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합투자기구관련 제도,법규등

서울고법 시도상선 권혁회장: '거주자로서 납세 의무는 있으나 형사처벌부문은 '조세회피 고의성 판단어렵다' 고, 대부분 판단. 무죄 선고 .

Bonjour Kwon 2014. 2. 22. 22:21

: 2014-02-21

해외에 설립한 별도 법인을 통해 세금을 회피했더라도 탈세의 고의성을 입증하지 못한 경우 사법처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재벌 등이 조세피난처를 통해 세금을 회피한 것을 무조건 '탈세행위'로 간주해 처벌해야 하는지를 놓고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역외탈세 혐의로 사상 최대의 추징금을 부과받고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선박왕' 권혁 시도상선 회장(64)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항소심 법원은 1심과 달리 조세 회피의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혐의 대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재계는 이번 항소심 판결과 관련, 당국이 조세피난처를 통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벌인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행위와 고의적인 탈세행위를 구별해 불법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고의성 여부로 판단해야"

 

서울고법 형사4부(문용선 부장판사)는 21일 수천억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기소된 권 회장에게 징역 4년과 벌금 234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석방했다. 1심은 권 회장이 종합소득세 1672억원, 법인세 582억원을 각각 포탈한 것으로 보고 징역 4년에 벌금 2340억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이 가운데 소득세 2억4000여만원 포탈 혐의만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권 회장은 국내 거주자에 해당하고 시도상선의 홍콩법인인 시도카캐리어서비스(CCCS)도 실질적 관리 장소를 국내에 둔 내국 법인에 해당돼 납세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조세포탈 혐의로 형사처벌하려면 조세회피를 넘어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를 감행해야 한다"며 "대부분 혐의와 관련해 권 회장이 부정행위를 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권 회장이 지난해 8월과 지난 7일 소득세.법인세 취소소송에서 사실상 패소한 것과 관련해 "권 회장의 패소가 확정된 부분에 대해 향후 과세 당국이 징수 처분을 하는 것은 별개"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권 회장이 미화 2000만달러를 과세 당국에 납부했고 나머지 세금도 판결 확정 시 납부하겠다고 한 점, 8개월간 수감된 점 등을 함께 고려했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역외탈세' 기준 정립 불가피

 

법조계는 검찰이 그간 이번 사건을 역외탈세 엄단을 위한 상징적 사건으로 간주해왔던 만큼 대법원에 상고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상고심에서도 이번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향후 역외탈세의 관점과 기준 재정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조세포탈 법리상 검찰의 혐의 입증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조세범처벌법의 구성요건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조세를 포탈'한 경우에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세금을 적극적으로 회피하려 한 고의성이 수반돼야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조세를 납부하지 않은 경우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설립하는 방법으로 자금을 운용했다는 것만으로 법률위반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판례 역시 자본거래의 형식보다는 실질에 따라 조세포탈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당국이 고의성 여부를 철저히 입증하는 것만이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계 일각에서는 "권 회장 사건이 조세피난처를 통한 정상적인 경영행위로 활용하는 기업들에 부담을 준 만큼 특성을 감안해 판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해운업종의 경우 선박 구입 시 선박소유권을 해운회사와 분리돼 있는 특수목적법인(SPC)에 두도록 요구하고 있는 금융사들의 투자관행이나 다국적기업들 상당수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조세피난처를 활용하고 있는 점, 해외법인의 경영권 인수를 위해 투자펀드를 모집하는 경우 등의 조세피난처 이용은 합법거래가 대부분"이라며 "조세피난처가 막연히 탈세와 불법의 온상처라는 시각은 결국 글로벌 경쟁에서 국내 기업의 도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