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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투자자 잡는 신흥시장 채권, 투자 매력은높은 수익률과 우수한 펀더멘털, 포트폴리오 다각화 효과 제공

Bonjour Kwon 2014. 2. 28. 08:11

2014-0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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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에 풀린 유동성의 상당 부분은 신흥국 채권시장으로 향했다. 연준이 유동성을 거둬들일 준비를 시작한 시점에서 신흥국 채권 투자가 여전히 유효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위험을 즐기는 투자자라면 5% 이상의 금리가 제공하는 안전망을 믿고 신흥시장 채권에 투자해 볼 만하다는 평가다. 지난해에는 로컬본드가 전반적으로 부진했던 반면, 금리 민감도가 낮은 정크등급 국채와 듀레이션이 짧은 경향이 있는 신흥국 회사채가 선전했다.

EPFR글로벌 집계에 따르면, 올해 신흥시장 채권형펀드에서는 이미 80억 달러가 빠져나갔다. 골드만삭스 신흥시장 로컬본드 펀드는 올해 들어 3% 하락했고 지난 12개월 간 14% 하락했다. 펀드는 순자산의 80%를 신흥시장 국채와 회사채에 투자하고 있다.

신흥시장 채권이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까. 현재로서 투자 리스크는 크다. 미국의 금리 변동성과 신흥국 개별 국가의 정치 리스크는 핫머니 유출과 통화 가치 하락 압력을 낳고 있다.

그러나 위험을 즐기는 투자자들이라면 신흥시장 채권의 높은 수익률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 미국 자산운용사 페이드앤리걸(Payden&Rygel)의 신흥시장 애널리스트는 현재의 높은 금리가 적절한 진입기회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미 국채 대비 신흥시장 달러표시 국채 금리 스프레드는 350bp에 이른다. 로컬본드 금리 격차는 5년래 최고다. 신흥국 회사채 역시 비슷한 등급의 미 회사채와 비교해 훨씬 더 높은 프리미엄을 제공하고 있다. 절대수익률 자체도 높다. 일례로, 신흥시장 채권에 투자하는 ETF인 아이셰어 JP모간 USD 이머징마켓 본드ETF와 파워쉐어즈 이머징마켓 국채ETF의 수익률은 연 5% 이상이다.

많은 투자자들이 브릭스의 성장 둔화와 '취약한 5개국'의 경상적자를 우려하지만 신흥시장의 펀더멘털은 지난 10년 전과 비교해 크게 개선됐다. 많은 경우 선진국보다 우수하다. 신흥국의 성장률은 선진국보다 높고 성장에 유리한 인구구성을 갖추고 있다. 균형 잡힌 재정수지와 낮은 부채 수준도 긍정적이다. 신흥국의 공공부채 비율은 지난 10년간 GDP의 50%에서 35%로 줄어들었다. 투자적격등급 신흥국의 비율은 10년 전 35%에서 66%로 증가했다.

지난해 5월 이후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한 것은 신흥시장 채권 투자자들에게는 가장 큰 위협 요인이다. 그러나 금리는 결국 올라가겠지만 2015년까지 기준금리 인상은 없을 전망이고 금리 인상의 속도는 미국과 글로벌경제의 회복에 달려 있다. 선진국의 낮은 인플레이션은 중앙은행이 쉽사리 기준 금리를 인상하지 못할 것임을 시사한다.

최근 신흥시장 채권 투자 동향과 관련해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기관투자자의 자산배분이다. 전문가들은 현재까지 신흥시장 채권 매도의 상당부분이 개인투자자들에 의한 것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신흥시장 채권 투자자 기반의 약 80%는 기관투자자들이다. 이들은 조정을 매수의 기회로 삼고 신흥국 채권을 꾸준히 늘려왔다.

신흥시장 정부와 회사는 올해 들어서만 달러표시 채권을 670억 달러 발행한 것으로 BofA메릴린치는 집계했다. 투자 수요는 높았다. 일례로 이달 초 터키 정부는 4배가 넘는 수요 속에 31년 만기 장기물 국채 발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외국인 기관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에서 신흥시장 로컬본드 보유 비중은 지난해 7월과 12월 사이 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흥국 통화의 환변동성을 우려한다면 달러표시 채권을 고수할 수 있다. 미 달러화 표시 신흥시장 채권에 투자하는 가장 규모가 큰 ETF는 앞서 언급한 아이셰어 JP모간 USD 이머징마켓 채권ETF(EMB)와 파워쉐어즈 이머징마켓 국채ETF(PCY)다. 지난해 두 펀드는 모두 환리스크를 내포하는 위즈덤트리 이머징마켓 로컬본드펀드(ELD)보다 성과가 좋았다.

결론적으로 신흥국 채권이 변동성이 높고 위험도가 높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지만 높은 금리와 견실한 펀더멘털, 적절한 밸류에이션에 더해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효과도 있다. 모닝스타의 티모시 스트라우트 애널리스트는 "신흥시장 채권이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좋은 자산이 돼 왔다"며 "지난 3년간 EMB와 바클레이스 미국 총채권지수의 상관계수가 0.31에 그쳤다고 지적했다.