원이 넘는 초대형 증권사 탄생이 임박했다. 특히 투자은행(IB)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춘 우리투자증권이 NH농협지주의 리테일 망과 합쳐지며 다방면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있다.

 

성사 여부에 의문이 있던 우리투자증권 매각이 성사되면서 여타 증권사의 매각 작업에도 속도가 붙게 됐다. 시간을 끌다가는 치고 나가는 우리투자증권에 치여 몸값만 낮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증권 매각전에는 현대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 KB금융지주 등이 참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5위 안에 손꼽는 현대증권을 대기업 그룹인 현대차그룹이 품을 경우 우리투자증권을 넘어서는 또 다른 초대형 증권사가 탄생할 수도 있다.

 

동양증권 매각도 이미 인수 후보들이 거론되고 있다. 당장 우리투자증권 매각에서 고배를 마신 KB금융지주나 사모펀드인 파인스트리트가 거론된다. 동양증권은 현재 대만의 유안타증권이 가장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동양증권의 강력한 리테일 망을 노린 인수자가 추가로 등장할 수도 있다. 단골 후보로 꼽혀온 롯데그룹도 빠지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동양증권의 매각가가 2000억~3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KDB대우증권은 내년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가 통합하는 과정에서 매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KDB대우증권은 국내 자본 1위 증권사로 누가 인수해도 단숨에 증권업계 1위를 넘볼 규모로 성장할 수 있다.

 

금융당국이 증권사 인수합병(M&A) 활성화 대책을 마련하고 증권업계 구조조정에 나선 때 대형 증권사 매물이 잇따라 등장하며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M&A를 추진하는 증권사에 규모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는 한편 레버리지 비율을 적기시정조치 요건으로 신설, 중소형 증권사에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주저하는 사이에 중소 증권사들은 자연스럽게 청산이나 매각 절차를 밟게 될 판이다.

 

다만 그간 증권사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했던 만큼 당국이 좀 더 고삐를 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미 아이엠투자증권과 이트레이드증권, 리딩투자증권 등 중소 증권사가 시장에 나온지 오래지만 적당한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형 증권사 매물이 줄지어 있는 것을 감안할 때 매각 과정을 조율할 필요도 있다는 지적이다. 매물이 많아지며 증권사가 제값을 받기 어려워 매각 자체가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투자증권 역시 우리지주 이사회의 배임 문제가 불거지면서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투자증권 매각 결정에 따라 일단 증권업계 본격적인 구조 개편의 막이 올랐다”며 “증권사들이 구조적인 어려움에 직면하고 매물이 상당한 현 상황을 새로운 판을 짜는 기회로 삼아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정선 (mint@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