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2014-02-14
아시아투데이 한상연 기자 = 해운업계의 올해 화두는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돈 줄 잡기’인 듯하다. 시황이 계속 좋지 않으니 빚은 자꾸 늘어가는 데 갚아나갈 여력은 없기 때문이다.
국내 선사 중 유력 업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지난해 말께 각각 대규모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자구안을 내놓았다. 당장의 급한 불은 꺼야 한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이들 회사의 부채비율은 상당하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한진해운 987%, 현대상선은 993%에 달한다. 시황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아 연도 말 기준으로는 상황이 더 악화됐을 가능성도 있다.
둘 다 국내 해운계의 주축이지만 까딱하면 도산할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태다 보니 회사부터 살리고 보자는 간절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결국 특단의 조치로 사업구조조정이 결정됐다. 그나마 덜 손해 볼 사업을 정리하면 좋겠지만 알짜 사업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팔아버리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12월 전체 매출액 대비 10%를 넘는, 비중이 작지 않은 벌크전용선 사업을 분리해 한 사모펀드 회사와 합작사를 설립, 해당사 지분을 넘기는 대가로 3000억원의 현금을 받기로 했다.
최근 현대상선도 매년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흑자를 내던 LNG 운송사업 부문을 1조1000억원에 매각할 것을 결정했다. LNG 운송사업의 경우 한국가스공사와 20년 이상 장기계약을 맺기에 안정된 수익원이 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선택인 건 확실하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구조조정은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당장 몸집이 줄더라도 ‘살아남아야 무엇이든 해 볼 수 있다’는 생각과 와신상담의 자세를 통해 훗날을 기약하겠다는 의도다.
어찌 됐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기에도 치열한 경쟁으로 쉽지 않은 판국에 이렇듯 생존 문제에 쫓겨 돈 줄 잡기에 급급한 현 해운업계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
<한상연 기자 hhch1113@as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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