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2-17
= 해운업계가 올해 수천억원에 달하는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만기가 도래, ‘빚 폭탄’을 맞을 전망이다.
여러 방법으로 빚 갚을 돈을 마련해 근근히 위기는 모면하고 있지만 근본적 대책 없이는 ‘윗돌 빼 아래 괴기’ 식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이 같은 일이 반복되면 사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3월 초 1800억원, 연내까지는 총 39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현대상선은 4, 5, 7월에 각각 1400억원, 2000억원, 800억원 등 4200억원의 회사채와 함께 3월 1500억원, 4월 1000억원, 9월 1500억원 등 총 4000억원의 CP 만기가 돌아와 올해만 갚아야 할 빚이 8200억원에 달한다.
현대상선은 이에 대해 “현재 보유한 현금과 컨테이너 박스, 신한금융지주 지분, 최근 LNG선 매각 등으로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불황인 상황에서 갚아야 할 액수가 적지 않은 데다, 유동성 수급을 위해 제 살을 떼 낸 상황이기에 부담이 적진 않다.
기업의 회사채 만기가 집중적으로 도래할 경우 산업은행이 회사채의 80%를 인수하는 ‘회사채 신속인수제’가 있다고는 하나 여기에만 매달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최근 산업은행의 한진해운 회사채 인수 물량을 두고 신용보증기금이 불만을 드러내는 등 갈등이 발생해 이마저도 원활히 진행될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업체는 자생력을 높이기 위해 유동성 확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진해운은 벌크전용선 사업을, 현대상선은 LNG 운영 사업을 각각 3000억원과 1조1000억원에 매각하는 등 ‘알짜 사업’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회사채 신속인수제든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든 악순환의 반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외부 지원이 한계에 이르렀을 때 업체들이 자산 매각이나 사업구조조정을 통해 몸집을 줄여나가는 것은 결국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악재로 작용한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며 당장의 위기를 벗어날 수는 있지만 똑같은 상황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며 “그 때마다 사업을 정리한다면 결국에는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어 “회사채 신속인수제가 큰 도움이 되지만 이는 ‘사후(後)약방문’에 가깝다”며 “‘업황에 적극 대처할 수 있는 이보다 더 근본적인 ’사전(前)약방문’이 필요하다. 배가 고프다고 밥을 지어 먹이는 게 아니라 밥을 짓는 방법을 가르쳐 굶어죽지 않을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hhch1113@asiatoday.co.kr한상연 기사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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